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싱Q|연예인과 안티…그 오묘한 상관관계] ‘왕비호’ 윤형빈 “안티는 나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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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9월 28일 07시 00분


■ 안티 덕분에 떴다…누구?

비호감 캐릭터 인기몰이… “나 좀 욕해달라” 줄서기

산전수전 다 겪은 연예인들도 안티라고 하면 대부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개그맨 윤형빈(일러스트)은 이런 위험천만한 대상을 개그 소재로 과감하게 도입해 인기 스타가 됐다. 그는 2008년 초부터 KBS 2TV ‘개그콘서트’에서 ‘왕비호’ 캐릭터로 등장, 인기 스타들에게 거침없이 독설을 퍼부었다. 당연히 이런 그의 모습은 많은 안티들을 만들었다.

매주 ‘개그콘서트’에서 스타들을 비웃으며 조롱하는 활약 덕분에 윤형빈은 순식간에 1만 명의 안티를 모으는 데 성공(?)했다. 안티 팬 카페도 5개나 생겼다.

물론 아무리 개그라고 해도 방송 초기 세상의 온갖 욕을 다 들어야 하는 ‘왕비호’란 캐릭터는 윤형빈 본인도 감당하기 어려웠다. 그는 평소 남에게 싫은 내색도 하지 못하는 ‘순둥이’로 유명하다. 이런 그가 남에게 독설을 퍼붓기란 쉽지 않았다. 무엇보다 윤형빈에게 당한 스타들의 팬들이 인터넷에서 더 독한 독설로 무차별로 비난을 퍼부었다.

한 인터넷 게시판에는 “뜨려고 별짓 다 한다” “윤형빈을 테러하자”는 의견이 올라와 한때 그는 ‘왕비호’ 개그를 심각하게 그만둘까 하는 고민도 했다.

그러나 이런 그의 모습이 차츰 주목을 받으면서 오히려 자신을 불러 ‘욕 좀 해달라’는 연예인들이 늘었다.

더구나 지금까지 방송에서 볼 수 없었던 ‘왕 비호감’ 콘셉트는 시간이 흐를수록 웃음으로 승화돼 차츰 안티들이 열성팬으로 돌아섰다. 또한 그동안 방송에서 금기시 되던 출연자를 비난하거나 약 올리는 이른바 ‘까는’ 개그가 예능 프로그램의 새로운 트렌드로 등장했다. 자연히 ‘왕비호’의 이미지도 거부감 없이 받아들여졌고, 어느새 2년 넘게 방송되면서 김병만의 ‘달인’과 함께 ‘개그콘서트’를 대표하는 캐릭터가 되었다.

이정연 기자 annjo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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