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 비즈니스 서밋 D-1]G20 비즈니스 서밋, 다보스포럼 넘어설까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1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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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비즈니스 서밋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비즈니스 서밋은 올해 처음 도입됐기 때문에 다소 생소한 행사다. 아직까지는 다보스포럼이라고 불리는 세계경제포럼(WEF)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기간에 열리는 APEC 최고경영자(CEO) 서밋이 더 친숙하다.

두 행사는 경제인 위주의 행사로 출발해 정계와 재계 인사들이 머리를 맞대는 행사로 성장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에 반해 비즈니스 서밋은 첫걸음부터 G20 정상들과 글로벌 기업 CEO들이 머리를 맞대는 행사가 됐기 때문에 정례화될 경우 세계 경제 협력을 논의할 주요한 축으로 빠르게 자리 잡을 것으로 보인다.

세 행사 중에 역사가 가장 긴 다보스포럼은 경제 관련 회동의 대명사 격이다. APEC CEO 서밋이나 비즈니스 서밋과 달리 민간재단이 주관하는 행사임에도 각국 유명 인사들이 참석 경쟁을 벌일 정도로 위상이 높다. 독일 출신으로 미국 하버드대 교수였던 클라우스 슈바프가 1971년 만들었을 당시에는 ‘유럽인 경영심포지엄’이었다. 그러나 다보스포럼의 위상이 커지면서 너무 폐쇄적이고 배타적이라는 비판이 일었다. 이에 따라 단계적으로 참석 대상이 전 세계로, 정치인으로, 비정부기구로 확대되면서 포럼의 위상도 점차 커졌다. 주요 국가 최고 지도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할 정도다. 민간 행사답게 초청받은 정치지도자가 아닌 이상 연회비와 참가비를 내야 하는 것이 특징이다.

민간 주도인 다보스포럼과 달리 APEC CEO 서밋은 APEC 회원국과 경제단체들이 조직적으로 준비하는 성격이 짙다. 1996년 마닐라 APEC 회의에서 처음 열렸고, 2005년 부산 APEC 정상회의 당시 10주년을 맞아 회원국 유력 정재계 인사 800여 명이 대거 참석하기도 했다. APEC CEO 서밋은 주로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 국한된 현안을 논의한다는 것이 나머지 두 행사와의 차이점이다. 주요국 정상들이 서밋에 참석해 각자 관심 있는 주제에 대해 연설도 하고, 참가자들의 질의를 받아 대화를 나누기도 한다. 대화를 통해 세계화, 에너지, 지구온난화, 안보 등 주제의 폭이 넓어지는 것이 특징이다.

비즈니스 서밋은 서울 G20 정상회의에서 신설된 만큼 아직 성격이나 특징을 규정하기에는 이르다. 하지만 준비 상황이나 참가자들의 호응도를 보면 다보스포럼이나 APEC CEO 서밋에 못지않은 글로벌 이벤트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

비즈니스 서밋은 민간 행사라는 한계(다보스포럼)나 참가 지역의 한계(APEC CEO 서밋)를 넘어설 수 있다는 점에서 큰 기대를 모으고 있다. 특히 주요 국가의 정상과 글로벌 기업의 CEO가 만나 시너지 효과를 내고, 현실적인 정책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점이 강점이다. 당초 CEO들만의 회동으로 계획됐으나 주제별로 G20에 참석하는 정상들이 한 명씩 참여하기로 한 것도 비즈니스 서밋에 쏠리는 기대를 키우고 있다.

비즈니스 서밋에서 논의된 내용은 G20 정상회의는 물론이고 다른 국제 협의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다보스포럼의 논의 내용이 G20 정상회의나 세계무역기구(WTO) 등의 협의 과정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과 유사하다. 비즈니스 서밋과 APEC CEO 서밋은 모두 특정한 주제를 가지고 열리지만 비공식적으로는 글로벌 기업 CEO들의 교류의 장으로도 활용된다는 점이 비슷할 것으로 보인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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