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리뷰]창의적 동작 눈길… 작품 이해도는 떨어져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2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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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용 ‘말들의 눈에는 피가’ ★★★

연극 ‘에쿠우스’를 모티브로 한 현대무용 ‘말들의 눈에는 피가’는 말을 형상화한 무용수들의 춤을 통해 주인공 앨런의 내면 세계를 표현했다. 국립현대무용단 제공
연극 ‘에쿠우스’를 모티브로 한 현대무용 ‘말들의 눈에는 피가’는 말을 형상화한 무용수들의 춤을 통해 주인공 앨런의 내면 세계를 표현했다. 국립현대무용단 제공
공연장인 서울 서계동 백성희장민호극장의 객석은 가득 차 통로에 보조석까지 깔았다. 8∼10일 세 차례 공연 모두 만석이었다. 객석이 400석에 불과한 소극장이기는 했지만 안무가인 홍승엽 국립현대무용단 예술감독의 브랜드 파워를 느끼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일반 관객을 흡수하지 못하면 이 땅의 현대무용은 존재할 이유가 없다”고 말한 홍 감독이 이 작품에서 대중과의 접점을 효과적으로 구현했는지는 의문이다.

1999년 초연 작을 다시 손봐 무대에 올린 ‘말들의 눈에는 피가’는 피터 셰퍼 원작의 연극 ‘에쿠우스’를 모티브로 삼았다. 연극은 말 6마리의 눈을 쇠꼬챙이로 찌른 16세 소년 앨런과 그를 치료하는 정신과 의사 다이사트를 통해 현대문명 속에서 방황하는 인간 심리를 다뤘다. 무용은 연극의 극 전개를 따라가지 않고 공연시간 60여 분을 앨런의 자폐적 내면세계를 표현하는 데 집중했다.

높이 3.5m, 폭 1m 남짓의 패널을 사용해 객석 쪽으로 열린 ‘ㄷ’자 형태로 만든 무대 안쪽은 말들이 머무는 공간이면서 세상과 격리된 앨런의 폐쇄적 내면세계다. 이 안에서 등 부위에 갈기 장식이 들어간 가죽 옷 차림의 여자 무용수 9명이 말로 나와 웃고, 괴로워하고, 뛰어논다.

홍승엽의 ‘춤 어휘’는 이 작품에서도 풍성했다. 손가락과 손목처럼 몸의 작은 근육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몇몇 동작은 창의적이었다. 무용수들의 웃고 찡그리는 표정들도 안무의 중요한 일부였다. 하지만 이 ‘어휘’들이 일반인도 이해할 수 있는 ‘글’을 만들지는 못했다.

배우 서상원 씨가 작품 해설자로 나오고 앨런 역을 맡은 연극배우 이기돈 씨와 무용수들이 원작에 나오는 대사를 읊어대지만 문맥을 상실한 텍스트는 작품 속에 섞이지 않고 물에 뜬 기름처럼 부유했다.

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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