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GM 부평공장… 국내 첫 특정기업 전용 매장 오픈
직원들 “커피 마실 곳 없다” 호소에 사장이 나서 유치
10일 스타벅스 부평GM점에서 직원들이 커피를 마시며 얘기를 나누고 있다. 인천=변영욱 기자 cut@donga.com
10일 오후 1시 인천 부평구 한국GM 부평공장 단지에 있는 스타벅스 부평GM점.
스타벅스 매장 건너편 공간에는 한국GM의 모기업인 제너럴모터스(GM)의 역사를 보여주는 홍보게시물과 차량이 전시돼 있었다. 같은 미국 브랜드가 한 공간에 모여있는 모습이 눈길을 끌었다.
매장은 황금색 쉐보레 마크가 새겨진 청색 작업점퍼를 입은 수십 명의 직원으로 붐볐다. 외국인 직원도 서너 명 섞여 있었다. 점심식사를 한 후 아메리카노 한 잔을 즐기는 모습은 도심 속 여느 커피전문점의 오후 풍경과 다르지 않았다.
신정희 한국GM 머천다이징팀 대리는 요즘 하루 평균 2, 3번은 회사 내 스타벅스 매장에 들러 커피를 마신다. 팀원들과도 가벼운 아이디어 회의는 사무실이 아니라 커피향이 그윽한 이곳에서 할 때도 많다. 신 대리는 “지난해 스타벅스를 유치하겠다는 회사 측 이야기를 듣고 ‘설마’했던 것이 사실”이라며 “직원들 커피 입맛까지 고민한 회사의 배려가 놀라울 정도”라고 말했다.
스타벅스 부평GM점은 지난해 12월 스타벅스코리아가 국내에서 444번째로 한국GM 홍보관 안에 문을 연 매장이다. 스타벅스가 1999년 이대점을 시작으로 국내에 진출한 이후 특정 기업의 임직원만을 위해 매장을 낸 것은 부평GM점이 처음이다. 한국GM 부평공장은 외부인의 출입이 엄격히 통제된 곳이다. 지하철 역세권이나 대학가처럼 유동인구가 많고 상권이 발달한 목 좋은 곳에 매장을 내는 스타벅스의 출점 전략과는 동떨어진 매장이다.
스타벅스가 삭막한 자동차공장단지 안에 매장을 내게 된 것은 한국GM의 간곡한 요청 때문이었다. 2009년 10월 취임한 마이크 아카몬 한국GM 사장은 부평공장 안에 제대로 커피 한 잔 마실 공간이 없다는 20대 직원들의 고충을 듣게 됐다. 부평공장에는 차를 만드는 생산직 3000여 명 외에도 연구, 사무직 인력 7000여 명 등 1만 명이 넘는 임직원이 일하고 있다.
100만 m²(약 30만 평) 규모의 용지 대부분이 생산을 위한 공장시설로 채워져 있어 젊은 사무직 직원들이 느끼는 근무환경은 서울 도심에 위치한 다른 대기업에 비해 열악한 편이다. 한국GM은 경영난을 딛고 2010년부터 2년간에 걸쳐 917명의 신입사원을 뽑았다. 젊은 ‘새내기’와 함께 많은 임직원이 만족할 만한 일터로 만들기 위해 ‘커피복지’까지 신경을 쓰게 됐다는 설명이다. 회사측은 직원들이 사원증을 제시하면 5% 할인 혜택도 볼 수 있도록 했다.
당초 스타벅스도 한국GM의 요청을 받고 외부인의 출입이 통제된 공장 안에 매장을 내는 것이 수익성에 맞을까 고민했다. 스타벅스코리아 관계자는 “1만 명이 넘는 임직원이 상주하는 공장단지인 데다 20, 30대 젊은 직원이 많아 충분히 사업성이 있다고 판단해 매장을 내게 됐다”고 설명했다.
인천=정효진 기자 wiseweb@donga.com 이지영 인턴기자 한양대 신문방송학과 4학년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