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G2 新패권 시대]美대선 누가 이기든 美-中 관계엔 거친 파도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1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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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2 권력재편 이후

“미중 관계가 21세기를 만들어 나갈 것.”(2009년 7월) “중국은 적이기도 하고 규칙을 준수한다면 잠재적 동반자이기도 하다.”(2012년 10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취임 초기 중국과의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강조했다. 하지만 3년여가 지난 지금 미국 대선에서 공화당의 밋 롬니 후보는 물론이고 오바마 대통령도 ‘중국 때리기’에 나서 미중 관계가 평탄하지 않을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중국의 차기 최고지도자 시진핑(習近平) 국가부주석은 높아진 중국의 국력을 국제사회에 투영하라는 내부 압력이 점차 높아짐에 따라 민족주의적 성향이 강한 외교정책을 추구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시 부주석도 2009년 5월 중남미 5개국을 순방할 때 멕시코시티에서 “배가 불러 하는 일 없이 빈둥거리는 외국인들이 우리의 단점을 이것저것 들춰내 지적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실상 미국을 겨냥한 것으로 재정과 무역적자 속에서도 높은 소비 수준을 누려온 미국을 비판했다.

○ 먹구름 몰려오는 미중 관계

미국 대선에서 누가 집권하든 중국을 겨냥한 강경 조치가 잇따를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롬니는 유세 과정에서 수시로 중국을 겨냥해 환율조작국이라고 비난하면서 집권 후 정면 대응을 불사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오바마 대통령은 43개월 동안 중국의 불공정 무역관행에 눈을 감아왔다”며 “내가 백악관에 들어가면 첫날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선포하고 부당한 보조금에 관세를 매길 것”이라고 말했다.

집권 초반 중국과의 유화적인 관계 설정에 주력했던 오바마 대통령은 최근 유세 과정에서 “중국이 국제 규범에 맞는 페어플레이를 하도록 압박하겠다”고 방향을 약간 선회했다.

누가 이기든 차기 대통령은 경제위기가 중국의 불공정한 무역관행과 일자리 뺏기에서 비롯됐다는 불만을 외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긴장하면서 반발하고 있다. 1일 베이징(北京)에서 열린 ‘중-미 안전 관계와 합작’ 토론회에서 러위청(樂玉成) 외교부 부장조리는 “양국 관계는 복잡하고 민감한 요소가 매우 많다”며 “살이 연한 작은 생선이나 새우를 냄비에 넣고 계속 볶으면 (살이 문드러져) 견뎌내지 못하듯 중-미 관계도 오락가락해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공산당 기관지 런민(人民)일보를 포함해 중국 관영 언론은 미국 정치인들이 대선에서 중국을 이용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중국 내에서는 점차 미국에 대한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9월부터 계속된 중-일 간 센카쿠(尖閣)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 영유권 갈등도 결국 미국 탓이라고 중국은 주장한다. 미국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질서를 잘못 짜 시작된 데다 최근 분쟁에서 일본 편을 들고 있다고 보고 있어 분노가 높다.

○ 미중 갈등의 뿌리는

냉전이 종식되기 전까지 양국은 소련이라는 적에 대항하기 위해 공동 전선을 취했다. 1979년 1월 정식 수교한 뒤 그해 12월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을 계기로 미국은 중국에 대한 비(非)살상무기 수출 인정 등 밀월관계에 돌입했다. 1989년 6월 톈안먼(天安門) 사태로 관계가 틀어지기도 했지만 미국은 중국의 개혁 개방을 지지했고 중국도 미국의 넓은 시장이 필요했다. 2001년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미국이 지지한 것도 이런 맥락 때문이다.

미국이 9·11테러, 아프가니스탄전쟁 그리고 글로벌 금융위기로 휘청거리는 사이 중국의 국력이 미국에 맞설 만큼 비약적으로 성장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2005년 1월 조지 W 부시 행정부 2기 출범을 전후해 미국 내에서 ‘중국 위협론’이 본격 대두되기 시작했다. 푸멍쯔(傅夢孜) 중국현대국제관계연구원 부원장은 지난달 29일자 관영 환추(環球)시보 기고에서 “중국과 미국의 실력이 비슷해질수록 전략적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중국의 속내를 감추지 않았다.

중국에서 경제성장기에 태어나 국가에 대한 자부심이 강하고 민족주의 교육을 받은 ‘바링허우(八零後·1980년대 출생자)’들이 여론 주도층으로 나서면서 미국을 전략적 협력 상대에서 경쟁상대로 여기는 인식도 높아지고 있다.

○ 미중 관계에 따라 달라질 지구촌의 운명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요 2개국(G2)’으로 양대 패권 국가로 부상한 미중 양국의 협력에 따라 주요 글로벌 현안의 향방이 바뀔 것으로 전망된다.

아직 끝나지 않은 금융위기에 따른 세계경제 침체, 테러, 기후변화, 핵 확산 방지 등은 양국의 협력 없이는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어렵다.

하지만 양국 관계에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지뢰도 즐비하다. 미국의 대만에 대한 무기 판매, 남중국해 영유권 갈등, 미국의 동아시아 미사일 방어체제 구축 같은 외교 안보 현안과 중국 내 인권, 티베트 문제 등은 쉽게 접점을 찾기 어렵다. 양국의 경제적 상호의존도가 높아지고 있지만 위안화 평가절상, 미국의 대중국 첨단기술 수출 금지, 자동차 등 주요 품목의 보조금 지급 논란 등은 지속적으로 경제 무역 분쟁을 야기할 것이다.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의 표현처럼 미중 양국의 새 지도부가 앞으로 ‘동주공제(同舟共濟·같은 배를 타고 고난을 함께 넘는다)’할지, 아니면 타고 가던 배를 뒤엎는 등 마찰과 갈등으로 이어질지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베이징=이헌진 특파원 mungchii@donga.com  
워싱턴=최영해 특파원 yhchoi65@donga.com  
#미국#중국#오바마#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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