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뮤직] JYJ 그리고 박재범…소속사 분쟁 아이돌의 귀환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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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0월 28일 15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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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 소속사에 대항하는 독립 아이돌의 상반된 전략
●누가 만든 노래인지도 모르고 세일즈에 몰입한 대형기획사들


동방신기에서 독립한 JYJ.
동방신기에서 독립한 JYJ.
재중, 유천, 그리고 준수. 웬만한 케이팝 팬이라면 누구인지 다 아는 이들이다. 바로 동방신기(東方神起)의 멤버 이름들이다. 그런데 이름이 조금은 어색해 졌다. 예전의 이름은 다음과 같기 때문이다. 영웅재중 미키유천 그리고 시아준수.

이들의 이름이 바뀐 이유는 간단하다. 냉혹하다는 평가를 들을 정도로 철저한 SM의 아티스트 관리와 감시망을 뚫고 '독립을 쟁취'했기 때문이다.

SM이 활동을 금지하는 가처분 신청을 할 정도로 SM이라는 한 회사의 기둥을 흔들어놓은 대사건이었다. 그렇게 '화려하게' 원 소속사로부터 독립한 이들 3명의 '전 동방신기 멤버'들은 최근 보폭이 아주 넓은 첫 발걸음을 떼어놓았다.

해외 아티스트의 수입이 낯선 현상이 아닌 한국 대중음악 전장에서 '카니예 웨스트'와 '로드니 저킨스'라는 대가들의 이름을 발견하는 경험을 선사한다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일이다.

■작품성과 보컬 능력을 전면에 내세운 'JYJ'

그들의 첫 프로모션 트랙 'Ayyy Girl'은 카니예 웨스트라는 '럭셔리한 이름'만으로 평가할 수 있는 넘버가 아니다. 언제나 '가창력만큼은' 수준급이었던 이들의 뛰어난 보컬 능력이 충분히 발휘될 수 있게 설계됐다는 점이 중요하다.

뿐만 아니라 이를 통해 JYJ는 헤비 리스너들로부터도 '정당한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자격을 얻게 됐다. '동방신기'라는 이름만 듣고 무조건 그들을 거부해 왔던 장르 청취자들까지도 '카니예 웨스트'라는 이름에 귀를 기울일 수 있게 됐다는 얘기다.

JYJ는 SM과 활동하던 당시 어떤 부분이 결핍돼 있었는지를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 JYJ는 '동방신기 따위'에는 하등의 관심이 없었던 장르 청취자들의 '주의를 끄는' 데 결국 성공했다.

새로운 타겟 오디언스에 대한 도전을 '음악적 완성도 추구'를 통해 해냈다는 것은 JYJ가 이번 음반을 통해 얻어낸 최고의 마케팅적 성과다. 마케팅이라면 더 이상 잘할 수 없었을 것 같았던 SM이 못 했던 것은 무엇일까.

최근 소녀시대의 신곡 '훗!'의 작곡자가 알렉스 제임스라는 사실이 알려졌다.

누리꾼들은 '런 데빌 런'에서도 찾아볼 수 있었던 이 이름이 1990년대를 휩쓸었던 브릿팝 밴드 '블러'의 멤버 알렉스 제임스가 아닐까 하는 추측을 했고 이 소문은 삽시간에 인터넷에 퍼졌다.

■소녀시대와 SM의 '알렉스 제임스' 해프닝

여기서 중요한 것은 SM의 태도였다. 기자들의 문의에 SM측은 "음악 퍼블리싱 회사를 통해 구매한 음악이라 작곡자의 자세한 신상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으니 문의해 보겠다"는 맥빠지는 대답을 한 것이다. 자신들이 어떤 작곡자의 곡을 구매했는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결국 '훗!'의 알렉스 제임스는 '블러'와는 아무 관계없는 동명이인인 것으로 밝혀졌다. SM이 세계 팝 시장을 어떤 방식으로 보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해프닝이었다.

사실 대형 기획사들의 프로듀싱이란 악곡을 B2B를 통해 구매하고 리세일을 하는 정도의 수준밖에 되지 않는 것이다. 그런 SM으로부터 탈출한 JYJ는 탈출 그 자체만으로도 일정 이상의 성공을 해낸 것으로 볼 수 있다.

지난해 소속사 문제로 또 하나의 분쟁이 있었던 박재범 역시 2곡이 수록된 디지털 싱글을 통해 정식 활동을 시작했다. '풀 렝스'의 정규 앨범이나 미니 앨범이 아닌 디지털 싱글로 '슬그머니' 등장하는 것은 워밍업을 한다는 느낌을 준다.

프로모션 트랙으로 '밀고 있는' 노래 '베스티'는 컨템퍼러리 힙합을 기본으로 한 미들템포 곡이다. 하지만 그 완성도는 처참하다. 이제 시쳇말이 돼 버린 '꿀벅지' 같은 단어까지 등장하는 가사는 타겟 오디언스가 누구인지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게 하는 부분이다.

나아가 "니가 너무 아카워" 처럼 '교포 발음'까지 선보이는 것은 작전인지 실수인지 알 수 없을 정도다. 큰 화제를 불러일으키지 않으려 애쓴다는 느낌마저 들 정도의 악곡이고 재범이 지닌 남성적 매력을 전혀 활용하지 못한 노래다.

■조금은 힘을 빼고 허술하게 재등장한 '재범'

소속 팀으로부터 스스로 떨어져 나온 JYJ는 일부 팬덤으로부터 '배신자'라는 비난을 듣고 있다. 반대로 박재범은 팬덤으로부터 '피해자'라는 동정표를 얻고 있는 상황이다.

JYJ는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더욱 뛰어난 음반을 필사적으로 만들어야 했고, 박재범은 '그리 힘주지 않아도 저절로 팔릴' 것을 기대했을 수 있다.

또는 재범이 지나치게 공격적으로 전면에 등장할 경우 전 소속사의 '견제'를 받을지도 몰라 더욱 힘을 빼고 등장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추측도 가능하다. 그것이 사실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지만 어쨌든 '과거의 밝혀지지 않은 어떤 결점'을 그들이 쥐고 있다고 주장할 수 있는 상황이니 말이다.

JYJ는 '팬 층을 확장'하려 하고, 재범은 '팬들을 지키는 것만으로' 활동을 한정하려 한다. 이러한 상반된 전략이 그들의 음반으로 드러났다.

과연 어느 쪽이 성공할 것인지, 그 정답은 팬들만이 알고 있을 것이다.

현현 / 대중음악 평론가
hyeon.epi@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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