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 포커스] 프로데뷔 첫해인데…아파도 쉿!

  • 스포츠동아
  • 입력 2011년 1월 4일 07시 00분


고교시절 혹사…부상 잠재적 위험
지연규 등 입단때 이미 어깨 망가져
오버페이스·정신적 부담감도 한 몫

역대 특급 신인투수 중 마무리훈련이나 스프링캠프에서 탈이 난 선수들은 꽤 많다. 특히 타자보다는 거액의 계약금을 받은 특급 신인투수가 부상에 쉽게 노출돼 왔다.

우선 천안북일고와 동아대 출신으로 1992년 빙그레(한화 전신)에 입단한 지연규를 꼽을 수 있다. 대학 시절 정민태와 국가대표 원투펀치를 이뤘던 그는 당시 팀 역대 최고 계약금인 8700만원을 받았다.

실제로 스프링캠프에서 당시에는 보기 드문 152km의 강속구를 뿌려대자 김영덕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는 “공이 정말 좋다”며 잔뜩 기대에 부풀었다. 그러나 곧바로 어깨에 고장이 나면서 결국 첫해 9경기에 등판해 2승을 올리는 데 그쳤다. 이후 재활과 은퇴, 그리고 현역에 복귀하는 오뚝이 야구인생을 살아야만 했다.

1999년 계약금 2억4000만원을 받고 삼성에 입단한 권오준 역시 첫해 미국 플로리다 스프링캠프에서 피칭을 하다 팔꿈치 통증을 호소했고 결국 곧바로 LA로 건너가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을 받아야만 했다. 재활훈련과 군입대로 2003년에서야 처음 1군 무대를 밟았고, 이후 특급불펜으로 자리매김했다.

2004년 롯데 구단 역사상 최고계약금인 5억3000만원에 입단한 김수화(현 넥센), 2009년 계약금 5억5000만원에 두산 유니폼을 입은 성영훈 역시 첫해 스프링캠프에서 부상을 호소한 사례다.

신인투수가 프로구단 훈련에 합류한 뒤 부상으로 신음하는 이유는 우선 아마추어 시절 혹사를 들 수 있다. 이미 팔이나 어깨 등이 망가진 상태에서 프로에 입단했기 때문이다. 또한 아마 시절 아프지 않았더라도 부상의 잠재적 위험에 노출돼 있는 상태에서의 과잉의욕도 빼놓을 수 없다.

스포츠동아 이효봉 해설위원은 “특히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입단한 신인은 마무리훈련이나 전지훈련 때 뭔가를 보여주려고 오버페이스를 하는 경향이 있다. 유창식을 마무리훈련 때 던지는 걸 지켜봤지만 팔이 나오는 각도가 고교 시절과는 달랐다. 고교 시절 많이 던진 것보다는 오히려 정신적 부담감 때문에 투구폼이 달라진 게 아닌가 싶다”고 진단했다.

권오준은 “사실 첫해 전지훈련에 가기 전부터 팔꿈치가 조금 아팠다. 그래서 캠프 막바지에서 피칭을 했는데 너무 아팠다”면서 “지금 같으면 던지지 않았겠지만, 신인의 위치에다 곧 시범경기가 시작될 무렵이라 ‘아파서 못 던지겠다’는 말이 나오지 않았다”며 기억을 더듬었다. 결국 신인투수의 의욕과잉을 코칭스태프가 어떻게 억제하느냐가 매우 중요하다. 또한 코칭스태프도 하루 빨리 눈앞에서 신인의 실체를 파악하고 싶은 욕심을 버려야만 한다.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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