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민속박물관 ‘모자와 신발’ 특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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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4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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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과정 시연하는 장인 4명 인터뷰

《전통의복 하면 한복을 떠올리기 마련이지만, 모자와 신발도 옷만큼이나 중요한 의복의 구성요소다. 국립민속박물관이 20일부터 6월 13일까지 ‘머리에서 발끝까지-모자와 신발 특별전’을 연다. 조선시대부터 근현대에 이르는 모자와 신발의 변천사, 속담·전설·그림 속 모자와 신발 이야기를 담았다. 전통 모자와 신발 제작 시연회도 볼 수 있다. 시연을 펼칠 장인 4명을 만났다.》
‘갓’ 무형문화재 박창영 씨
무관들이 쓰는 주립. 박창영 씨 작품.국립민속박물관 제공
무관들이 쓰는 주립. 박창영 씨 작품.국립민속박물관 제공
-옛날엔 갓 하나에 장인 4명 ‘갓집’ 만들어 따로 보관도

중요무형문화재 제4호 입자장(笠子匠) 박창영 씨(68·사진)는 50년 넘게 갓을 만들었다. 고향집은 어려서부터 ‘갓방’을 했다. “우리 마을서 갓을 떼다 통영과 안동에 팔았죠.”

갓은 매우 섬세한 공예품이다. 입자장은 갓의 테두리 ‘양태’와 머리 부분 ‘총모자’를 연결해(갓 모으기) 완성하는 사람. 양태장과 총모자장, 갓에 옻칠을 하는 칠장은 따로 있다. 박 씨는 “지금은 내가 다 하지만, 원래 입자장도 네 종류라 옛날 어르신들 중에는 세죽사로 양태를 잡아 연결하는 ‘버렁잡이’만 하다 돌아가신 분도 있다”고 덧붙였다.

그런 만큼 사대부들은 갓을 소중히 모셨다. “한복 두루마기에 갓을 써야만 풍채가 나는 거라. 비 오면 비 맞지 말라고 ‘갈모’를 덮어썼고, 애들이 손댈까 봐 갓집을 높이 걸어놓고 보관했죠. 옷보다 중하면 중했지, 못하지는 않았어.”

족두리-화관 장인 박성호 씨
화관(앞)과 족두리. 박성호 씨 작품.
화관(앞)과 족두리. 박성호 씨 작품.
-先人작품 보고 제작법 익혀 보석 장식 기술은 못 따라가

‘서울시 사라져가는 문화재’ 관모장 박성호 씨(75·사진)는 전통혼례 때 쓸 족두리와 화관을 만들어왔다. “어디 가서 배울 데도 없으니 옛날 어르신들 만든 거랑 유물 보고 재주를 익혔어요.” 벌써 40년째다.

합지(合紙)로 관의 틀을 만들고 공단을 바른 뒤 안에 솜을 넣고 겉은 보석, 금종이로 마무리하는데, 장식이 완성도의 8할을 차지한다. “박물관에서 조상들의 작품을 보면 보석과 수공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나는 발끝에도 미치지 못할 지경이에요.”

불과 100년 전까지만 해도 맨머리로 외출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박 씨는 “계급과 행사별로 머리에 쓰는 것들이 있었잖아요. 그만큼 중요하고 또 아름다운 우리 머리쓰개인데, 많은 사람이 잊고 사니 안타까울 따름입니다”라고 말했다.
가죽-비단신 무형문화재 황해봉 씨
비단신 수혜와 관리들이 신던 목화. 황해봉 씨 작품.
비단신 수혜와 관리들이 신던 목화. 황해봉 씨 작품.
-조부가 조선왕실 소속 장인 옷 못지않게 신발에 禮 담아

중요무형문화재 제116호 화혜장 황해봉 씨(59·사진)는 5대째 전통 가죽신 ‘화(靴)’ ‘혜(鞋)’를 만든다. 할아버지인 고 황한갑 선생은 조선왕실 마지막 화장(靴匠)이었다.

모시와 삼베에 쌀을 곱게 빻은 풀을 먹여 신발 틀을 만들고, 그 위에 가죽이나 비단을 덮어 신발을 완성한다. 색은 신나무 같은 천연염료로 들였다. “화혜는 왕이나 관리, 상궁 등 특수한 계급들이 신는 신발이었지만 관리가 신는 목화, 여자가 신는 수혜, 기생이 신는 기혜 등 종류가 10가지 이상이에요. 발이 편하면 몸이 편하다고 하잖아요. 옛 선조들도 발의 중요성을 알고 옷 못지않게 신발에 예를 담았죠.”
짚신 등 짚공예 전승자 임채지 씨
짚으로 만든 설(雪)신. 임채지 씨 작품.
짚으로 만든 설(雪)신. 임채지 씨 작품.
-평생 새끼 꽈 손 성한데 없지만 조상 지혜 전승에 아픈줄 몰라

화혜가 특별한 사람들의 신발이었다면 대부분의 사람은 짚신을 신었다. 짚풀공예 국가기능전승자 임채지 씨(74·사진)는 “짚을 이용한 신발, 모자야말로 조상들의 ‘생활의 지혜’가 담긴 대표적 유물”이라고 말했다.

수확을 한 뒤 나오는 부산물 짚을 이용한 생활용품은 끝이 없다. 짚신, 소쿠리, 모자, 초가지붕, 접사리, 외형마름 등. 특히 짚신은 남녀노소 모두가 신는 ‘국민신발’이었다.

“질감이 좋고 가벼운 데다 통풍도 잘돼 발 건강에 좋아요. 수시로 만들 수 있는데다 모양도 아름답고요. 평생 새끼를 꽈 손이 많이 상했지만, 조상들의 지혜를 후대에 전한단 생각에 아픈 줄도 모르겠어요.”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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