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일 벗는 ‘다이아 게이트’]부실기업 허풍 + 정부 맞장구 + 뻥튀기 조사 ‘3박자 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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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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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466억 적자 CNK, 상장폐지 위기 벗어나려 ‘다이아 도박’② 오덕균 다녀간뒤 총리실-외교-지경부 팔걷고 전방위 지원③ 일부만 탐사… 임의로 깊이 100m 곱해 “4억2000만 캐럿”

카메룬 다이아몬드 광산 개발과 관련해 주가조작 의혹이 일고 있는 씨앤케이(CNK)인터내셔널이 2010년 말 주가조작 직전 400억 원이 넘는 적자 누적으로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CNK가 경영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주가조작 작전’을 펼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 검찰은 26일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자료 분석에 들어가는 한편 핵심 관계자들을 출국 금지했다.

○ 9년 연속 466억 원 당기순손실

CNK는 2002년 16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것을 시작으로 △2003년 38억 원 △2005년 69억 원 △2006년 57억 원 △2008년 70억 원 △2010년 49억 원 등 9년 연속 총 466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입었다. 2009년 2월 CNK마이닝이 경영권을 인수하고 대규모 유상증자를 했지만 자본잠식률은 계속 악화돼 2010년에는 43%에 이르렀다. 2008년 이후 5년 연속 영업손실이 발생할 경우 상장 폐지까지 될 위기였다.

감사원은 26일 발표한 감사 결과 보고서에서 ‘CNK의 오덕균 대표가 외교통상부 및 정부 부처 지원을 등에 업고 다이아몬드 개발권 획득에 대한 정부 지원을 회사 경영난 해소 및 주식가격 상승 작업에 악용할 소지가 있었다’고 적시했다. 아프리카 국가들은 자원이나 인프라 사업 결정 권한이 정부 고위층에 집중돼 있어 정부 차원의 협력 강화가 사업 진출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것을 감안한 오 대표가 정권 실세에 집중 로비를 벌였다는 것이다.

감사원은 외교부에 대한 감사 결과 김은석 에너지자원대사가 허위 보도자료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과 일부 협의한 정황을 포착했지만 직접 개입 여부는 확인하지 못한 상태다. 이에 따라 이번 사건과 관련해 검찰 수사의 최대 관심사는 박 전 차관의 연루 의혹을 밝혀내느냐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 정부 부처 3곳이 들썩들썩

2007년 카메룬 지질탐사 때의 오덕균 대표 카메룬 다이아몬드 광산 개발권을 따낸 오덕균 코코엔터프라이즈 회장(왼쪽)과 고 김원사 충남대 교수(왼쪽에서 세 번째)가 2007년 카메룬 요카두마 지역에서 현지 지질학자들과 찍은 기념사진. 3년 뒤인 2010년 코코엔터프라이즈는 자회사인 C&K마이닝을 통해 이 지역 광산 개발권을 따냈다. 동아일보DB
2007년 카메룬 지질탐사 때의 오덕균 대표 카메룬 다이아몬드 광산 개발권을 따낸 오덕균 코코엔터프라이즈 회장(왼쪽)과 고 김원사 충남대 교수(왼쪽에서 세 번째)가 2007년 카메룬 요카두마 지역에서 현지 지질학자들과 찍은 기념사진. 3년 뒤인 2010년 코코엔터프라이즈는 자회사인 C&K마이닝을 통해 이 지역 광산 개발권을 따냈다. 동아일보DB
오 대표가 2008년 12월부터 2010년 2월 사이에 국무총리실을 3차례 방문해 6대 전략광물도 아닌 다이아몬드 개발사업 추진 상황을 설명하자 총리실 지경부 외교부가 공동으로 구성한 ‘에너지 협력외교 아프리카 조사단’의 활동 내용에 다이아몬드 개발권 획득 관련 내용이 적극 포함됐다. 주카메룬 한국 대사에게 협조 요청을 하는가 하면 카메룬 광업산업기술개발부 차관 면담에서도 협조 요청을 하는 등 다이아몬드 개발권을 획득하는 데 정부가 적극 나서 CNK에 힘을 실어줬다. 9년간 466억 원의 손실을 본 회사에 정부 부처 3곳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셈이다.

검찰은 이번 사건을 1차적으로 시세 조종 및 미공개 정보 이용 행위 등에서 금융 범죄의 성격이 강하다고 규정하고 이 사건을 금융조세조사3부에 배당한 상태다. 그러나 정부 부처 3곳이 다이아몬드 개발 사업을 적극 지원하도록 영향력을 행사한 권력 실세나 배후를 찾는 것이 수사의 핵심이라는 점에서 특별수사 성격이 짙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검찰은 1차적으로는 감사원에 의해 고발된 김 대사 등이 비위를 저질렀는지를 판단한 다음 이를 토대로 윗선 또는 배후가 이번 사건에 개입했는지에 대해서도 들여다볼 방침이다.

○ ‘주먹구구’ 넘어 ‘날조 수준’

카메룬 현지신문 “다이아 미스터리” 씨앤케이(CNK)인터내셔널의 다이아몬드 개발 과정을 부정적으로 보도한 카메룬 현지 신문 ‘레자프리크’의 2009년 6월 22일자 기사. 사진은 바델 은당가 은딩가 카메룬 산업광업기술개발 장관. 카메룬 레자프리크 홈페이지
카메룬 현지신문 “다이아 미스터리” 씨앤케이(CNK)인터내셔널의 다이아몬드 개발 과정을 부정적으로 보도한 카메룬 현지 신문 ‘레자프리크’의 2009년 6월 22일자 기사. 사진은 바델 은당가 은딩가 카메룬 산업광업기술개발 장관. 카메룬 레자프리크 홈페이지
CNK는 유엔개발계획(UNDP) 보고서와 2007년 충남대 탐사팀 탐사 결과를 토대로 4억2000만 캐럿이 매장돼 있다고 홍보해 왔다. CNK는 자갈층 109곳, 역암층 67곳에 시굴정 조사를 했다고 하지만 전체 광상을 실측한 게 아니라 접근이 가능한 일부 지역에서만 진행한 것이다. CNK 관계자도 감사원에 “접근 가능한 소하천과 자갈층 등에서만 실측하고 나머지는 UNDP 지질도를 기초로 사무실에서 자로 재서 면적을 구했다”라고 답변했다. 다이아몬드 채굴이 가능한 역암층 깊이를 100m로 한 것도 임의로 정한 것이지 실제 작업을 거치지 않았다. 다이아몬드 평균 품위 역시 품위가 낮은 곳의 조사 결과는 빼고 산출하는 등 신뢰성이 크게 미흡했다. 심지어 2009년 8월과 12월 2차례에 걸쳐 실시한 발파조사 결과에서는 6곳 중 2곳은 다이아몬드가 전무했고 나머지 4곳의 다이아몬드 평균 품위도 탐사보고서에서 적용된 평균 품위의 17분의 1에 불과할 정도였다.

카메룬 정부도 탐사 결과 보고서의 추정매장량 부분에 의심을 갖고 추가 발파 조사를 요구했다. 당시 카메룬 현지 언론에서는 다이아몬드 매장량에 대한 부정적인 보도가 잇따랐지만 현지 공관에서는 외교부에 공식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로 현지 신문인 ‘레자프리크(Les Afriques)’는 2009년 6월 22일 ‘다이아몬드 매장량 미스터리’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CNK는 카메룬이 세계에서 가장 많은 다이아몬드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다고 하지만 카메룬 정부는 잘 모르겠다고 한다”며 CNK가 추진한 다이아몬드 채굴 사업에 대해 부정적인 보도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CNK 측은 “현재 다이아몬드 생산에 진입한 상태다. 추가 조사로 진실을 밝히겠다”는 방침이다. 검찰은 곧 CNK 직원들을 불러 카메룬 요카로마 지역 다이아몬드 매장 추정량을 4억2000만 캐럿으로 산출하게 된 경위를 조사할 방침이다.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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