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버극장은 계속된다”… 안산명화극장 개봉박두

  • Array
  • 입력 2012년 11월 8일 03시 00분


코멘트

■ 김익환 대표와 딸 은주씨 代이은 실버극장 지키기

14일 실버극장이자 다문화극장으로 개관하는 안산명화극장 객석에 앉은 대표 김익환 씨(왼쪽)와 서울의 허리우드 실버영화관 대표 김은주 씨. 부녀는 “매일 새벽까지 실버극장 일을 하지만 어르신들의 재능기부와 자원봉사가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안산=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14일 실버극장이자 다문화극장으로 개관하는 안산명화극장 객석에 앉은 대표 김익환 씨(왼쪽)와 서울의 허리우드 실버영화관 대표 김은주 씨. 부녀는 “매일 새벽까지 실버극장 일을 하지만 어르신들의 재능기부와 자원봉사가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안산=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어르신을 위한 실버극장이자 서울의 마지막 단관 극장이었다가 7월 폐관된 서대문 아트홀(옛 화양극장)이 14일 경기 안산시에서 ‘안산명화극장’으로 부활한다. 200여 석 규모인 이 극장은 안산시 고잔동 옛 대한극장 자리에 단관 실버극장이자 다문화 극장으로 1년 내내 운영된다. 55세 이상이면 2000원에 영화를 관람할 수 있다. 다문화 가족은 3000원, 55세 미만은 7000원이다.

이 극장 대표인 김익환 씨(68)와 그의 딸 김은주 씨(38)를 딸 김 씨가 대표를 맡고 있는 서울 종로구 낙원동 허리우드 실버영화관 사무실에서 7일 오전 만났다.

김익환 대표는 “서울 실버극장을 찾은 관객 중 30% 이상이 경기 주민”이라며 “안산에 있는 8개 멀티플렉스 영화관과는 별개로 다문화 가정과 어르신들을 위한 영화관이 필요하다고 여겼다”며 극장 개관 이유를 설명했다.

김은주 씨는 “서대문 아트홀 폐관 때 반드시 어르신들의 영화 사랑방을 다시 만들겠다는 약속을 지켜 기쁘다”고 말했다.

국내 극장 산업이 멀티플렉스 위주로 재편된 가운데 이 부녀는 단관 위주의 실버극장 지킴이가 됐다. “60세 넘어 무역업에서 은퇴한 저에게 딸이 영화와 극장이라는 인생의 2막을 선물했습니다.”(김익환 씨)

2004년 은주 씨가 안정된 직장을 그만두고 영화 마케팅에 뛰어든 것이 이들이 영화에 빠져드는 계기가 됐다. 2005년 폐관 위기에 놓인 화양극장, 2008년 허리우드극장 운영을 맡아 차례로 실버극장으로 바꿨다. 이들의 노력으로 2009년 6만5000명이 찾았던 허리우드 실버영화관의 올해 관객은 2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추산된다. 두 사람은 부녀지간이자 둘도 없는 실버극장 사업의 동반자다.

“관객과의 소통은 아버지 몫이죠. 2000원 보증금에 우산을 빌려 주는 것도 실버 세대인 아버지의 아이디어죠.”

김익환 씨는 이날 허리우드 실버영화관에서 영화 ‘웨스트사이드 스토리’ 상영에 앞서 마이크를 쥐고 객석 앞에 섰다. 분홍 넥타이에 짙은 회색 정장 차림이었다.

“내털리 우드와 리처드 베이머가 주인공이고, 156분짜리 영화입니다. …이발소는 영화표를 갖고 가면 3000원에 이용할 수 있습니다. 근처에는 500원 할인 받을 수 있는 떡집도 있습니다.”

김익환 씨는 2010년 신용불량자가 됐다. 극장 운영에 도움을 주는 기업도 있지만 관람료만으로 적자를 메우기는 어려웠다. 영화 한 편에 3000만 원 정도의 저작권료와 극장 임차료로 매월 1600만 원 넘게 내면 손익을 맞추기 힘들어 집과 차를 담보로 대출을 받았다.

쌓이는 빚에 새 극장 운영에 걱정거리가 많지만 이 부녀의 표정은 밝았다.

“무역업을 하며 굳었던 인상이 밝게 변했다고 합니다.(웃음) 경제적으로 힘들지만 도저히 그만둘 수 없는 보람이 있습니다.”(김익환 씨)

“경북 문경과 강원 영월에서 하루 전날 서울에 와 찜질방에서 자고 극장에 오는 부부도 있습니다. 지난주 영월에서 감자 10kg을 보내 줘 극장 어르신들과 나누어 먹었습니다. 안산명화극장도 마음 푸근한 안산의 사랑방이 되길 바랍니다.”(김은주 씨)

개관 기념으로 안산명화극장은 ‘닥터 지바고’,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벤허’, ‘맨발의 청춘’ 등을 하루 한 편씩 2, 3차례 상영한다. 오후 8시 이후에는 외국인들을 위해 ‘삼국지’, ‘초한지’, ‘내 이름은 칸’ 등 중국과 인도, 동남아 영화를 한 차례 내보낸다. 070-4076-3827

송금한 기자 email@donga.com
#실버극장#안산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