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政資法 기습처리 후폭풍]‘검은돈 창구’ 존폐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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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3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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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쪼개기 불법후원 수단으로 악용되는 ‘소액 후원금 세액공제’도 재검토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정치자금법 개정안 기습처리를 계기로 10만 원 이하 소액 정치후원금에 대한 세액공제(세금으로 전액을 돌려받는 것) 제도를 다시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치인에 대한 유권자의 소액 후원을 활성화해 정치 참여를 확대한다는 입법 취지와 달리 후원금 ‘명의 쪼개기’를 통한 불법 후원금 제공의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문제점 때문이다.

○ ‘세금을 로비 자금으로 활용’


전국청원경찰친목협의회(청목회) 입법로비 사건에서 보듯이 기업이나 이익단체가 조직적으로 구성원들을 동원해 10만 원씩 후원금을 내는 수법이 일반화됐다. 구성원들이 별다른 거리낌 없이 자신의 돈으로 후원금을 내는 것은 세액공제를 통해 전액 돌려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국민의 세금이 기업, 단체의 로비자금으로 사용되는 셈이다.

세액공제 제도는 2004년 3월 정치자금법을 개정하면서 기업과 법인의 정치후원금을 금지하는 대신 소액다수 후원을 활성화하기 위해 도입했다. 당시에도 세수의 감소와 형평성 문제 등이 지적됐다. 종교단체나 시민사회단체에 주는 기부금은 연말정산을 통해 일부를 돌려받는 소득공제 방식이 적용되는 데 비해 정치인에게 주는 10만 원 이하 후원금은 전액을 되돌려주는 것은 정치권에 대한 특혜라는 것이다. 10만 원이 넘는 정치후원금은 다른 기부금처럼 소득공제 대상이다.

그럼에도 기부 문화가 활성화되지 않은 사회환경과 과거 선거 때마다 정치인에게 ‘얻어먹은’ 경험만 있고 물질적인 기여를 해본 적이 없는 유권자들이 이런 혜택이 없이는 쉽사리 지갑을 열지 않을 것이란 이유에서 이 제도가 도입됐다.

그러나 세액공제 혜택에도 불구하고 소액후원금 활성화는 한계를 보이고 있다. 2009년 국세청에 (세액공제 대상으로) 파악된 소액후원금은 293억 원으로, 같은 해 각 정당에 대한 국고보조금 지급 총액(309억5500만 원)보다 적었다. 2007년의 경우 소액후원금을 내고 세액공제를 받은 사람은 29만9000여 명으로, 이는 2007년 대선 유권자(3765만 명)의 0.8%에 불과했다.

반면 2008년 미국 대통령선거 당시 버락 오바마 후보가 받은 정치후원금 중 소액기부(200달러 이하) 비율이 57%였다. 오바마 대통령은 선거 당시 소액기부로만 3억5400만 달러(약 3958억 원)를 모금했다. 외국의 경우 소액후원금에 대해 100% 세액공제를 해주는 사례는 별로 없다.

○ 세액공제 존폐 논란과 대안


소액후원금 세액공제 제도의 존폐에 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국회 입법조사처 이현출 정치의회팀장은 “당분간은 소액후원금을 떠받치고 있는 이 제도의 유지가 필요하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 권경석 신지호 의원을 비롯한 일부 의원 사이에서는 “세액공제는 사실상 국고에서 의원들을 지원해 주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아예 의원별 후원회를 없애 후원금을 별도로 받지 말고 국가가 세금으로 모든 의원에게 균등하게 후원금을 나눠주자”는 주장도 나온다. 권 의원이 2009년 2월 이런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다.

그러나 의원들의 선거비용을 국고로 보전해주고 매달 세비를 지급하는 데다 의정활동 비용까지 세금으로 보전해주는 것은 지나치다는 비판이 만만치 않다. 유권자가 자신이 지지하지도 않는 의원들에게 들어갈 후원금을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제공하게 된다는 점에서 참여민주주의 정신에 반한다는 지적도 있다.

경희대 김민전 교수(정치학)는 세액공제를 폐지하는 대신 소액후원금에 대한 매칭펀드제 도입을 제안했다. 예를 들어 모금액이 아닌 후원자 수에 따라 국고에서 지원금을 보태주는 것이다. 이 제도를 도입하면 유권자가 후원금을 돌려받지 못해 ‘후원금 쪼개기’에 가담할 가능성은 줄어드는 대신 의원들은 소액후원자 수를 늘리기 위해 적극적인 활동을 펼치게 된다는 것이다. 정부로서는 유권자에게 돌려줄 돈으로 의원들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것이기 때문에 추가 예산이 들어가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김기현 기자 kimkihy@donga.com@@@@@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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