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균 “7년의 기다림 끝에 나쁜 놈으로 한번에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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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2월 16일 07시 00분


영화 데뷔작 ‘범죄와의 전쟁:나쁜 놈들의 전성시대’으로 강한 인상을 남긴 김성균은 벌써 후속작 제의도 받았다. 왼쪽 작은 사진은 영화에서 ‘박창우’ 역으로 분한 김성균.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쇼박스
영화 데뷔작 ‘범죄와의 전쟁:나쁜 놈들의 전성시대’으로 강한 인상을 남긴 김성균은 벌써 후속작 제의도 받았다. 왼쪽 작은 사진은 영화에서 ‘박창우’ 역으로 분한 김성균.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쇼박스
■ 영화 ‘범죄와의 전쟁…’ 미친 존재감 김성균

조연도 그 흔한 단역도 경험 한 적 없다
오로지 충무로 꿈꾸며 대학로서 내공 쌓아
여러 번의 낙방 끝에 윤종빈 감독 눈에 들어
2대8 단발에 시선 뺏는 연기…아! 강렬하다
그의 연기를 본 박중훈 마저 “빛이 난다” 극찬

이 배우 참 흥미롭다.

첫 출연한 영화 한 편으로 자신의 존재를 이처럼 강렬하게 알린 연기자는 드물다. ‘범죄와의 전쟁:나쁜 놈들의 전성시대’가 발굴한 김성균(32) 이야기다. 흔한 단역도, 누구나 거치는 조연의 경험도 없는 그는 오랫동안 단련된 단단한 쇳덩이처럼 영화의 처음부터 끝까지 질주한다.

서울 대학로에서 연극활동 7년. 대구에서 태어나 마산과 삼천포 연극 무대에서 활동하다 혈혈단신 서울로 온 것이 2005년 일이다.

그는 “연극만 하고 살 거였으면 지역에서도 충분했다”며 서울행을 결심한 순간부터 영화배우를 꿈꿨다. 그리고 그 꿈은 7년 만에 이뤄졌다.

‘범죄와의 전쟁:나쁜 놈들의 전성시대’(감독 윤종빈·이하 범죄와의 전쟁)는 최민식·하정우가 주축이지만 둘 사이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김성균이 맡은 박창우다. 조직의 2인자이자 하정우의 심복.

그는 영화에서 몸에 붙는 양복에 2대8 가르마의 단발머리를 앞세워 일단 관객을 시선을 붙잡아 둔 뒤 탄탄한 연기력으로 관객의 마음을 서늘하게 만든다. 물론 영화는 영화다. 그러나 그의 실제 삶은 영화 못지않게 흥미롭다.
●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화장실서 대사 연습”

김성균은 3월에 둘째 아들이 태어난다. 2010년 대학교 동기이자 역시 연극배우인 아내와 결혼했다. 그는 “어깨가 무겁다 못해 펼 수조차 없는 상황”이라고 ‘가장’의 마음을 밝히더니 “사실 사주에 일복은 타고났다고 하더라”고 웃었다.

김성균이 서울에 와서 가장 먼저 한 일은 영화사에 돌릴 프로필 사진 촬영.

“나름 풋풋했다”고 자랑하는 그 사진은 7년이나 지나서야 ‘범죄와의 전쟁’ 윤종빈 감독의 눈에 띈다. 긴 기다림 끝에 그에게 오디션 기회가 왔다. 부산사투리가 등장하는 영화 장면을 오디션에서 재현했다. 대뜸 “정말 영화에 한 번도 출연한 적 없느냐”는 질문을 거푸 쏟아지더니, 비중이 높은 박창우 역이 정해졌다.

김성균은 2006년 연극 ‘순정만화’부터 지난해 ‘라이어’까지 왕성한 무대활동을 하면서도 틈틈이 영화 오디션을 찾아다녔다. 번번이 낙방. 그래도 꿈을 포기하지 않는 것을 두고 그는 “지구력 강한 성격 덕분”이라고 자평했다.

‘범죄와의 전쟁’ 촬영을 앞두고는 심적으로 많은 부담도 느꼈다. 첫 영화의 설렘보다 “절실하게 기다려 얻은 기회인데 생각할 겨를 없이 훅 지나가버리면 어쩌나”하는 걱정이 앞섰기 때문.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화장실에서 시나리오를 연습했어요. 너무 흥분한 나머지 일을 그르칠 수 있다는 걱정 때문에요. 그 때 첫 아들 키우면서 정신없이 집안 일 한 게 마음 안정에 도움이 됐어요. 하하.”
● “나는 못 믿어도 최민식 선배는 믿자”

박중훈은 ‘범죄와의 전쟁’을 본 뒤 트위터에 김성균을 두고 “영화를 진짜처럼 만들어줬다. 정말 빛이 난다”고 썼다. 함께 연기한 하정우는 촬영을 시작하기도 전에 김성균을 자신의 소속사에 추천해 전속계약을 맺게 도왔다.

충무로를 무대로 새로 시작하는 그에게 툭 던지듯 충고를 자주 하는 사람은 최민식이다. “나는 못 믿어도 최민식 선배는 믿자”는 마음으로 촬영장에 나갔다는 김성균은 “돈 보다 자기 느낌을 믿고 길게 보라”는 최민식의 조언을 되새기고 있다.

‘범죄와의 전쟁’은 관객 300만 명을 돌파를 앞두고 있다. “첫 영화라 스크린을 눈뜨고 쳐다 볼 수 없었다”던 그는 이름과 얼굴을 빠르게 알리고 있다. 벌써 후속작 제의도 받았다. “당분간 영화를 하고 싶어요. 시작했으니 여기서 승부 봐야죠. 연극이요? 할 거예요. 연극 동료들과 ‘우리만의 연극 해보자’던 약속 꼭 지킬 거예요.”

지금 김성균의 꿈은 두 개다. 배우의 꿈과 함께 “친구 같은 아빠”가 되는 일도 있다. “항상 옆에 있다고 느끼는 아빠가 되고 싶어요. 두 아들과 손잡고 유치원에 다닐 때는 아내도 다시 연극 무대에 서야죠.”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트위터@madeinhar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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