곽태휘 아내 강수연 “골 넣으면 혼자 방방…가족 위한 세리머니 부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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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1월 13일 07시 00분


울산 주장 곽태휘(오른쪽)와 부인 강수연 씨가 울산이 아시아 클럽 정상을 밟은 다음 날인 11일 밤 울산 시내의 한 커피숍에서 스포츠동아와 단독으로 만나 얘기를 나누고 있다. 울산 | 남장현 기자
울산 주장 곽태휘(오른쪽)와 부인 강수연 씨가 울산이 아시아 클럽 정상을 밟은 다음 날인 11일 밤 울산 시내의 한 커피숍에서 스포츠동아와 단독으로 만나 얘기를 나누고 있다. 울산 | 남장현 기자
아내가 말하는 남편 곽태휘

수비수라 어쩌다 골 쏘면 가족생각 날텐데
혼자만 방방 뛰고 사실 세리머니 아쉬워요


2년전 부상, 이악문 재활 가장 힘들었던 기억
내 자린 외롭지만 그라운드의 남편 가장 멋져


사나이 곽태휘의 변명

아! 창피해…그래도 손은 흔들어 주잖아
챔스리그 MVP 혹시나 했었는데 아쉽네

자기도 아프면서 내 부상 위로해 준 아내
늘 미안하고 고맙고…지금처럼 살고싶어


오래 전부터 울산 현대 ‘캡틴’ 곽태휘(31) 부부의 인터뷰를 추진했다. 그 때마다 번번이 부인 강수연(32) 씨로부터 간곡한 거절 의사를 전해 들었다. “남편을 만든 건 시부모님들이지 내가 아니다”라는 게 강 씨의 이유였다. 하지만 이번마저 놓칠 수 없었다. 알 아흘리(사우디아라비아)를 꺾고 2012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우승 트로피를 딴 여운이 흠뻑 남은 지금이 커플을 한 자리에 불러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11일 밤 울산 시내의 한 커피숍에서 둘과 따스한 차 한 잔의 여유를 즐길 수 있었다.

○잊을 수 없는 평생의 추억

울산은 AFC챔스리그 내내 완벽한 퍼포먼스를 펼쳤다. 10승2무, 무패의 전적으로 아시아 클럽 최강자에 등극했다. 10일 울산문수경기장에서 열린 대회 결승전은 오직 울산을 위해 마련된 무대였다. 곽태휘는 이날 알 아흘리의 골 망을 흔들었다. 결승골. ‘골 넣는 수비수’로서 면모를 재확인시켰다. 두 팔을 활짝 펼치고 코너 플래그 쪽을 향해 달리는 환희의 세리머니. 울산이 거의 우승을 예감한 순간이었다. 그런데….

곽태휘.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곽태휘.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강수연(이하 강) : 사실 잠도 제대로 자지 못했어요. 경기 당일에도 평소보다 빨리 경기장을 찾았어요. 그냥 집에 있을 수 없어서요.

곽태휘(이하 곽) : 킥오프가 오후 7시30분인데 오후 5시 전에 도착했다고 해요. 선수단은 아예 클럽하우스에서 출발도 안 한 시간인데.

강 : 시작 휘슬이 울리고서는 간절히 기도했어요. 누구든 좋으니 빨리 골을 넣어 달라고. 금세(전반 13분) 득점이 나왔죠. 그 주인공이 신랑이었으니.

곽 : 동료들을 확 끌어안았는데, 뭉클했죠.

강 : 솔직히 세리머니는 아쉽죠. 혼자 방방 뛰고. 포지션이 수비수라서 어쩌다 한 번 골을 넣는데, 아직까지 한 번도 가족을 위해 모션을 취한 적이 없다니까요.

곽 : 어떻게 그러냐? 그런 걸 어떻게 해? 그래도 경기 끝나면 손 흔들어 주잖아.

강 : 또 있어요. 우승하고 주변에서는 죄다 ‘말 춤’ 췄는데, 혼자 춤 안 췄잖아요. 어지간히 표현 않는다니까. 그 때 좀 함께 하지.

곽 : 아, 창피해. 그걸 어떻게 해? 그 때 (후배) 녀석들이 다 나도 함께 춤추라고 하길래 딱 한 마디를 했죠. ‘동생들이 방정 떠니까 형은 무게 좀 잡아야겠다’고요.

내친김에 대회 최우수선수(MVP)를 놓친 것에 대한 속내를 물었다. 대부분이 곽태휘가 유력 후보라고 여겼을 때, 장내 아나운서의 발표는 이근호였다.

곽 : 아, 좀 주길 바랐는데. 내심 기대했거든요. 다들 제가 받을 거라고 해서요.(웃음)

강 : 팀이 우승했잖아. 자기도 거기에 공헌도 했고.

곽 : (이)근호는 AFC 올해의 선수도 받을 텐데…. 하긴 이렇게 프로에서 아시아를 제패하는 것도 평생에 한 번 올까말까 할 테니. 팀 동료들이 다 그래요. ‘이런 게 우리 인생에 또 찾아올까?’라고.

○좌절을 딛고

사실 상처가 있었기에 기쁨은 배가 됐다. 뒤늦게 인정받고 빛을 본 곽태휘는 2010남아공월드컵 출전이 유력했다. 당시 허정무호의 핵심 수비수였다. 그런데 상상도 하지 못했던 불행이 닥쳤다. 2년 전 격전지 남아공 입성을 불과 며칠 앞둔 5월30일 오스트리아 쿠푸슈타인에서 치러진 벨라루스와 평가전(0-1 한국 패)이었다. 전반 32분 불의의 부상으로 그라운드를 떠났다. 그게 마지막. 한국이 사상 첫 원정 16강 위업을 이뤘을 때 곽태휘는 없었다.

강 : 너무 힘들었죠. 그날 제가 몸이 아파 병원에서 링거를 맞고 있었어요. TV에서 남편이 교체 사인을 벤치 쪽으로 하더라고요. 어지간해선 아프다는 표현을 안 하는 사람인데. 아, 많이 힘들 수 있겠구나란 생각은 했는데, 그렇게 심각할 줄은 몰랐죠.

곽 : 안 다쳤어야 했죠. 다른 것도 아니고, 월드컵인데. 준비도 정말 많이 했는데.

강 : 나중에 지인들의 전화가 걸려오는데, 가슴이 철렁했어요. 몸이 안 좋은데, 그런 소식을 접했으니 말도 못하게 힘들었어요.

곽 : 정말 (부인이) 고마웠어요. 나 괜찮다고 걱정 말라고 위로도 했고요.

강 : 남편이 슬퍼서 운적은 없어요. 전남 드래곤즈 있을 때 FA컵 우승하고 눈시울을 붉힌 정도? 힘들어도 티를 잘 안 내요. 신랑 노력을 인정해요. 정말 이를 악물고 재활했죠.

곽 : 올해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월드컵에 나가잖아요. 챔스리그에서 노력했으니, 보너스 게임처럼 즐기면서 해보려고요. 혹시 알아요? 또 좋은 성과 낼지? 기왕 하는 거, 첼시(잉글랜드)를 만나 멋지게 한 판 붙고 싶은데(울산은 클럽월드컵에서 12월9일 북중미 챔피언 몬테레이(멕시코)와 먼저 만나고, 이기면 13일 첼시와 4강전을 갖는다.)

○항상 젊은 삶을 꿈꾸며

축구 선수의 아내는 어떤 삶일까? 함께 지내는 시간보다 떨어져 보내는 시간이 많은 삶. 심지어 남편이 무뚝뚝한 경상도 사나이라면? 쉬는 날에도 어린 아들(시훈·4), 딸(시연·2)과 10분 이상 함께 놀아주지 못하는 모든 게 서툰 아빠라니 여러 모로 부족한 남편이다.

강 : 외롭죠. 늘 떨어져 있고. 무섭고 서럽기도 하고. 신랑만 믿고 외지에서 생활하는데, 항상 밖에 있고. 아기가 아파서 병원 응급실을 가도 눈치 보느라 말도 잘 못하잖아요.

곽 : 미안하죠. 운동하다보니 합숙도 많고. 함께 하지 못하고. 가족이 힘든데 내 몸부터 챙겨야 하니까 더 안타깝죠. 고맙다는 표현도 잘 못하고.

강 : 다행히 은근 매력은 있어요. 애정표현 자주 해도 그렇잖아요. 언젠가 해주겠지라는 기대감도 있고요.

곽 : 그래서 고맙다고 생각해요.

강 : 항상 저래요. 그라운드에선 제가 평소 알던 남편이 아니에요. 표정이 완전히 달라지죠. 멋져요. 정말로.

곽 : 이렇게 계속 지내고 싶어요. 부부가 늘 설렘으로 살 수 없잖아요. 가끔 싸우기도 하고, 행복하기도 하고. 늘 젊고 재미있는 삶? 나이가 들어도 마음만은 젊게 살고 싶어요.

강 : 한결같이 살아야죠. 가족의 힘이 최고잖아요.

울산|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트위터 @yoshike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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