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플러스/장규수 박사의 ‘스타시스템’]⑥‘나가수’에 출연하는 스타들의 득과 실은…?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5월 30일 11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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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션' 및 '리얼 프로그램'의 세계적인 유행
●스타에게는 너무 가혹한 '나가수'…장수할까?

수많은 채널과 프로그램이 넘쳐나며 시청률 경쟁이 보다 치열해지고 있다.

그러다 보니 시청자들도 보다 전략적으로 움직인다. 미리 짜여진 각본에 의해 제작된 프로그램에 식상한 시청자들은 생생한 현장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 버라이어티프로그램, 일명 '리얼 프로그램'에 흥미를 갖기 시작한 것이다.

신인 발굴을 위한 '오디션프로그램'들은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화제가 되고 있으며, 기성 스타들이 출연하여 리얼 프로그램으로 구성한 다양한 프로그램들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미국의 '댄싱 위드 더 스타(Dancing with the Stars)' 등이 대표적인데, 국내에도 수년 전부터 '우리 결혼했어요', '1박2일', '패밀리가 떴다' 등 스타들이 정해진 상황 속에 던져진 후에 좌충우돌하는 상황들을 대중들이 지켜보는 프로그램들의 인기가 높은 실정이다.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세계적인 유행

미국의 인기 오디션프로그램 '아메리칸아이돌(American Idol)'은 얼마 전 '시즌 10'까지 방영되었을 정도로 높은 인기를 유지하고 있다. 또한 영국의 '브리튼즈 갓 탤런트(Britain's Got Talent)'는 세계 여러 나라로 프로그램의 포맷이 수출되어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다. 6월4일부터는 tvN을 통해 한국편이 방송될 예정이다.

특히, 중국에는 수많은 오디션프로그램이 난립하고 있다. '몽상중국(夢想中國)', '명성학원(名星學院)', '초급여성(超級女聲)', '명성찬(明星燦)' 등이 화제가 되었다. 심지어 공영방송인 CCTV은 오디션프로그램을 제작하며 대회 참가자에게 8년간의 전속계약서에 서명을 해야 된다는 규칙을 내세워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한국에서도 이러한 유행은 예외는 아니다. 최근 케이블방송 M.net에서 '슈퍼스타K' 시즌2가 흥행에 성공하며 최근 공중파 방송에 이르기까지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생겨나고 있다.

그러나, 유행에 편승한 유사 프로그램들은 화제를 불러일으킬만한 신인이 배출되지 않으며 특별한 관심을 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시청자의 관심을 집중시킬 수 있는 기성스타를 활용한 유사 프로그램이 제작되기도 하는데, MBC의 '서바이벌 나는 가수다'(이하, '나가수')가 대표적이다.

'나가수'라는 프로그램은 기존의 신인발굴을 위한 오디션프로그램을 기성 스타들의 경쟁으로 둔갑시킨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기획에는 스타의 입장에서 볼 때, 아주 큰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스타시스템의 측면에서 볼 때, '나가수'라는 프로그램에서 이익을 보는 이는 딱 둘이다. 첫째는 스타를 기용하여 시청률을 어느 정도 보장받을 수 있는 방송국(MBC), 둘째는 신인에 가깝지만 탁월한 실력을 인정받아 스타들과 함께 출연한 '정엽'과 같은 케이스다.

최근 방송계는 \'리얼리티\'와 \'오디션\' 프로그램과의 사랑에 빠져 있다. 그러나 유사 프로그램의 등장으로 성공률은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MBC 위대한 탄생.
최근 방송계는 \'리얼리티\'와 \'오디션\' 프로그램과의 사랑에 빠져 있다. 그러나 유사 프로그램의 등장으로 성공률은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MBC 위대한 탄생.


■에드가 모랭 "스타란 이미지로 구축된다"

'나가수'는 첫 회부터 큰 논란을 일으키며 부정적인 스캔들에 휩싸였으며, 담당 PD가 교체되었지만 지난주까지도 계속 스캔들로 얼룩지고 있다. 그러나 프로그램에 소개된 음악은 갑자기 음악차트 상위권에 올랐고, 스타라고 칭하기에 거리가 먼 일부 가수가 대중의 관심을 받기도 했다.

여기서 필자가 논하고 싶은 것은 출연한 스타의 이후 모습이다.

방송 산업 연구자 애드가 모랭은 "스타란 이미지로 구축된다"고 강조한다. 노래만 잘한다고 스타급 가수가 되는 것이 아니라, 대중에게 각인되는 이미지가 중요한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볼 때, 일부 스타들은 여러 가지 스캔들에 휩싸이며 가수로서가 아닌 스타로의 이미지에 타격을 입고 말았다.

MBC 서바이벌 프로 ‘나는 가수다’ 에 출연 해 비난을 받은 가수 김건모. 톱스타에게 리얼버라이어티 출연은 쉽지 않은 모헙이다. MBC TV 화면
MBC 서바이벌 프로 ‘나는 가수다’ 에 출연 해 비난을 받은 가수 김건모. 톱스타에게 리얼버라이어티 출연은 쉽지 않은 모헙이다. MBC TV 화면

오랜만에 브라운관에 컴백한 이소라는 첫 회에 부른 '바람이 분다'를 알리는데 성공했지만, 그녀의 행동과 말들은 인터넷을 타고 부정적 이미지를 구축했다. 이미 수년전에 음악이 아닌 과도한 다이어트로 홍역을 앓은 그녀가 이번 구설수로 가수가 아닌, 스타로서의 이미지에 좋은 영향을 끼쳤을 리 없다.

그리고 '나가수' 초반에 논란의 중심이 되었던 김건모도 힘든 시간을 보냈다. 국민가수라는 칭호가 잊혀져가는 시기에 데뷔 20주년을 맞이하여 그의 존재감을 과시하기위해 노력했으나, 의도와는 달리 스캔들의 중심에 서고 말았다.

그렇다고 MBC에서 책임지는 것도 아니다.

따라서 스타와 그 매니지먼트 관계자는 '나가수'에 출연하는 것 자체를 좀 더 신중하게 고려했어야 되지 않았냐는 생각이 든다.
반면에 정엽은 '나가수'를 통해서 단숨에 탑 스타의 인지도를 구축했다. 사실 필자도 '나가수' 이전엔 정엽의 대표곡을 어디선가 들어보긴 했지만 그의 얼굴을 본 적이 없었다. 뒤이어 참여한 김연우나 BMK 역시 실력을 널리 알린 가수들이긴 하지만 대중적인 인지도를 가진 스타는 결코 아니었다.

박정현, 윤도현, 임재범 등도 나름대로 손해는 보지 않은 케이스로 보인다. 특히 윤도현은 초반에 다른 가수들과 차별화된 공연으로 높은 점수를 받았고, 이러한 결과는 당연히 스타의 이미지구축에 긍정적 영향을 끼쳤다. 게다가 그가 출연하고 있는 뮤지컬의 흥행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나는 가수다'에 출연해 신드롬을 몰고온 가수 임재범. 그러나 대부분의 스타 가수들에게는 출연의 메리트가 적은게 고민이다(자료사진)
'나는 가수다'에 출연해 신드롬을 몰고온 가수 임재범. 그러나 대부분의 스타 가수들에게는 출연의 메리트가 적은게 고민이다(자료사진)

결국, '나가수'는 스타들에게는 치명타를 입히거나 특별한 이익을 가져다주지 못하는 무대로 평가할 수가 있다.

'나가수'의 결정적인 오류는 스타들의 노래경연장에 스타가 아닌 자들의 경연장으로 운영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방송관계자들은 '나가수'에 출연하는 스타들을 유심히 관찰 중이다. 신인이니 인지도가 낮은 가수 이외의 어떤 스타들의 출연할까? 과연 어떤 스타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출연을 선택할 것인가? 그리고 얻는 것은 무엇일까? 등등….

연출자는 절대로 출연자가 우선순위가 아니다. 오로지 프로그램의 완성도와 시청률만 고려할 뿐이다.

더구나 스타 매니지먼트는 성공확률이 매우 낮다. 스타로 이미 등극한 입장에서 과거의 인기와 자신의 실력만 믿고 경솔하게 출연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행동이다. 당연히 성공할 때가 아닌, 실패했을 때를 더욱 고려하여 신중하게 출연을 결정해야 한다.

사실, 스타를 매니지먼트 하는 입장이라면 절대로 '나가수'에 담당 스타를 출연시키지 않을 것이다. 만약 신인이라면 출연하겠지만, 최근 대중과 거리가 멀어진 스타의 경우라도 출연하지 않을 것이다. 성공확률을 볼 때 얻는 것 보다 잃는 것이 더 많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러한 근거로 높은 음악적 완성도를 보이는 '나가수'의 롱런(long-run) 가능성은 낮다고 예상되는 것이다. 물론 또 다른 변수가 얼마든지 생길 수 있는 게 방송계이기도 하다.

장규수 | 연예산업연구소 소장 gyuso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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