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플러스/이문원의 쇼비즈워치]말 많은 2NE1의 日데뷔, 성공한 게 맞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9월 26일 11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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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그룹 2NE1이 마침내 일본시장에 공식 진출했다. 지난 21일 발매된 일본 데뷔 미니앨범 'NOLZA'를 통해서다.

6개월 전인 3월16일 일본서 발매한 앨범 '2NE1'은 한국어 앨범이었다. 진출용이라기보다 기존 잠재돼있던 일본 팬 층을 고조시키기 위한 선물세트에 가까웠다. 그러니 일본어로 된 'NOLZA'를 공식 진출 기점으로 보는 게 옳다.

발매 이틀째 상황까지 'NOLZA'의 오리콘 차트 성적은 나쁘지 않다. 어떤 점에선 쾌거라 할만도 하다.

스타뉴스 9월22일자 기사 '2NE1, 데뷔앨범 日오리콘데일리 1위 쾌거..韓최초'는 "22일 2NE1 소속사인 YG엔터테인먼트에 따르면 지난 21일 발매된 2NE1의 일본 데뷔 미니앨범 'NOLZA'는 발표 당일 일본 최고 권위의 음반 판매 조사 차트인 오리콘의 데일리 앨범 차트에서 4위를 차지한 데 이어, 이틀째 마침내 1위를 거머쥐었다"고 전했다.

이어 "한국 보이 및 걸그룹 사상, 싱글과 앨범을 통틀어 데뷔 음반으로 오리콘 데일리 차트 정상에 오른 것은 2NE1이 처음이다. 2NE1의 향후 일본 행보에 더욱 관심이 쏠리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같은 미디어 보도와 맞물려 누리꾼들 사이에선 색다른 논란이 제기됐다. 'NOLZA'가 비록 순위 면에서는 괄목할 만한 성과를 보인 게 맞지만, 실질적 음반판매량 면에선 오히려 근래 진출한 한국 걸그룹들에 비해 떨어지는 결과를 낳았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누리꾼들은 지난 2개월 사이 일본시장에 진출한 레인보우, 애프터스쿨, 시크릿 등의 일본 데뷔 싱글 판매량과 'NOLZA' 판매량을 하나씩 비교하고 있다.

먼저 'NOLZA' 판매량이다. 'NOLZA'는 발매 첫날인 9월21일 7307장을 팔면서 데일리 4위에 올랐다. 그리고 이튿날인 22일 데일리 1위로 올랐지만 판매량 자체는 떨어졌다. 4852장을 팔았다.

원래 웬만큼 홍보가 된 뮤지션들 음반은 첫날 압도적인 수치로 팔고 그 다음날부터 절반 수준으로 떨어지곤 한다. 'NOLZA'도 그런 흐름을 타고 있고, 상식을 깨는 판매 곡선을 그릴 듯 싶진 않다. 이틀간 총판매량은 1만2159장이다.

그런데 9월14일 데뷔 싱글 'A'를 발매한 레인보우는 첫 날 1만141장을 팔아 'NOLZA'보다 3000장 가까이 더 나갔다. 데일리 3위였다. 이튿날 4109장을 팔아 'NOLZA'보다 700장 정도 떨어졌지만, 그래도 이틀간 총판매량은 1만4250장으로 'NOLZA'보다 많았다.

8월17일 데뷔 싱글 '뱅'을 발매한 애프터스쿨도 첫 날 9060장을 팔아 'NOLZA'를 앞질렀다. 데일리 6위였다. 이튿날 같은 데일리 6위를 기록하며 4651장을 더 팔았다. 이틀간 총판매량은 1만3711장이었다.

결국 지난 2개월 간 일본에 진출한 걸그룹들 중 2NE1은 첫 이틀 간 7190장을 판 시크릿보단 나았지만, 레인보우와 애프터스쿨에 비해선 오히려 약간 떨어지는 판매량을 보였다는 결론이 선다.

2NE1의 국내 인기가 레인보우, 애프터스쿨 등 다른 그룹보다 높다는 점에 비춰볼 때, 오히려 'NOLZA'의 성과는 실망스러운 게 아니냐는 것이다. 한 마디로, '타이밍'을 잘 잡아 순위만 좋았지 실질적 판매량 측면에선 빚 좋은 개살구에 가깝다는 것.

●싱글 판매량과 앨범 판매량의 단순비교는 무의미해


그러나 이 같은 누리꾼들의 문제제기에는 맹점이 있다. 레인보우, 애프터스쿨, 시크릿 등이 일본 데뷔와 함께 발매한 음반은 '싱글'이었다. 대부분 1~2곡 정도만 담고 있다.

그러나 2NE1이 발매한 'NOLZA'는 '앨범'이다. 지난 7월 한국서 발매한 미니 2집을 일본어로 새로 녹음한 음반이다. '내가 제일 잘 나가' '론리' '헤이트 유' '어글리' '돈 스톱 더 뮤직' 등 총 5곡이 수록됐다.

싱글과 앨범을 같은 차원에서 놓고 비교한다는 건 상식적으로 봐도 말이 안 된다. 전반적인 구도로 볼 때 앨범은 싱글보다 잘 팔리지 않는다. 일단 가격부터가 다르기 때문이다. DVD까지 포함된 요즘 사양으로 봤을 때 싱글 음반은 약 1600~1700엔 정도에 구매할 수 있다.

그러나 앨범은 3300~3400엔까지 올라간다. 2배다. 물론 'NOLZA' 같은 경우 미니앨범 형식이라 일반 앨범보단 싼 2300~2400엔대지만, 그래도 여전히 1700엔대 아래로 내려간 레인보우 싱글과는 차이가 크다.

결국 앨범시장 내에서 봤을 땐 가격경쟁력이 있을지라도, 이를 싱글시장 판매량으로 끌고 와 비교할 건 못 된다는 것이다.

지난 주 오리콘 위클리 차트를 살펴보자. 앨범과 싱글의 판매량 차이는 쉽게 드러난다. 싱글 부문 1위 에그자일이 20만1540장, 2위 모닝구무스메가 4만9576장, 3위 레인보우가 24082장, 4위 AKB48이 2만3034장, 5위 클라리스가 1만9478장을 판매했다.

하지만 앨범 부문에선 1위 AAA가 6만6203장, 2위 하마사키 아유미가 2만2548장, 3위 셰넬이 1만4100장, 4위 레드 핫 칠리 페퍼스가 1만2885장, 5위 SMAP가 9020장을 팔았다. 앨범 판매량이 전반적으로 싱글 판매량에 비해 절반씩 떨어진다.

더 중요한 건 2NE1이 이제 막 일본시장에 진출한 데뷔그룹이란 점이다. 수 년 이상 활동해온 유명 뮤지션들의 앨범은 그 신뢰도 탓에 발매 첫 주 몇 십만 장, 심지어 백만 장까지도 팔 수 있지만, 시장에 처음 들어서는 뮤지션의 '비싼' 앨범을 선뜻 사주기는 어렵다.

그러니 2NE1 'NOLZA'를 레인보우, 애프터스쿨 등과 비교해 실망스러운 수치라 평가하는 건 딱히 의미가 없는 단순 폄하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여기서부턴 2NE1 'NOLZA' 상황을 조금 다른 각도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질문을 바꿔볼 필요가 생긴다. 'NOLZA'는 과연 성공한 앨범이 맞는가라는 의문은 일단 접는 게 좋다. 그 정도면 성공이다.

'NOLZA'의 첫날 판매량 7307장은 같은 날 1위인 칼라피나의 8674장, 2위 브레이커즈의 8327장 등에 비해 크게 떨어지지 않았다. 그런데 이튿날 1위로 올라서면서 부턴 이들과 판매량 차이가 크게 줄었다. 심지어 'NOLZA' 이틀째에 앨범을 발매한 에브리 리틀 씽을 1600여장 차이로 누르기까지 했다.

지금 구도대로라면 'NOLZA'는 2만~2만5000장대에서 위클리를 마감하며 위클리 앨범 차트 1위를 노려볼 수도 있다. 물론 '약체'인 타이밍이기에 가능한 얘기란 점에 있어선 동의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당장 지난주 앨범 차트와 비교해봤을 때도 그 정도 수치면 2위권은 너끈하다. 소녀시대나 카라처럼 싱글이 먼저 터진 뒤 분위기를 몰아 앨범까지 팔아치운 경우가 아니라 무작정 앨범부터 밀어 넣은 상황치곤 충분히 괄목할 만한 성과라 할 만하다.

●2NE1이 앨범부터 일본시장에 들이민 까닭

그런 점에서 이제 진정한 의문은 '왜 2NE1은 앨범부터 밀어 넣었나'로 바뀔 필요가 있다. 언뜻 봐선 도저히 이해가 안 가는 상황이다. 아이돌그룹 론칭은 소녀시대나 카라 같은 방식이 정석이다.

캐치한 싱글로 그룹의 분위기와 콘셉트를 알리고, 그런 싱글이 2~3번 터져 나온 뒤 앨범을 팔아야 제대로 된 효과를 본다. 소녀시대, 카라도 그런 방식을 통해 싱글 5만장대에서 출발, 추후엔 싱글 15~20만장대로 확대되고 앨범을 40~50만장씩 파는데 성공했다.

그런데 왜 2NE1은 이 같은 '왕도'를 따르지 않고 다소 '무식한' 방법으로 시장에 진입했느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선 YG엔터테인먼트 측이 2NE1의 일본시장 '한계'를 미리 감지했기 때문이라 볼 수밖에 없다.

2NE1은 YG엔터테인먼트 레이블답게 기본적으론 힙합 중심 그룹이다. 근래 들어선 어쿠스틱 등 백인음악을 상당부분 소화하고 있어도 그 바탕까지 바뀌진 않았다. 지닌 미니앨범만 해도 어찌됐건 싱글커트 곡은 '내가 제일 잘 나가'였다.

그러나 일본시장에서 힙합은 절대 주류라 볼 수 없다. 대부분 언더그라운드, 잘 해봐야 언더와 오버 사이 미묘한 지점에서 활약하는 장르다. 당장 YG엔터테인먼트가 먼저 일본시장에 진출시킨 빅뱅 상황만 봐도 이를 명확히 알 수 있다.

아무리 빅뱅이 일본에서 인정받고 잘 나간다고 해도 싱글 최대판매는 지난해 '텔 미 굿바이'가 기록한 4만6449장, 앨범 최대판매도 지난 5월 발매한 '빅뱅 2'의 9만1217장이 한계다.

반면 유로팝 계열의 동방신기는 싱글 최대판매가 지난해 '브레이크 아웃!'이 기록한 28만9412장, 앨범 최대판매가 지난해 '베스트 셀렉션 2010'이 기록한 56만9530장이었다. 상대가 안 된다.

이런 상황에서 2NE1이 소녀시대나 카라와 '똑같은' 전략으로 일본시장에 접근한다면 문제가 커질 수 있었다. 같은 입장에서 소녀시대나 카라보다 나은 성과를 내기가 무척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면 한국시장에서도 문제가 생긴다. 아이돌그룹의 해외성과는 국내 위상을 보충해주는 자료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다. 일본시장에서 같은 전략으로 훨씬 떨어지는 결과를 낸다면, 소녀시대나 카라보다 확실히 뒤지는 그룹이란 인식이 생길 수 있다.

그러느니 차라리 '나만의 노선'을 선택해 소녀시대, 카라 등과의 비교를 피하고, '나름의 성과'를 토대로 해외시장 진출 이미지 메이킹을 하는 편이 나을 것이라고 판단했을 수 있다. 예컨대, 일본시장에선 상업적 성과가 아니라 자신들 음악을 알릴 목적이고, 자신들의 진정한 승부처는 소녀시대, 카라 등이 넘보지 못했던 미국시장이란 식으로 말이다.

또 다른 측면으로는, 빅뱅이 미리 실험한 결과를 토대로 일본시장에서 힙합 그룹의 '왕도'를 따로 설정한 것이라 볼 수도 있다. 실제로 빅뱅은 일본시장에서 날이 갈수록 위상이 올라가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싱글시장에서의 판도는 그런 위상과 맞아 떨어지질 않는다. 1집 '마이 헤븐'이 4만552장, 2집 '가라가라 고!!'가 3만2560장, 3집 '코에오키카세테'가 3만5852장, 4집 '텔 미 굿바이'가 4만6449장, 5집 '뷰티풀 행오버'가 3만6616장 팔렸다. 상승세가 전혀 보이지 않은 채 3~4만장대에서 쳇바퀴를 돌고 있다.

앨범시장에선 다르다. 메이저 데뷔 전 앨범 '넘버 1'이 1만7836장 팔린 이래, 정규 1집 '빅뱅' 6만6928장, 정규 2집 '빅뱅 2' 9만1217장 등으로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빅뱅의 일본 위상 상승은 싱글이 아니라 앨범 판도에서 드러나고 있는 셈이다.

그리고 그럴 수밖에 없다. 빅뱅처럼 전반적인 음악적 방향성으로 신뢰를 얻어내는 힙합 그룹은 트렌드성이 중시되는 싱글시장과 잘 맞지 않는 구석이 있다. 싱글시장은 콘셉트로서의 순간적 폭발력, 그야말로 아이돌적인 집중도가 관건이다. 음악적 신뢰도는 언제나 앨범시장에서 드러나게 돼있다.

이 같은 빅뱅 상황을 토대로, 빅뱅과 동일한 음악 장르, 동일한 콘셉트로 승부하는 2NE1은 아무리 해도 밋밋한 결과에서 맴돌 수밖에 없는 싱글시장 대신 애초부터 될성부른 앨범시장으로 직접 진입하는 방식을 동원했을 수 있다. 그리고 현재까지 결과는, 그런 전략이 잘 먹혀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눈에 띄는 한국대중음악산업의 전략적 진화


어찌됐건 이번 2NE1의 'NOLZA' 론칭 상황은, 일본시장 진출에 있어 한국대중음악산업이 전략적으로 점차 진화하고 있다는 방증이 되고 있다.

1차적으로 들이민 아이돌 그룹들의 데이터를 토대로, 약점을 보완하고 강점을 살리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얘기다. 이미 SM엔터테인먼트도 샤이니를 동방신기 때보다 훨씬 '편안하게' 진출 성공시킨 바 있다.

2NE1은 'NOLZA' 발매와 함께 지난 19일과 20일 이틀 간 일본 요코하마 아레나에서 데뷔 라이브 콘서트를 펼쳤다. 약 2만4000여명의 관객을 동원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어 24일과 25일에는 고베 월드기념홀에서, 10월1일과 2일에는 치바 마쿠하리 메세에서 투어를 이어갈 예정이다. 6회 공연의 예상 관객은 총 7만여 명대로 잡혀있다.

이것도 사실상 전무후무한 전략이었다. 6회 규모긴 해도 데뷔와 동시에 전국 투어를 한다는 발상은, 공식 데뷔 전 미리 깔려있던 팬층에 반복적으로 판매하겠다는 발상밖에 안 됐다.

왜 그런 식으로 가야하는지 이해가 안 됐다. 그러나 그런 식의 반복 판매 구도 속에서 기존 팬층의 결집력이 고조, 성공적인 음반 판매로 이어지게 됐을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전략적 진화라는 건 이처럼 흥미진진하고 '지켜보는 재미'가 있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여타 그룹들의 미래 진출방향에 대해서도 기대가 실린다.

SM엔터테인먼트에서 대기 중인 에프엑스, 그밖에 여러 기획사들에서 세계 2위 규모 시장을 놓고 대기시키고 있는 그룹들 향방에 관심이 쏠리게 된다. 또 어떤 독창적인 전략들이 제시될지 기대된다. 모두의 건투를 빈다.

※ 오·감·만·족 O₂플러스는 동아일보가 만드는 대중문화 전문 웹진입니다. 동아닷컴에서 만나는 오·감·만·족 O₂플러스!(news.donga.com/O2) 스마트폰 앱으로도 만나실 수 있습니다.

이문원 대중문화평론가 fletch@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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