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인권단체, 강제북송 탈북자 수감 전거리교화소 참상 공개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6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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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4, 5명 사망… 야유회 간다며 불러내 생매장도”170쪽 보고서 유엔제출 계획

‘교화소에서 탈출하다 붙잡힌 수감자는 트럭에 밧줄로 목을 매달아 개처럼 끌고 다녔다. 중국인과 탈북 여성 사이에서 태어난 아기는 군홧발로 밟아 죽였다.’

탈북자들의 입을 통해 전달된 북한 전거리교화소의 참상이 ‘살려주세요―반인륜 범죄의 현장 북한 교화소 전거리교화소 편’ 보고서를 통해 공개된다. 김상헌 북한인권정보센터 이사장과 김희태 북한인권개선모임 사무국장은 1995∼2009년 사이 전거리교화소에 수감됐다 한국에 정착한 탈북자 81명의 증언을 바탕으로 작성한 170쪽 분량의 보고서를 유엔에 제출할 계획이라고 25일 밝혔다. 이번 보고서에는 탈북자들이 직접 그린 삽화도 여러 장 포함됐다.

함경북도 회령시 전거리 일대 전거리교화소는 수감자의 80%가 탈북했다 강제 북송된 주민들로 탈북자 사이에선 요덕수용소보다 악명이 높다. 보고서에 따르면 교화소 수감자는 한 끼에 300g 미만의 식사를 제공받으며 이마저도 앉았다 일어서기를 100번 넘게 한 뒤에야 먹을 수 있다. 수감자 모두 벌목 광산 농사 등 강도 높은 노동에 동원되고 작업량을 채우지 못하면 잠을 자지 못한다.

여성 인권은 더 바닥에 떨어져 있다. 중국 남성과의 사이에서 임신한 여성 재소자를 강제로 유산시킨 뒤 자궁 속을 불로 지져 성적 불구로 만드는가 하면 성 고문과 성추행도 빈번하게 벌어진다.

이처럼 상상을 초월하는 학대 속에 하루 평균 4, 5명의 수감자들이 죽어나간다. 교화소에서 시신 처리를 맡았던 한 수감자는 “1998년 6월 30일부터 1999년 1월 19일 사이 859명의 시신을 소각해 묻었다”고 증언했다. 비밀 처형도 김정은 정권이 들어선 이후 급격히 늘고 있다. 김 사무국장은 “야유회를 간다며 교화소 밖으로 데리고 나가 생매장하거나 다른 수감자들 몰래 불러낸 뒤 목을 졸라 죽이는 식”이라며 “국내외 인권단체들의 반발을 우려해 탈법적으로 이들을 살해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사무국장은 2009년부터 보고서 작성을 후원해 온 일본의 북한 인권단체 관계자들을 초청한 가운데 2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특별 강연을 열고 보고서를 전달한다. 김 국장은 “올해 4월 국내외 북한인권단체들이 김정은을 반인륜범죄 혐의로 스페인 국가법원에 고발했는데 이번 보고서를 스페인 법원에도 증거자료로 제출할 계획”이라며 “피고발자인 김정은도 자연스레 보고서를 받아보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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