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플러스/장규수 박사의 ‘스타시스템’]⑦스타들이 1인 기획사를 설립하는 이유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6월 21일 11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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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사를 떠나 1인 기획사 차리며 독립하는 스타들
●이는 매니저와 에이전트의 분리를 의미

최근 특정 스타가 직접 회사를 차리고 독자 연예활동에 나선 경우를 종종 찾아볼 수 있다. 이른바 거대 연예기획사에서 떨어져 나온 '스타들의 홀로서기'라고 명명할 수 있다.

특히 영화나 드라마에 출연하는 연기자들에게서 이런 현상을 찾아볼 수 있다. 초특급 배우인 배용준을 시작으로 장동건, 이병현, 송승헌, 김명민 등 스타급 남성연기자들로 '1인 기획사' 흐름이 확산되다가 최근에 김태희, 최지우, 전지현, 윤은혜 등 여성스타들도 합류할 정도다.

개그맨들도 이런 경향에 합류할 여지가 충분하다. 유재석, 강호동, 이경규, 김용만 등 주로 MC로 활약하는 초특급 개그맨들은 고액의 출연료를 받는 고정프로그램이 존재하기 때문에 과외 일정을 추가로 잡지 않는 경향이 강하다. 매니저먼트의 힘이 그리 덜 중요해졌다는 얘기다.

게다가 얼마 전 GOD출신의 김태우까지도 1인 기획사를 설립하고 독립하는 등 가수들의 독립사례도 쉽게 찾아볼 수 있게 됐다. 바야흐로 연예계는 '1인 기획사' 열풍인 셈이다.
올해 초 1인기획사인 \'JS엔터테인먼트\'를 설립한 국민 MC 유재석. 초특급 스타에게 1인기회사는 가장 매력적인 선택으로 꼽힌다.
올해 초 1인기획사인 \'JS엔터테인먼트\'를 설립한 국민 MC 유재석. 초특급 스타에게 1인기회사는 가장 매력적인 선택으로 꼽힌다.

■스타가 1인 기획사를 설립하는 이유는…역시 돈?

1990년대 들어서며 국내에서도 본격적으로 매니지먼트 사업이 뿌리를 내리기 시작했다. 이른바 연예기획사에 여러 연예인들이 전속으로 소속되어 활동하는 시스템이 바로 그것이다. 이후 2000년대 들어서며 대형자본이 유입되며 고액의 전속계약금을 받으며 소속사로 헤쳐 모이게 됐다.

그러나 최근의 연예비즈니스 환경은 예전과 사뭇 다르다. 우선 한류로 인한 초 거물급 스타들이 늘어난 것이다. 자연스럽게 거품이 생겨났고 양극화 현상도 벌어졌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연예비즈니스 업계가 합리적인 방법을 모색해야 했던 것이다.

이러한 추세에 따라서 스타가 1인 기획사를 설립하게 됐는데, 그 이유는 크게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한류의 열풍으로 과도한 자본이 유입되어 스타들이 수억에서 수십억 원에 이르는 전속계약금을 받고 옮겨 다니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그런데 최근 거품이 빠지며 더 이상 자신이 원하는 몸값을 받을 곳이 마땅치 않아졌다. 한류로 발생한 거품이 빠지는 시점에서 더 이상 과도한 전속계약금을 받으며 소속사를 이리저리 옮겨 다니는 현상은 줄어들 전망이다.

둘째, 자신의 이미지와 인지도를 확고히 굳힌 톱스타들은 경제적으로 안정되어 돈 욕심보다는 자신이 원하는 일만 스스로 결정하고 싶어한다.(배용준이 대표적인 사례다) 고액의 전속계약금을 선금으로 받고 나면 회사의 입장을 수용하여 자신의 의지와 다르게 활동을 하게 되어 분쟁의 씨앗이 되곤 했다.

셋째, 홀로서기를 하면 수익을 분배하지 않고 독차지할 수 있다.

대신 자신의 연예활동에 관한 여러 가지 업무를 처리하기 위하여 사업자 등록을 해야 된다. 수입이 많은 스타들은 연예활동으로 인한 수입과 지출에 관한 증빙서류를 발급, 지급받기 위해서 사업자등록은 필수적이며, 일부스타들은 절세를 위해 법인설립에 나선 것이다.

이른바 1인 기획사의 설립이다.(연예인이란 직업군은 개인소득으로 연간 일정액 이상의 순이익이 발생하면 최고요율을 세율을 적용받기 때문에, 법인을 설립하고 자신도 법인에게 인건비를 지급받으며 세율을 낮추는 것이다)

즉, 최근에 톱스타를 중심으로 독립하는 추세는 미국처럼 매니저와 에이전트가 분리되는 시스템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스타 1인 기획사의 서막을 알린 배우 배용준의 저간의 사정을 살펴보면 달라진 매니지먼트 환경을 이해할 수 있다(동아일보 자료사진)
스타 1인 기획사의 서막을 알린 배우 배용준의 저간의 사정을 살펴보면 달라진 매니지먼트 환경을 이해할 수 있다(동아일보 자료사진)

■점차 모습을 드러내는 '매니저'와 '에이전트'의 분리경향

이러한 시스템은 스타의 주변인물들이 매니저, 즉 관리업무를 담당하고, 홍보나 출연섭외는 전문가, 즉 에이전트와 별도의 계약을 체결하여 연예활동을 하게 된다.

국내 대표적인 사례는 김태희를 들 수 있다. 김태희는 지난해 루아엔터테인먼트를 설립하고 활동 중이다. 그러나 전소속사인 나무엑터스와도 에이전시 계약을 맺고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른바 미국의 에이전시시스템처럼 김태희는 나무엑터스에게 영화, 드라마, 광고 등의 출연섭외와 홍보를 위임하고, 자신의 개인적인 매니지먼트는 가족 또는 고용한 사람들과 해결하는 식이다.

그러나 이 같은 1인 기획사가 완벽한 대안이라고 말할 수도 없다. 스타들은 전문적으로 조직의 경영에 관해 학습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언론에 알려진 성공사례 이외에도 많은 스타들이 자신의 회사를 설립하거나 신인발굴에 투자하고 있지만, 성공 확률은 낮은 것이 현실이다.

특히 한류스타들이 자신의 이익을 위하여 독립하는 경우가 많은데, 독선에 빠져 자칫 잘못하면 큰 실수를 범하곤 한다. 스타는 혼자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닌데, 주변의 조언을 듣지 않고 자기 마음대로 활동하려고 하다 낭패를 보는 경우가 허다한 것.

또한 이러한 스타들의 독립추세는 미국의 시스템과는 조금 다른 면이 있다. 미국의 경우 연예산업 전체가 국가와 각 주에서 제정한 법률로 에이전트와 매니저를 구분하지만, 한국의 경우는 톱스타들이 자신의 편리함과 경제적 이익 때문에 독립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톱스타일수록 한 회사에 많은 연예인이 소속돼 있는 것보다는 자신에게 매니지먼트가 집중되기를 요구한다.

배용준의 독립도 대표적 사례다. 그는 자신의 연예활동 외에도 다양한 부가사업으로 회사를 성공적으로 이끌고 있다. 그러나 나머지 한류스타들은 배용준 처럼 독자적인 매니지먼트와 부가 사업을 하려는 의지보다 가족 등과 편하게 매니지먼트를 하며 개인적인 경제적 이익을 추구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스타가 되기 이전에는 전문적인 연예매니지먼트가 자신의 출연섭외와 관리를 해주어야 했지만, 스타가 된 이후에는 자신의 인지도를 보고 섭외가 들어오기 때문에 스타들은 스스로 독립하는 것이다.

결국, 한국의 스타는 크게 두 가지의 부류로 나누어진다. 전속계약금 등 유리한 조건에 따라서 소속사를 옮겨 다니는 경우와 자신이 스스로 연예사업의 주체가 되려는 경우다.

물론 이 같은 추세는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또 다른 문제를 양산할 수도 있다. 때문에 관련 법안을 제정하여 시스템을 확립하는 것이 필요하다. 전문적이고 합법적인 에이전트가 중개하는 시스템이 정착되면 연예산업이 더욱 체계적으로 발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장규수 | 연예산업연구소 소장 gyuso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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