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영화과 걸그룹 전형?

동아일보 입력 2012-11-09 03:00수정 2012-11-09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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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부대학 ‘연기력과 인기 사이’ 수시기준 논란

#수험생 1=11년간 영화 및 드라마 15편에 조연으로 출연했지만 스타는 아님.

#수험생 2=3년간 시트콤 2편에 출연한 게 연기 경력 전부지만 아이돌 스타 가수임.

두 수험생이 같은 대학 연극영화학과에 나란히 지원했다. 대학은 두 수험생의 출연 경력 서류를 살피고 면접에서 공연예술에 대한 이해도와 소질, 인성 적성을 평가했다. 대본을 주고 발성도 채점했다. 합격의 여신은 한 명에게만 미소 지었다. 지난달 26일 한양대 수시모집 합격자 발표에서 연기 경력 11년인 배우 노영학 씨(19)는 떨어지고 걸그룹 ‘f(x)’의 멤버 크리스탈(본명 정수정·18) 양은 붙었다.

노 씨는 고3이던 지난해에도 중앙대 동국대 건국대 연극영화학과에 불합격했다. 노 씨는 “사극 연기에 갇혀 입시에서 중요하게 보는 무대 연기를 선보이지 못했다”며 결과를 받아들였다. 하지만 노 씨의 불합격은 공교롭게도 일부 스타가수들의 합격과 대조되면서 각 대학이 연극영화학과 학생을 뽑는 기준에 대한 논란을 촉발하고 있다. 오랜 기간 배우로 활동했지만 이름이 덜 알려진 노 씨는 탈락하고 스타지만 연기 경력은 일천한 가수들은 대부분 합격하는 걸 보면 대학이 홍보 차원에서 연기력보다 인기를 선발기준으로 삼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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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국대 영화학과에는 올해 걸그룹 ‘달샤벳’의 수빈(본명 조수빈·18) 양과 ‘걸스데이’의 혜리(본명 이혜리·18) 양이, 성균관대 연기예술학과에는 ‘카라’의 강지영 양(18)이 합격했다. 강 양이 지난해부터 일본 방송 드라마 2편에 출연한 것을 빼곤 이들의 연기 경력은 뚜렷하게 내세울 건 없다.

해당 대학들은 일부 누리꾼들의 그런 비판에 펄쩍 뛴다. 한양대는 연예인의 인기도가 입시 결과에 반영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심사위원 A 교수는 “크리스탈 양이 면접을 보고 나간 뒤 입학처 직원이 귀띔하기 전까진 인기 여가수인 줄도 몰랐고 연기력이 뛰어나 뽑았을 뿐”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 교수는 연극영화학과 특기전형은 자유연기 소양면접 즉흥연기 심층면접 등 실기면접이 포함된 일반전형보다 절차가 간단하다고 덧붙였다. “애초에 유명인 위주로 뽑는 전형이기 때문에 실기가 덜 까다롭다”는 설명이다.

건국대는 올해 수시 모집부터 연예인 특례 입학 제도를 없앴다. 연예인도 다른 수험생과 같은 기준으로 평가하겠다는 취지다. 심사위원 B 교수는 “3분 내외 자유연기를 본 뒤 학생에 따라 노래나 춤을 요구한다”며 “수빈 양과 혜리 양처럼 연기 경력이 적지만 표현력과 소질을 충분히 보여주면 합격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논란에 대해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가수와 연기자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기에 ‘가수는 실용음악학과에, 배우는 연극영화학과에 가야 한다’는 것은 낡은 사고방식”이라고 전제한 뒤 “하지만 대학 측이 홍보를 노려 스타들에게 합격 우선권을 준다면 이는 일반 수험생들에게 불이익을 주는 행태로 비판받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런 논란 속에서 “학위를 위한 대학 진학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학교생활에 충실하기 어렵다”는 등의 이유로 아예 대학 입시에 응시하지 않은 ‘미쓰에이’의 수지나 유승호, ‘f(x)’의 설리, 아이유 등이 ‘개념 연예인’으로 불리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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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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