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 October’ 박정권(SK)과 유한준(이상 30·넥센)은 동국대 동기로 10년 지기다. 2007년(유한준)과 2008년(박정권), 서로의 결혼식에서 번갈아 사회를 봤을 정도다. 10월초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 이후 재활에 매진하는 와중에도 유한준은 “친구의 경기를 꼭 챙겨봤다”고 했다.
정권아. 내가 이런 일은 쑥스러워서 잘 안하는 거 알지? 그래도 너니까 편지를 띄운다. 다른 얘기가 뭐가 필요하겠니. 정말 고생 많았다. 사실 시리즈 내내 일부러 전화를 안했어. 플레이오프(PO) 5차전 끝나고 딱 한 번 문자 메시지를 보냈던 게 전부였던 것 같다. ‘이건 가을 전어가 아니라 가을 정권이네’라고 말이야. 네가 바로 전화를 줘서 목소리를 듣는데, 참 기쁘더라. 야구라는 게 사실 매일 잘할 수 없는 것이잖아. 주변의 말들에 네가 얼마나 무거운 짐을 지고 있었을지, 헤아려보기도 했어. 그런 상황에서도 네가 참 잘 해낸 것 같아 자랑스럽다.
예전에 누군가에게 그렇게 얘기한 적이 있어. “정권이는 내 삶의 신호등”이라고. 항상 내 앞을 밝혀 주었으니까 말이야. 대학 2학년 시절 내가 “야구 안 한다”며 뛰쳐나갔을 때, 나를 잡아줬던 것. 공익근무를 할 수도 있었던 내게 “상무에 가라”고 조언해줬던 것. 지금 와서 보니, 고마운 일들이 참 많구나. 만약 네가 우승했다면 밥을 얻어먹으려고 했지만, 안 되겠다. 내가 그간의 일들에 보답도 할 겸, 맛있는 것 한번 쏠게. 난 재활 잘 하고 있으니 너무 걱정하지 말고, 조만간 한 번 보자꾸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