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자국의 침략주의 꾸짖은 일본 지성 1270인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9월 29일 03시 00분


노벨 문학상 수상자 오에 겐자부로를 비롯한 일본의 지식인 1270명이 독도와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문제에 대해 “영토 문제의 악순환을 멈추자”며 자성(自省)의 목소리를 냈다. 이들은 어제 일본 도쿄에서 호소문을 발표하고 “이번 문제가 근대 일본의 아시아 침략 역사에 배경을 두고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일본이 과거사를 외면하면서 주변국과의 갈등을 초래하고 그 결과 각국에 민족주의 파고(波高)가 높아져 영토 문제로 위기를 부르는 악순환을 막아보자는 것이 호소문의 핵심 내용이다.

급속한 우경화(右傾化)로 치닫는 일본 사회에서 과거 침략주의 역사를 직시할 것을 촉구하는 용기 있는 발언에는 모토시마 히토시 전 나가사키 시장, 평화헌법 9조를 지키자는 모임인 ‘9조회’의 다카다 겐 사무국장 등이 참여했다. 독도 문제 역시 일본의 침략 역사에서 비롯됐다. 일본 지성들은 “일본의 독도 편입은 한국이 가장 약하고 외교적 주장이 불가능한 가운데서 이뤄졌다”며 불법성을 인정했다. 그러나 노다 요시히코 일본 총리는 “한국이 독도를 불법 점거하고 있다”는 망언을 했다. 차기 일본 총리로 유력시되는 아베 신조 자민당 총재는 “집권할 경우 ‘고노 담화’와 ‘무라야마 담화’를 수정하겠다”고 공언했다. 노다 총리와 아베 총재는 “한국 국민에게 독도는 침략과 식민지 지배의 상징”이라는 일본 지성의 충언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일본 지성들이 동북아 지역의 배타적 민족주의를 우려한 것에 대해서도 공감한다. 이들은 민족주의가 국내 모순의 배출구로써 권력자에게 이용되는 것을 경계하면서 영토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주장했다. 일본의 대표적인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도 어제 아사히신문 기고문에서 “동북아에서 많은 사람이 이룬 문화적 성과가 영토 갈등으로 파괴돼 두렵다”면서 “영토 문제가 국민감정의 영역으로 들어가면 출구 없는 위험한 상황을 일으킨다”고 지적했다. 한중일 3국이 민족주의 정서에 휩쓸려서는 안 된다는 일본 지성들의 당부는 원론적으로 옳은 방향이다. 한국 사회도 그동안 3국이 공들여 쌓아온 신뢰와 협력 관계는 최대한 지켜나간다는 원칙을 갖고 주변국과의 갈등 문제에 접근할 필요가 있다.

일본 지성의 호소는 자국민뿐 아니라 한국과 중국에도 극한 대결로 치닫는 영토 문제를 이성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계기를 제공했다. 무엇보다 일본의 극우 정치인들이 변화된 역사인식을 보여야만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일본#지식인#영토분쟁#독도#센카쿠#댜오위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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