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외로 나온 ‘스크린 골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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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6월 15일 07시 00분


필드처럼 날아가는 공 눈으로 확인
정식 레슨 안받아도 눈치줄 이 없어
한 번 라운드에 3∼4만원 부담 훌훌

최근 대구에서는 아웃도어(야외) 스크린 골프가 붐을 이루고 있다. 실제 필드와 비슷한 느낌에 많은 비용이 들지 않는 장점이 있다.
최근 대구에서는 아웃도어(야외) 스크린 골프가 붐을 이루고 있다. 실제 필드와 비슷한 느낌에 많은 비용이 들지 않는 장점이 있다.
■ 대구, 아웃도어 스크린 골프 붐

대구에 실내 스크린 골프에 이어 아웃도어(야외) 스크린 골프가 붐을 이루고 있다.

대구는 전통의 골프도시다. 국내 남자프로골프를 대표하는 배상문과 김대현의 고향이면서, 아마추어 골프의 요람이라 할 수 있는 송암배 골프대회가 열리는 곳이다. 골프의 도시 대구를 뒤흔들고 있는 원천지를 직접 찾아가 봤다.

● “스크린 골프하려고 30분 달려왔죠.”

4명의 남자가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뒤 곧바로 안내 데스크로 향했다.

“우리 7시30분에 예약했는데요.”

“네, 7번방으로 들어가시면 됩니다.”

남자들은 각자의 골프백을 챙겨 우르르 몰려갔다. 잠시 후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굿샷, 나이스샷!”

대구시 달서구 상인동에 위치한 한 골프연습장의 풍경이다. 친구와 함께 아웃도어 스크린골프를 하러 30분이나 차를 타고 왔다는 이창혁 씨는 마니아가 됐다.

“골프를 정식으로 배운 적은 없다. 골프가 대세이다 보니 친구들끼리 스크린 골프를 하면서 배운 게 전부다. 레슨은 TV를 보면서 시작했다. 그동안 실내 스크린 골프를 즐겼었는데 대구에 야외에서 하는 스크린 골프가 생겼다는 소문을 듣고 여기까지 오게 됐다.”

이 씨와 동료들은 한달에 3∼4회 정도 이렇게 모여 친목을 다진다. 예전에는 술을 마시는 게 전부였지만 골프를 함께 배운 후에는 술자리보다 골프모임이 더 많아졌다.

이 씨는 “우리 중에 골프장에 가본 사람은 몇 명 없다. 아직 정식으로 골프를 배우지 않았으니 골프장에 가는 게 조금 꺼려진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누구의 눈치도 볼 필요가 없고, 실제 필드에서 골프 하는 것과 같은 느낌을 가질 수 있어서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 저렴한 비용에 커지는 우정


생각만큼 많은 비용이 들지 않는 것도 장점이다. 골프채를 구입한 것을 제외하고는 큰 돈이 들지 않았다. 또 한번 라운드 하는데 3만∼4만 원 밖에 들지 않아 부담도 없다.

이 씨와 동료들은 “소주 한잔 마셔도 3, 4만 원이죠. 하지만 술을 마시면 집에 가서 눈치도 봐야하고 자주 보기도 힘들다. 하지만 스크린 골프를 하면 최소한 그런 소리 안 듣고, 운동이다 보니 더 자주 만나게 된다. 게다가 재미도 있으니 더 자주 만나게 된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게임 비용은 순위를 정해서 나눠 낸다. 1등부터 4등까지 만원 정도 차이를 둬 승패에 대한 부담도 줄였다.

“내기라고 해봐야 게임비를 내는 정도다. 그것도 1등 2만원, 2등 2만5000원 이런 식으로 내기 때문에 크게 부담되지 않는다. 소주 한잔 마셔도 3, 4만 원 이상 드니까 거기에 비하면 훨씬 비용이 덜 든다”게 이 씨의 설명이다.

● 생생한 필드 느낌이 인기 비결


실내 스크린 골프에 이어 아웃도어 스크린 골프 붐이 일고 있는 이유는 뭘까.

가장 큰 장점은 실제 필드와 비슷한 느낌 때문이다. 이 씨와 동료들처럼 스크린 골프 마니아들은 골프 경력이 짧은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아직 골프의 맛을 잘 모르고 그저 즐길 뿐이다.

이 씨는 “실내 스크린 골프와 아웃도어 스크린 골프는 전혀 다르다. 실내에서 하던 것처럼 했는데 전혀 성적이 안 나왔다. 지금까지는 단순하게 벽에 공을 때리는 정도였는데 야외 스크린골프는 공이 날아가는 것을 눈으로 보면서 하다보니 ‘아, 이게 골프구나’라는 것도 알게 됐고, 골프하는 맛도 난다”고 했다.

다른 방에서도 비슷한 얘기들이 흘러나왔다. 막 게임을 끝내고 나온 4명의 골퍼들은 “기계가 전혀 봐주는 게 없네”라며 “실내 스크린 골프는 실수를 해도 공이 똑바로 나갔는데 여기서는 그런 게 없다. 이 맛에 자꾸 오게 된다”고 말했다. 이날 이 연습장은 오후 11시가 넘도록 불이 꺼지지 않았다.

대구|글·사진 주영로 기자 (트위터 @na1872) na187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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