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제관계학의 석학인 스티븐 크래스너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사진)가 20일 선진국들의 대외원조에 대해 내놓은 평가는 혹독했다. 앞으로의 대외원조는 공여국의 이익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그의 해법 제시도 냉정했다.
크래스너 교수는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와 국무부 등에서 근무하며 미국 외교정책 전반에 관여했던 인물이다. 국무부 정책기획국장으로 근무할 당시 대외원조 개혁을 주도하기도 했다. 그는 아산정책연구원이 대외원조를 주제로 주최한 학술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최근 방한했다.
한국은 다음 달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을 포함해 전 세계 2500여 명이 참석하는 부산 세계원조개발총회를 앞두고 있다. 대외원조 확대를 고민하는 한국 정부에 대해 크래스너 교수는 “선진국의 기존 모델을 답습하지 말고 일본식 모델을 참고해 보라”고 조언했다.
일본의 경우 자국과의 투자 및 교역량이 많은 국가들을 대상으로 경제적 이익을 면밀히 따져 원조를 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그는 중국이 추진하는 ‘베이징 컨센서스’(다른 나라의 주권이나 인권 같은 민감한 현안을 건드리지 않는 중국의 대외정책)에 대해서는 “부패하고 무능하며 비효율적인 독재정권만 좋아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자원 확보를 목적으로 이뤄지는 중국의 현재 대외원조는 글로벌 기준을 따지지 않는 단기적 방식이라는 지적이다.
크래스너 교수는 한국의 대북 지원에 대해서도 “한국의 이익을 따져 해야 한다는 원칙은 같다”면서도 “남북관계는 오랜 역사가 있고 동서독의 상황보다 훨씬 복잡하고 어려운 만큼 장기적으로 봐야 할 문제”라고 신중한 답변을 내놨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