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금융권 ‘모기지 줄소송’ 초대형 악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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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9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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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성 안알리고 부실 판매”… BoA등 17개은행 제소당해
“제2의 리먼사태 부를라”… 정부, 검찰에 수사자제 요청

15일 리먼브러더스 사태 3주년을 앞두고 미국 대형은행들이 부실 모기지 담보증권을 판매한 것이 문제가 돼 다시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 투자자들로부터는 줄소송이 제기되고 있고 검찰도 강도 높은 수사를 벌이고 있다.

미 최대 은행인 뱅크오브아메리카(BoA)가 막대한 보상금 지급으로 ‘제2의 리먼’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줄소송이 미 금융시스템을 뒤흔들 뇌관으로 떠오르고 있다. 버락 오바마 정부가 금융위기 및 주택시장 침체 재발을 우려해 검찰에 수사 자제를 요청할 지경에 이르렀다.

3일 주요 외신에 따르면 미 연방주택공사(FHFA)는 BoA 골드만삭스 JP모건 씨티그룹 등 주요 17개 대형은행이 1960억 달러(212조 원) 규모의 부실한 모기지(주택담보대출) 담보증권을 판매한 혐의로 이들 은행들을 상대로 뉴욕 주 및 코네티컷 연방법원에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FHFA는 이들이 모기지 담보증권의 위험성을 제대로 알리지 않아 2008년 300억 달러(32조 원) 규모의 공적자금이 투입된 국책주택금융회사인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이 큰 손해를 봤다고 밝혔다. 미 금융회사들은 올 초부터 모기지 증권에 투자했다가 손실을 본 개인 투자자들로부터 수백억 달러 규모의 소송에 시달려 왔다.

뉴욕 주 검찰은 6월부터 7개 대형금융회사에 대해 부실한 모기지 증권 판매와 주택 압류 절차의 문제를 파헤치는 강도 높은 수사를 벌이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리먼 사태 이후 금융회사들의 도덕적 해이로 엄청난 공적자금이 투입되고 국민들은 주택을 압류 당했는데 금융회사는 자기 배만 불려왔다”며 수사를 환영하고 있다.

하지만 금융회사들이 강력히 반발하는 가운데 연방정부마저 ‘수위 조절’에 나서고 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최근 숀 도너번 주택도시개발 장관이 에릭 슈나이더먼 뉴욕 주 검찰총장과 시민단체를 접촉해 ‘수사를 강행하지 말고 조정을 했으면 한다’는 뜻을 전달했으나 뉴욕 검찰은 거부했다.

부실 모기지 소송이 미 금융권에 얼마나 위협이 되는지는 미 최대은행인 BoA를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이 은행은 이미 6월에 투자자들에게 부실 모기지증권 판매에 대한 보상금 120억 달러를 지급하기로 한 데 이어 지난달에는 AIG가 100억 달러의 소송을 제기했다. 미 예금보험공사(FDIC)는 투자자들의 손해에 비해 120억 달러의 보상금이 적다며 다시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칼리안 낸디 잭스투자연구소 애널리스트는 “모기지 소송은 금융권의 큰 위협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은행들이 흔들리면 이미 위태로운 경제회복세에 직격탄을 날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뉴욕=박현진 특파원 witn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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