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편지/여일구]도시농업 수확물의 시장 출하 문제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6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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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서울 광화문 인근에서 이색적인 농산물 직거래장터가 열렸다. 장터의 일부는 지방농부의 판매코너, 다른 일부는 그보다 규모는 작지만 도시농부의 판매코너가 동시에 운영됐다. 지방농부 판매코너는 지방에서 직업적으로 농사를 짓는 농업인의 판매코너이고, 도시농부 판매코너는 도시의 텃밭이나 주말농장에서 취미로 농사를 짓는 도시민의 판매코너다.

이 장터를 찾은 소비자의 일부는 농산물을 지방농부에게서 구입할 것인지, 아니면 도시농부에게서 구입할 것인지 선택의 문제에 직면했을 것이다. 의도야 어떻든 취미로 하는 도시농업과 생업으로 하는 지방농업이 경쟁하는 형국이 된 것이다.

최근 주5일 근무가 확대되면서 도시민이 여유를 즐기기 위한 도시농업이 인기를 모으고 있다. 도시농업은 도시민이 도시지역 유휴공간을 활용하는 농사활동을 말한다. 도시민에게 쾌적한 녹색공간을 제공하고 소일거리와 정서 순화를 통해 도시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렇다면 취지에 맞게 도시농업을 통해 얻은 수확물을 자급자족이나 이웃 주민들과 나누는 정도를 벗어나 시장에 출하해 농업인과 경쟁하게 해서는 안 된다. 도시농업의 수확물이 시장에 출하되는 것은 농산물의 과잉공급을 야기하고 가격 질서를 문란하게 할 수 있다. 별도의 직업이 있고 여유로 농사를 짓는 도시민과 생업으로 농사를 지으면서도 생활 자체가 녹록하지 않은 농업인은 수확물 가격을 결정하는 동기가 다르기 때문이다.

도시농업 수확물의 시장 출하가 전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당장은 미미할 수 있다. 그러나 도시민의 여유로움에서 비롯된 이 경쟁에서 느끼는 농업인의 박탈감을 결코 적지 않을 것이다.

지금 농촌은 계속되는 자유무역협정(FTA)으로 과거 어느 때보다 큰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이러한 때 도시민의 여유로움이 농업인의 생업에 부정적 영향을 미쳐서는 안 된다. 농업인과 도시민이 상생의 지혜를 모을 수 있도록 도시농업의 수확물을 영리 목적으로 사용할 수 없게 제한해야 한다고 본다.

여일구 농협창녕교육원 교수
#농산물#직거래장터#F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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