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관예우 금지법 1년]“전관이 검사에 식사 대접… 그 직후 무혐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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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7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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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해자들 사법불신 여전

법 개정에도 불구하고 법정 안팎에서 전관의 파워는 여전하고 적발은 쉽지 않다.

지난해 6월 법무부가 전관 변호사의 수임제한 위반을 신고 받기 위해 설치한 ‘공직퇴임변호사 수임제한 위반 신고센터’에서 1년간 접수한 전관예우 관련 신고 및 질의 건수는 전화와 인터넷 등을 통틀어 7건에 그쳤다. 그나마 실정법 위반으로 인정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었다.

판검사 출신 변호사들의 수임 사건을 감시하는 ‘법조윤리협의회’도 속수무책이다. 윤리협의회는 공직에서 퇴임한 지 2년이 지나지 않은 변호사들의 수임 명세를 받아 조사하고 있지만 지난 한 해 동안 전관예우 금지법 위반으로 변호사협회에 징계개시를 신청한 사례는 없었다. 윤리협의회 관계자는 “6개월 단위로 이뤄지는 심사는 변호사가 제출한 수임 명세를 바탕으로 진행돼 ‘전화변론’처럼 이름을 남기지 않는 음성적 전관예우를 적발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털어놨다.

시민들이 전관예우를 바라보는 시각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동아일보 취재팀이 인터넷 카페에 “전관 변호사로 인한 사법 피해를 제보 받고 있다”는 글을 올리자 하루 만에 20여 건의 제보 e메일과 쪽지가 왔다.

한 대학 교직원 한모 씨는 학교 공금을 횡령해 사적인 용도로 사용한 대학교수와 간부들을 업무상 배임 혐의로 고소했다가 황당한 일을 겪었다고 했다. 상대 측에서 수도권 지검장 출신 전관 변호사를 영입했다는 소문이 돌더니 수사가 무혐의로 급히 마무리됐다는 것이다. 검찰 기록에서 사건 발생 일자가 바뀌더니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무혐의 처분이 내려졌다는 게 한 씨의 주장이다. 한 씨는 “편법을 근절해야 할 검찰이 오히려 사건 뒤집기에 앞장섰다”고 주장했다. 한 씨는 법원에 재정신청을 낸 끝에 유죄 판결을 이끌어냈다.

대구에 사는 사업가 A 씨도 자신이 인수한 중소기업의 전임 사장을 횡령 혐의로 고소했다가 비슷한 일을 겪었다. 담당 검사가 상대편 전관 변호사에게 “어제 저녁식사 감사했다”며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본 뒤 피고소인이 무혐의로 풀려났다. A 씨는 “피고소인은 국세청 세무조사에서 횡령과 배임이 발각돼 벌금까지 냈는데 검찰만 유독 무혐의로 판단해 황당했다”며 “인맥을 통해 은밀히 오가는 ‘뒷거래’를 일반 시민의 처지에서는 알 길이 없어 답답하다”고 말했다.

고현국 기자 mck@donga.com
#법윤리협의회#법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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