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현 강욱순 심현화 등 톱프로가 피팅하는 이유는?

  • 스포츠동아
  • 입력 2010년 8월 31일 17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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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럽에 맞춰서 쓰면 되지 피팅이 필요한가?”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이렇게 말하는 골퍼들이 많았다. 장비를 탓하면 “명필은 붓을 가리지 않는다”는 말로 되받아 치며 되레 비웃었다.

그러나 최근엔 상황이 달라졌다. 클럽에 맞춰 치는 것은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억지로 끼워 입는 것과 다르지 않다. 내 몸에 가장 편안한 옷을 맞춰 입듯, 클럽도 골퍼의 스윙 스타일과 체형 등에 맞춰 사용한다.

이런 과정을 클럽 피팅(Club Fitting)이라고 한다.

프로골퍼들은 시즌 중 클럽이나 골프 볼 등의 장비를 교체하는 일은 흔하지 않다. 특별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한 시즌이 끝날 때까지는 장비에 변화를 주지 않는다. 아마추어 골퍼들이 필드에서 작은 실수에 불평하며 클럽부터 바꾸는 것과 대조적이다.

8월 30일 김대현(22·하이트)과 강욱순(46), 김도훈(21·타이틀리스트), 심현화(21·요진건설) 등 10여 명의 남녀 톱 프로들이 경기도 용인 지산골프장에 마련된 타이틀리스트의 피팅 센터를 찾았다.

프로골퍼들이 피팅 센터를 찾은 이유는 현재 사용하고 있는 장비와 스윙 등에 변화가 없는 지 체크하기 위해서다. 말하자면 중간점검이다.

김대현은 지난해 12월 미국의 타이틀리스트 본사에서 피팅을 실시한 이후 혹시 스윙이나 장비에 어떤 변화가 생겼는지 궁금해 했다.

탄도추적기와 각종 스윙 분석 장비를 동원해 김대현의 드라이버 샷을 분석한 결과 국내 최장타자답게 엄청난 파워를 자랑했다.

그러나 타출각이 높고, 볼에 백스핀 양이 많은 게 단점으로 분석됐다.

거리는 최대 320야드 이상이 나왔지만 현재의 파워나 스피드라면 충분히 5~10야드 이상 더 거리를 낼 수 있다는 게 피팅 전문가의 설명이다.

측정 결과 김대현의 볼 스피드는 최대 176mph, 타출각은 14도, 백스핀양은 2700~3000rpm 정도를 유지했다. 비거리는 이 세 가지 요소가 적절하게 유지될 때 최대치가 나온다.

미 PGA 투어 선수들은 볼 스피드가 170mph 이상일 경우 타출각은 11도, 백스핀은 2500rpm 이하로 유지하는 게 일반적이다. 그래야 더 안정적인 구질을 만들어 다양한 변화에 잘 적응할 수 있다는 게 피팅 담당자의 설명이었다. 피팅은 여기서부터 출발한다.

스윙을 변화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최적의 스피드와 타출각, 백스핀을 유발할 수 있는 클럽을 찾는 게 피팅의 최종 목표다.

피팅을 끝낸 김대현은 “오늘은 장비를 교체하기보다 나만의 확실한 스윙 데이터를 알기 위한 목적이 크다. 이전까지는 나에게 맞는 클럽을 찾는 것조차 힘들었다. 그런데 피팅을 통해 최적의 장비로 교체하면서 경기력에서도 도움을 받고 있다”고 만족해했다.

25년 간 PGA 투어 선수들의 클럽 피팅을 담당해온 타이틀리스트 R&D 부사장 래리 보브카는 “김대현이 상당히 좋은 스윙을 갖고 있다. 김대현처럼 멀리 치면서 컨트롤이 가능한 선수는 PGA 투어에서 50명 이내다. 당장 PGA 투어에 진출해도 통할만한 실력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강욱순도 피팅을 통해 비거리 증가에 도움을 받았다. 강욱순은 드라이버를 100% 힘으로 치지 않는 편이라 볼 스피드가 130mph 후반으로 측정됐다.

그러나 피팅을 통해 같은 힘으로 스윙하면서도 볼 스피드를 140mph 이상으로 증가시켜 평균 거리를 5~10야드 이상 증가시키는 효과를 봤다.

심현화는 구질 변화에 초점을 맞췄다. 평소 페이드 구질인 드라이버 샷을 스트레이트 또는 드로성 구질로 바꾸고 싶어 했다. 문제는 간단했다. 샤프트의 팁(Tip) 부분을 좀더 부드러운 것으로 교체해 이 문제를 해결했다.

보브카는 “프로와 아마추어의 피팅 방식은 다르지만 궁극적인 목표는 같다. 모두 자신에게 맞는 최적의 클럽을 찾아주는 게 피팅의 최종 목표다”고 말했다.

용인|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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