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지하철 심야운행 횟수를 줄이자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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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9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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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시의회 제안… 찬반논쟁

서울지하철의 밤 12시 이후 심야 운행 횟수를 현행 94회에서 노선당 평균 2회꼴인 16회 이내로 줄이자는 의견이 최근 서울시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 ‘지하철 심야 연장 운행’은 2002년 12월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 재직 시절 처음 도입한 것으로 시민 편의를 위해 지하철 운행을 자정에서 오전 1시까지로 늘린 것이다. 그러나 연장 운행에 따라 지하철 운영 적자가 발생하고 승객도 많지 않아 시행 9년 만에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 심야 지하철 연간 290억 원 적자

현재 심야 시간 연장 운행 횟수는 1∼4호선을 운영하는 서울메트로가 하루 평균 64회(서울메트로 열차 42회, 코레일 차량 22회), 5∼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도시철도공사가 30회다.

서울시에 따르면 자정∼오전 1시 운행을 하면 직원들 야간 수당, 전기료 등의 비용이 수입보다 커 매년 약 290억 원의 적자가 발생한다. 이 시간대에 1∼4호선을 이용하는 승객은 평균 5만1933명으로 승객 점유율은 0.77%에 불과하다. 5∼8호선도 적게는 2만7800명(월요일)에서 많게는 4만3700명(금요일)이 이용해 전체 이용객의 0.81%에 그쳤다.

심야 연장 운행 축소 의견을 내는 곳은 서울시의회다. 교통위원회 소속 민주당 이행자 의원은 “이용 승객이 많지 않고 적자가 발생하는 상황에서 연장 운행을 계속해야 할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이 최근 실시한 ‘지하철 연장운행 지속 여부 여론조사’에서도 ‘연간 300억 원가량의 적자가 나는 지하철 심야 연장 운행을 어떻게 생각하나’라는 질문에 서울시민 2126명 중 46.2%(982명)가 ‘반대한다’고 답했다고 한다.

○ “시민 불편 초래” vs “적자 해소”

심야 연장 운행 축소에 대해 서울시와 지하철 운영기관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서울시 도시교통본부 관계자는 “기존 서비스를 축소하면 시민의 불편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며 “운행 횟수를 노선당 2회 이내로 줄이면 배차 간격이 30분 이상으로 늘어나고 객차가 승객으로 넘쳐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운영 기관의 부채 문제도 고려해야 할 변수로 꼽힌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지하철 운영기관의 부채는 총 3조400억 원(서울메트로 2조2200억 원, 서울도시철도공사 8200억 원)이다. 서울도시철도공사 관계자는 “차라리 심야 이용객에게 택시비를 주고 운행을 하지 않는 것이 낫다는 말이 나올 정도의 상황이지만 공공기관의 적자를 줄이겠다고 무턱대고 운행 횟수를 줄이면 시민이 반발할 가능성이 높아 고민이다”라고 말했다.

운행 횟수를 줄이는 데 따른 대체 교통수단 확보 문제도 관건이다. 심야 연장 운행 축소 반대파들은 “광역버스나 택시로 승객이 몰리면서 큰 혼란이 벌어질 수 있고 밤늦게 귀가하는 여성의 안전 문제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밤 12시∼오전 1시 이용 승객 8만4885명(1∼4호선 5만1933명, 5∼8호선 3만2952명)이 지하철 대신 택시를 탔을 때 부담해야 하는 비용(택시비 1만 원 기준)은 연간 3098억 원 수준”이라며 “운영 기관 적자만 문제를 삼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서울시 일각에서는 심야 연장 운행을 줄이는 대신 첫차 운행을 1시간 앞당기는 대안도 거론된다. 서울메트로 관계자는 “일찍 출근해야 하는 서민을 위해 첫차 시간을 오전 4시 반으로 당기자는 의견도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심야 지하철 운행과 관련된 의견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뒤 최종 결정을 할 예정이다.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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