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베이스볼] 심판을 심판하는 눈…오심, 카메라에 떨고있다

스포츠동아 입력 2012-05-10 07:00수정 2012-05-1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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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 팀 감독도, 선수도, 관중은 물론 수많은 시청자도 보고 있는 장면을 유독 심판만 보지 못해 최악의 오심을 낳기도 한다. 지난해 6월 8일 잠실에서 LG 임찬규는 9회초 2사 3루서 한화 3루주자 정원석을 잡으려다 명백한 보크를 범했지만 심판은 정원석의 홈 태그아웃을 선언했다. 한화 코치진이 격렬하게 항의했지만 심판은 아무도 마운드를 보지 않았고, 경기는 그대로 끝났다. 스포츠동아DB
오심…그 불편한 진실

디지털 시대 매일 전경기 생중계
심판의 실수, 고스란히 잡혀
오심엔 가혹한 악플 공격 받기도

ML선 심판 권위 막강
퍼펙트 날린 최악 판정도 존중


5월 3일 포털사이트 검색어 순위에서 메이저리그 심판판정이 갑자기 1위를 차지했다. ‘최악의 오심’이라는 타이틀이었다. 내용은 이랬다. 3일 LA 다저스-콜로라도 로키스전에서 메이저리그 28년차 베테랑 심판이 1루에서 오심을 했다. 로키스의 홈 쿠어스필드에서 콜로라도가 2-1로 앞선 6회 2사 1루였다. 다저스 제리 헤어스톤이 3루 땅볼을 쳤고, 콜로라도 수비수가 다이빙으로 잘 잡아 1루수 토드 헬튼에게 던졌다. 헬튼의 왼발이 베이스에서 멀찌감치 떨어졌지만 1루심 팀 웰크는 아웃을 선언했다. 다저스 돈 매팅리 감독이 열심히 항의해도 세이프-아웃이 번복될 리는 없었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가 공개한 영상을 보면 아슬아슬한 상황도 아니었다. 심판은 귀신에 홀린 듯 실수를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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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은 들끓었지만 이후 오심과 관련해 공식적으로 나온 액션은 없었다. 메이저리그 심판은 판정과 관련해 경기 뒤 공식적 인터뷰를 하지 않는다. 불문율이다. 커미셔너 사무국에서 공개적으로 벌금을 주는 것 같은 불이익도 없고, 발표도 하지 않는다. MLB 홈페이지에 문제의 동영상을 올린 것은 ‘쿨하다’고 해야 할까. 만일 비슷한 상황이었다면 우리는 그 심판을 당장 2군에 내려 보내거나 한국야구위원회(KBO)에서 벌금을 주고 그 사실을 널리 알렸을 것이다. 그러나 메이저리그는 그렇게 할 수 없다. 심판노조의 압력도 이유 가운데 하나다.

○호환, 마마보다 무서운 카메라와 심판들

요즘 KBO 심판들은 죽을 맛이다. 바로 방송사의 리플레이 영상 때문이다. “호환, 마마보다 더 무서운 방송사 카메라”라고 넋두리한다. 프로야구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방송사들이 경쟁적으로 방송중계기술을 발전시켰다. 4개 구장에서 열리는 경기가 모두 생중계되는 가운데 다양한 투구추적시스템과 슈퍼슬로모션 등 상상을 초월하는 기술이 동원된 영상이 안방을 찾는다.

그러다 보니 예전에는 쉽게 보이지 않던 심판의 실수가 여과 없이 드러난다. 2010남아공 월드컵 때 잇단 오심으로 국제축구연맹(FIFA)이 곤욕을 치른 것과 비슷하다. 순간 발생하는 상황에서 그동안 멀리 그라운드에만 감춰져 있던 ‘불편한 진실’이 방송장비와 영상기술의 향상 속에 베일을 벗었다. 세계 최고를 자랑하는 축구심판들이 골과 노골도 구분 못하고, 오프사이드는 물론 선수들의 시뮬레이션과 교묘한 반칙 등을 잡아내지 못한 것이 TV에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심판들의 수준이 갑작스럽게 떨어질 이유가 없기에 오심의 급격한 증가는 방송기술의 발전과 함께 봐야 할 대목이다.

○아날로그가 통했던 예전 심판

이런 면에서 요즘 KBO 심판들의 하소연도 이해는 된다. 예전이라면 잘 드러나지 않았던 장면들이 전광판은 물론 안방에 고스란히 잡히다보니 더욱 판정에 조심하고, 노력도 하지만 인간인 이상 완벽할 수는 없는 것이 판정의 세계다.

10년 전만 해도 심판은 말 그대로 그라운드의 판관이었다. 애매모호한 판정이 나왔을 때는 경기장 전광판에 그 영상을 틀지 못하게 은근히 홈팀에 압력을 넣기도 했다. 구단들도 후환이 두려웠던지, 아니면 심판의 권위를 존중했던지 민감한 장면은 방송에 나올지언정 전광판에선 외면했다. 심판석으로 방망이를 들고 쳐들어오거나 두발당성을 날린 감독은 있었지만 프로야구 30년 동안 심판의 결정적 오심으로 페넌트레이스를 망치거나 한국시리즈 우승의 향방이 바뀌는 것 같은 대형사고는 일어나지 않았다.

○디지털 시대의 심판

최근 방송기술의 진보 속에 심판들은 정신을 바짝 차리고 있다. 전광판에 문제의 장면이 나오지 않아도 요즘 관중은 스마트폰으로 판정을 즉각 확인한다. 포털사이트에 넘쳐나는 프로야구 관련 뉴스와 동영상에 실수한 심판에 대한 욕을 무한정 올리는 극성팬들도 많다. 심판이야 바쁜 스케줄로 악플을 못 볼 수도 있지만 자식과 가족의 가슴은 아프다.

이런 상황보다 더욱 심판을 힘들게 하는 것은 시스템이다. 예전 KBO 심판위원회는 총재 직속으로 독립적 위치에 있었다. 사소한 잘못도 있었지만, 승부조작의 마수가 가장 먼저 접근할 수 있었던 심판들이 프로야구 30년 동안 안전지대에 있었던 것은 많은 베테랑 심판들의 노력과 열정 덕이었다. 그러나 이런 심판들의 자부심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그라운드 관리인처럼 우리를 막 대한다”고 어느 심판은 투덜댔다. “요즘에는 경기를 보다가 TV 영상으로 오심이 확인되면 구단이 즉시 (KBO) 사무총장에게 전화를 걸어 항의를 한다. 예전 같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어느 심판 조장은 한탄했다. 심판의 판정과 권위에 대한 도전이다.

○오심을 대하는 태도가 다른 메이저리그

우리가 오심에 대해 쉬쉬하면서 음지에서 문제해결에 나선다면, 메이저리그는 공개적이다. 판정을 놓고 백악관이 공개적으로 나서기도 하고, 메이저리그 역대 오심 베스트10 기사가 작성될 정도로 사례는 많다.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SI)지에서 2010년 선정한 역대 오심 가운데 최고는 2010년 6월 3일 코메리카파크에서 벌어진 클리블랜드-디트로이트전의 1루심 짐 조이스의 판정이었다. 디트로이트 선발 아만도 갈라라가가 9회 투아웃까지 퍼펙트피칭을 했는데 클리블랜드 9번 제이슨 도날드의 내야땅볼 때 사고가 났다. 디트로이트 1루수 미겔 카브레라가 잡아 1루 커버에 들어온 갈라라가에게 송구해 역대 21번째 퍼펙트게임이 성사되려는 순간 1루심은 세이프를 선언했다. 명백한 아웃이었다. 팬들이 항의하고 백악관까지 나서 판정번복을 요청해도 야구에서 세이프-아웃은 한 번 판정나면 바꾸지 않는 법. 조이스가 불문율을 깨고 다음날 기자회견을 열어 잘못을 시인했다. 피해자 갈라라가와 짐 릴랜드 디트로이트 감독은 “사람인 이상 누구도 실수할 때가 있다. 그동안 조이스는 훌륭한 판정을 내려왔다. 그것도 야구라는 비즈니스의 일부분이다”며 심판을 감싸 비극적인 이야기는 할리우드 영화와 같은 결말로 끝났다.

이렇게 메이저리그 심판(2012년 현재 68명)은 존중을 받는다. 대우도 좋다. 그러다보니 한 번 메이저리그 심판이 되면 스스로 물러나지도 않는다. 마이너리그 심판들이 매일 아침 신문의 부고면부터 살피는 이유다.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트위터@kimjongk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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