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튼튼 2군, 든든 1군’ 시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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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2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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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빛나는 1군은 없다, 2군이 비춰줘야지…

《 재물이 끊임없이 쏟아진다는 ‘화수분 야구’의 전성시대다. 요즘 프로야구가 그렇다. 2군이 강한 팀이 1군 성적도 좋다. 2군은 이제 ‘전력 이외 선수들의 유배지’가 아니다. 2군 감독의 위상도 차세대 스타를 키우는 ‘공장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올해는 김경문 감독이 이끄는 제9구단 NC와 ‘야신’ 김성근 감독의 독립리그 팀 고양의 ‘빅 매치’가 예정돼 있다. 8개 구단 2군 감독들의 희로애락과 청사진을 2회에 걸쳐 소개한다. 》
해외 전지훈련 엔트리에 들지 못한 프로야구 2군 선수들이 맹추위 속에서도 국내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지난달 30일 두산의 
2군 전용 훈련장인 경기 이천 베어스필드에서 김경원 2군 투수코치(위쪽 사진 왼쪽)가 투수 이정호의 투구를 지켜보고 있다. SK 
김용희 2군 감독(아래쪽 사진 오른쪽)은 이날 인천 문학야구장 내 체력단련실에서 선수들의 웨이트트레이닝을 지도했다. 두산 
제공·인천=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해외 전지훈련 엔트리에 들지 못한 프로야구 2군 선수들이 맹추위 속에서도 국내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지난달 30일 두산의 2군 전용 훈련장인 경기 이천 베어스필드에서 김경원 2군 투수코치(위쪽 사진 왼쪽)가 투수 이정호의 투구를 지켜보고 있다. SK 김용희 2군 감독(아래쪽 사진 오른쪽)은 이날 인천 문학야구장 내 체력단련실에서 선수들의 웨이트트레이닝을 지도했다. 두산 제공·인천=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지난달 30일 SK의 홈구장인 인천 문학야구장 실내연습장. 선수들의 입에서 하얀 입김이 나왔다. 1군 선수들이 해외 전지훈련을 떠난 이곳에 임시로 자리를 잡았지만 실내에 비치된 온도계는 섭씨 영하 4도까지 내려갔다. SK 2군 선수들의 혹한기 훈련 현장이다. 이들은 2006년 인천 용현동 2군 전용 연습장이 재개발로 철거되면서 훈련장을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러나 선수들은 이를 악물고 훈련에 임했다. 김용희 2군 감독은 “정근우 박정권 박재상 등 2군 출신 스타들도 이런 어려움을 이겨내고 성장했다. 1군 진출을 위한 성장과정이다”라고 말했다.

○ 2군의 달라진 위상

프로야구 1군 선수들은 미국 괌 등 따뜻한 곳으로 전지훈련을 떠났다. 하지만 겨울을 국내에서 보내며 1군 진입을 위해 구슬땀을 흘리는 2군 선수들이 있다. 다듬어지지 않은 이들을 보석처럼 만드는 주인공은 2군 감독이다.

2군 감독은 그동안 조연에 불과했다. 스포트라이트는 1군 감독의 몫이었다. 하지만 2004년 두산 사령탑으로 부임한 김경문 전 감독(현 NC 감독)의 ‘화수분 야구’가 꽃을 피우며 2군에 대한 인식이 달라졌다. 이종욱 김현수 등 2군 출신 스타를 키워 낸 것이다.

LG 노찬엽 2군 감독은 “2군 없이 1군은 없다”고 했다. “2군 감독은 공장장이다. 1군에 통하는 물건을 만들어야 한다. 2군에서 제대로 된 상품을 만들지 못하면 1군도 함께 추락할 수밖에 없다.”

한국 야구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과 2009년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준우승을 거두며 수준이 높아졌다. 국내 자유계약선수(FA) 시장이 활성화되면서 주전급 선수의 이동이 늘어난 한편 가능성 있는 2군 유망주에 대한 필요성이 높아졌다.

외국인 선수의 활약이 예전만 못한 것도 2군을 전문화한 요인이었다. 삼성 장태수 2군 감독은 “지난해 외국인 선수 라이언 가코가 2군으로 떨어졌을 때 1군에 올라간 모상기가 삼성의 상승세를 도왔다”고 전했다.

○ 2군에 대한 투자도 적극적으로

2군의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이들에 대한 투자도 늘고 있다. 삼성 2군 28명은 5일 괌으로 전지훈련을 떠났다. 일부 2군 선수가 1군 해외 전지훈련에 참가한 적은 있지만 팀 차원의 해외 훈련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화는 올해 충남 서산 2군 전용 경기장을 준공해 차세대 스타를 발굴하겠다는 구상이다. SK 역시 인천 강화에 2군 연습장을 마련할 예정이다.

하지만 미국프로야구 마이너리그 싱글, 더블, 트리플A 같은 신인 발굴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3군 시스템의 정착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현재 8개 구단의 2군 규모는 신고 선수까지 포함해 50∼60명. 2군 엔트리 26명을 제외한 선수들은 체계적인 훈련을 하기 어렵다. 한화 정영기 2군 감독은 “지금은 2군 선수 60여 명이 운동장을 나눠 사용하는 상황이다. 3군 체제가 자리를 잡아야 제대로 된 선수로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이천, 인천=조동주 기자 djc@donga.com   
▼ KIA 이미 ‘3군 체제’… 통합관리 위해 2,3군 감독직 없애 ▼


KIA는 8개 구단 가운데 유일하게 ‘2군 감독’이 없다. 그 대신에 ‘2군 총괄 코치’로 박철우 전 고려대 인스트럭터를 영입했다. 그 이유는 뭘까.

KIA는 선동열 감독이 사실상 1, 2군을 총괄한다. 주전과 후보 선수를 수시로 파악하기 위해서다. KIA는 2010년부터 3군 체제를 도입했다. 걸음마 단계이긴 하지만 차영화 3군 전담 코치까지 뒀다. 2군 엔트리(26명)에 들지 못하는 선수들을 체계적으로 관리하자는 취지다. KIA 관계자는 “2, 3군은 1군에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는 역할뿐 아니라 중장기적으로 선수 육성을 강화한 조치다. 2군 총괄 코치는 2군과 3군을 통합 관리한다”고 말했다.

박철우 2군 총괄 코치는 선 감독과 함께 미국 애리조나 전지훈련에 동참했다. 다른 구단 2군 감독들이 한국에 남은 선수들을 지도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전지훈련 엔트리도 다른 구단에 비해 4, 5명 많은 46명이다. 선 감독은 좀 더 많은 선수가 전지훈련에 참가하도록 구단에 요청했다는 후문이다.

박 코치는 “이번 전지훈련에 참가한 1, 2군 선수를 미리 판단하기보다 공을 던지고 치는 모습을 꼼꼼히 챙기면서 가능성을 열어두겠다”고 말했다. 이어 “2군 선수 가운데 1군에 올라가지 못하거나 다시 2군으로 추락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해외 전지훈련이 큰 재산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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