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인없는 편지] 유한준 “고마운 친구, 고생했으니 맛있는 것 한번 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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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1월 2일 07시 00분


넥센 히어로즈 유한준. 스포츠동아DB
넥센 히어로즈 유한준. 스포츠동아DB
■ 넥센 유한준이 절친 SK 박정권에게

‘Mr October’ 박정권(SK)과 유한준(이상 30·넥센)은 동국대 동기로 10년 지기다. 2007년(유한준)과 2008년(박정권), 서로의 결혼식에서 번갈아 사회를 봤을 정도다. 10월초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 이후 재활에 매진하는 와중에도 유한준은 “친구의 경기를 꼭 챙겨봤다”고 했다.

정권아. 내가 이런 일은 쑥스러워서 잘 안하는 거 알지? 그래도 너니까 편지를 띄운다. 다른 얘기가 뭐가 필요하겠니. 정말 고생 많았다. 사실 시리즈 내내 일부러 전화를 안했어. 플레이오프(PO) 5차전 끝나고 딱 한 번 문자 메시지를 보냈던 게 전부였던 것 같다. ‘이건 가을 전어가 아니라 가을 정권이네’라고 말이야. 네가 바로 전화를 줘서 목소리를 듣는데, 참 기쁘더라. 야구라는 게 사실 매일 잘할 수 없는 것이잖아. 주변의 말들에 네가 얼마나 무거운 짐을 지고 있었을지, 헤아려보기도 했어. 그런 상황에서도 네가 참 잘 해낸 것 같아 자랑스럽다.

예전에 누군가에게 그렇게 얘기한 적이 있어. “정권이는 내 삶의 신호등”이라고. 항상 내 앞을 밝혀 주었으니까 말이야. 대학 2학년 시절 내가 “야구 안 한다”며 뛰쳐나갔을 때, 나를 잡아줬던 것. 공익근무를 할 수도 있었던 내게 “상무에 가라”고 조언해줬던 것. 지금 와서 보니, 고마운 일들이 참 많구나. 만약 네가 우승했다면 밥을 얻어먹으려고 했지만, 안 되겠다. 내가 그간의 일들에 보답도 할 겸, 맛있는 것 한번 쏠게. 난 재활 잘 하고 있으니 너무 걱정하지 말고, 조만간 한 번 보자꾸나.

정리|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트위터@setupman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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