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기업 보육 현장을 가다]<1> 아이 볼 사람 없을땐 회사에 SOS

동아일보 입력 2012-04-23 03:00수정 2012-04-27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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獨 밀레 ‘24시간 핫라인’ 개설
‘경력단절=경쟁력 저하’ 판단, 직원 보육 아낌없이 지원… 탄력근무제도 적극 도입
독일 귀터슬로의 밀레 본사와 5분 거리에 있는 직장보육시설 ‘어드벤처 키즈’. 한 직원이 출근길에 자녀를 맡기고 있다. 밀레 제공
‘보육, 건강, 가족문제까지 책임지는 살아있는 가족(The Living Family).’

독일 중부 도시 귀터슬로에 본사를 둔 가전회사 밀레는 올해 2월 이렇게 선언했다. 직원들이 일과 가족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도록 회사가 또 다른 가족을 자처하고 나선 것이다. 본사에는 직원 5000여 명이 근무하고 있다.

‘살아있는 가족’을 선언하기 전부터 밀레는 많은 노력을 해 왔다. 본사 직원 자녀 보육시설인 ‘어드벤처 키즈’가 그중 하나다. 지난해 4월 문을 연 어드벤처 키즈에는 생후 4개월에서 3세 이하 자녀들을 맡길 수 있다. 아이들은 독일어와 영어 2개국어를 배울 수 있고 주1회 스페인어도 배운다.

지난달 만난 마이케 바커 인사담당자는 “현재 이 시설을 이용하고 있는 직원은 8명이지만 수요가 늘어나면 얼마든지 수용인원을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보육시설 이용료의 절반 이상을 회사가 지원하며, 직원들은 연봉에 따라 월 100∼500유로(약 15만∼75만 원)를 부담한다. 오전 7시부터 오후 7시까지 이용할 수 있지만 사정이 생기면 밤 12시, 다음 날 아침까지 맡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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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밀레는 직원 가족들을 위한 24시간 핫라인도 개설했다. 아기를 키우는 가정에 갑자기 사정이 생겨 아이를 돌볼 사람이 없으면 언제든 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회사는 직원에게 믿고 맡길 수 있는 가사도우미를 추천해 준다.

밀레가 이처럼 보육지원을 아끼지 않는 것은 능력 있는 여직원들의 경력이 출산 후 단절되는 것이 회사의 경쟁력을 떨어뜨린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고위직 여성인력 육성을 중점 과제로 삼고 파격적 지원책을 마련했다. 현재 밀레 본사 임직원 중 여성 비율은 23.4%, 여성관리자 비율은 8.4%에 이른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여러 종류의 탄력근무제다. 출산 이후 여직원이 아이를 키우느라 회사를 그만두는 일이 없도록 하자는 것이다. 밀레의 직원들은 자신의 상황에 맞게 오전 근무, 주 3∼4일 근무, 격일근무 등으로 세분해 선택할 수 있다. 하루 7시간, 주 35시간을 근무하는데 평소보다 일을 많이 했다면 초과한 시간을 모아 휴가로 대체할 수도 있다.

사비네 쿰렌 인사담당자는 “프로젝트 회의처럼 동료와 함께하는 업무 일정을 사전에 조율해 자신이 원하는 날만 사무실에 나오는 사례도 많다”고 소개했다. 그 결과 밀레 직원들의 탄력근무제 이용률은 45%에 이르며 이직률도 매년 떨어지고 있다. 2007년 1.05%였던 이직률은 2년 만인 2009년 0.68%로 떨어졌다.

귀터슬로=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기업 보육#독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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