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주우진]도요타 누른 현대·기아차의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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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5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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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우진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 한국자동차산업학회장
주우진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 한국자동차산업학회장
현대·기아자동차가 미국 시장에서 도요타를 제치고 해외 브랜드 1위를 차지했다는 낭보가 전해지자 자동차업계는 이번 성과의 의미를 평가하느라 분주하다. 긍정적 시각에서 본다면 현대·기아차가 양적 측면만 아니라 품질 면에서도 지난 10년 동안 엄청난 성과가 있었다는 점, 현대·기아차뿐만 아니라 한국지엠과 르노삼성도 함께 발전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완성차업체뿐만 아니라 부품산업도 동반 성장했다는 점이 두드러진다. 이런 점에서 이번 현대·기아차의 성과는 일회성이 아닌 역전 드라마의 시작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반대의 시각도 존재한다. 현대차가 미국에서 해외 브랜드 1위를 한 것은 불과 5월 한 달이라는 점, 현대차가 잘해서가 아니라 일본 기업이 환율 리콜 지진으로 스스로 추락했다는 점, 아직 일본 기업이 기술에서 앞서고 있다는 점은 우리가 자만하지 말아야 할 이유다. 특히 우리를 막 추격해 오는 중국 자동차회사들을 볼 때 자칫 우리가 ‘샌드위치’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낳게 된다. 이런 비관론에도 불구하고 현대·기아차 및 한국 자동차산업은 확실히 탄력을 받고 있으며 일본 자동차회사들은 그들의 강점을 잃어가고 있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세계 초일류 기업으로 발돋움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현대·기아차는 앞으로 많은 도전에 직면할 것이다. 현대·기아차는 지금 연산 500만 대에서 700만 대 체제로 전환하는 과정에 있다. 이는 단순히 200만 대의 생산 증가라기보다 질적 변신을 필요로 하는 것이다.

700만 대 생산은 세계시장의 10%를 차지한다는 뜻인데 자동차산업은 한 회사가 시장을 지배하기 어려운 산업이다. 왜냐하면 주요 수요국마다 자국의 자동차 및 부품산업을 가지고 있으며 자국 산업이 위협 받으면 곧바로 보호무역이 발동되기 때문이다. 도요타 리콜의 첫 번째 사건인 ‘플로어 매트’ 사건도 도요타에 아무런 책임이 없는 것으로 최근 미국 법정에서 판정했지만 미국 상원이 청문회를 여는 등 도요타는 이미 여론재판으로 큰 타격을 받았다. 그러므로 현대·기아차가 시장점유율 10%를 향해 가려면 제품뿐만 아니라 진출국의 사회에 많은 공헌을 해야 하고 여론을 유리하게 이끌어갈 능력도 있어야 한다.

다음으로 질적 변화가 필요한 분야는 노사관계다. 이미 독일과 일본의 노사문화는 대립의 시대를 지나 협력의 시대에 접어들었는데 우리는 아직 투쟁 모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기업과 노조가 원칙을 지키지 않고 편법적이고 위기를 넘기기 위한 협상에 급급하다 보니 노사문화에 발전이 없었던 것 같다. 유성기업 사례에서도 볼 수 있듯 기업은 파업이 무서워 계속해서 요구를 들어주고 노조는 파업을 하면 조건이 향상되는 파행적인 인센티브 구조가 있기 때문에 일정 주기마다 파업이 생기는 것이다. 이런 파행적인 노사 관행은 단기적인 손해를 감수하고라도 개선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현대·기아차가 집중해야 할 분야는 친환경자동차에 대한 투자다. 이제까지 사업성 등을 고려해 현대·기아차는 친환경차 개발 및 양산에 소극적이었지만 이제부터 경쟁사보다도 한발 앞선 친환경 전략을 구사할 때라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 기술개발을 넘어 양산 및 보급에 집중해야 한다. 그리고 정부도 친환경차 수요를 자극하기 위해 지금보다 과감한 보조금을 일반 소비자에게 제공해야 한다.

이번 현대·기아차의 5월 성과는 참으로 우리의 가슴을 후련하게 한다. 수십 년 동안 일본의 그늘에 있다가 이제는 박차고 나아갈 때가 된 것이다. 삼성이 소니를 능가했듯이 현대·기아차가 도요타를 능가하는 때가 오기를 기대한다.

주우진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 한국자동차산업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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