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 대구 육상]<3>본보 이종석 기자, 높이뛰기 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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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8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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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 - 처음 120cm 바 높이에 “이 정도야…”
당황 - 힘껏 날았는데… 어? 실패 실패 실패
흐뭇 - 재교육 받고 위로 솟으니 140cm 훌쩍

여자 높이뛰기 국가대표 한다례(파주시청·왼쪽)의 지도를 받는 이종석 기자.(오른쪽)
여자 높이뛰기 국가대표 한다례(파주시청·왼쪽)의 지도를 받는 이종석 기자.(오른쪽)

세계육상선수권이 국내에서 열리는데 뭐 쓸 만한 기획거리가 없을까. 이러고 기자들끼리 얘기하다 나온 게 육상 체험이다. 직접 해보면 어떨지 한번 시도해보자는 거였다. 그런데 “키도 크고 말랐으니 도약 종목이 낫겠다”는 말에 싫다 좋다 할 것도 없이 그냥 도약 종목으로 정해졌다.

도약 종목이라면 멀리뛰기와 세단뛰기, 높이뛰기, 장대높이뛰기가 있다. 멀리뛰기와 세단뛰기는 왠지 밋밋할 거 같았다. 장대높이뛰기는 믿거나 말거나지만 바를 넘고 떨어지다 항문에 장대가 박힌 선수가 실제로 있었다니 생각을 접었다. 기자 같은 초짜에게 장대가 있다고 해서 높이 도약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지도 않았다. 남은 건 높이뛰기뿐이었다.

대구 대회에 한국 대표로 출전하는 한다례(23·파주시청)에게 지도를 부탁했다. 18일 소속 팀 전지훈련지인 태백종합경기장에서 만난 그는 “오∼, 신발까지 제대로 준비했네요”라며 인사말을 건넸다. “몸이 엉망이니 장비라도 제대로 갖춰야…”라고 했더니 웃는다. 옆에 있던 파주시청 여태성 감독(40)은 “몸매를 보니 높이뛰기 체형이긴 한데 어려운 종목이에요. 다른 종목을 고르지 그랬어요”라며 시작도 하기 전에 기를 죽인다. 냅다 뛰기만 한다고 되는 게 아니고 리듬을 타야 하고 순간적인 집중력이 좋아야 된단다.

‘선수들은 허리를 뒤로 젖히면서 새처럼 멋있게 넘던데….’ 18일 태백종합경기장에서 높이뛰기 체험에 나선 본보 이종석 기자가 엉성한 배면뛰기 자세로 바를 넘고 있다. 태백=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선수들은 허리를 뒤로 젖히면서 새처럼 멋있게 넘던데….’ 18일 태백종합경기장에서 높이뛰기 체험에 나선 본보 이종석 기자가 엉성한 배면뛰기 자세로 바를 넘고 있다. 태백=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여 감독의 지시로 400m 트랙을 두 바퀴 돌았다. 스트레칭도 하란다. “점심 내기로 준비운동 없이 높이뛰기를 하다 목뼈가 부러진 사람도 있다”며 겁을 준다. 준비운동을 마치자 바 높이를 120cm에 맞추더니 넘어보란다. ‘장난하나’ 싶은 생각이 머리를 스치는 순간, 도움닫기 없이 제자리에서 넘으란다. 태백으로 가기 전에 정한 목표 높이는 150cm였다. 출발 전 한다례의 기록을 보니 중학교 1학년 때 150cm를 넘었다. 선수이긴 해도 13세 여학생만큼은 넘을 수 있겠지 싶었다. 일단 제자리에서 넘어보라니 바를 등지고 있는 힘껏 점프를 했는데 ‘틱’ 하는 소리가 났다. 길이 4m, 무게 2kg인 바가 땅에 떨어진 소리다. ‘이거 장난 아니네.’ 그렇게 네댓 번 연속 못 넘었다.

“높이뛰기는 점프가 먼저예요. 높이 뛰고 그 다음에 넘어가는 거예요. 몸이 제대로 솟기도 전에 자꾸 넘으려고 해요.” 한다례가 요령을 알려줬다. 보고 있자니 답답했던 모양이다. 초짜들은 대개 솟기도 전에 바를 넘어가려고 몸을 뒤튼다고 한다. 넘으려는 욕심이 앞서기 때문이란다.

시키는 대로 했다. 가볍게 넘었다. 130cm로 올리고 이번에는 도움닫기를 해 도전해 봤다. 선수들은 선호하는 도움닫기 걸음 수가 따로 있지만 초짜는 이러나 저러나 마찬가지란다. 몇 번 실패했지만 넘었다. 이제 140cm. 버거운 높이다. 바를 자꾸 떨어뜨렸다. “달려온 탄력이 있으니까 높이 솟아오르면 자연스럽게 넘어갑니다. 자꾸 억지로 넘으려고 하지 마세요.” 좀 전에 한다례가 한 얘기와 같은 말을 이번에는 여 감독이 했다. 몸에 힘을 빼란다. 힘 빼고 점프만 높이 한다는 생각으로 냅다 뛰었다. 몸이 바 위를 쑥 지나갔다. 여 감독은 “150cm도 가능하겠다”고 했다. 근데 이제 힘이 다 빠졌다. 뒤꿈치도 까졌다. ‘처음부터 150cm에 도전할걸’ 싶었다. 그래도 배운 건 있다. 최고로 높이 솟았을 때 몸을 뒤틀어야 바를 넘는다는 것. 일에도 순서가 있듯이 솟기도 전에 허리부터 접으면 ‘틱’ 소리가 난다.

태백=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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