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방중]北소식통 “내달 당대표자회서 집단지도체제 도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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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8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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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노동당 정치국 3+2 체제로… 후계통치 뒷받침 포석”

북한이 현행 김정일 국방위원장 1인 독재체제를 중국식과 유사한 집단지도체제로 바꾸려는 것은 무엇보다도 자신의 권력을 3남 정은에게 순조롭게 물려주기 위한 사전 포석으로 풀이된다. 김 위원장의 건강이 갑자기 악화돼 불의의 사태가 발생할 경우 아직은 20대로 정치적 기반이 불안한 정은에게 권력을 고스란히 물려주기에는 불안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자칫 북한 내부에서 권력투쟁이 일어나거나 권력 승계 자체가 어려울 수도 있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의 친동생인 김경희 남편으로 매제인 장성택 국방위 행정부장 등을 후견인 삼아 정은의 권력을 강화하고 다른 세력과의 권력 분점을 통해 안정을 꾀하자는 뜻도 담겨 있다.

○ 집단지도체제로 세습 후계 약점 보완

북한 소식통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다음 달 초 열리는 북한 조선노동당 대표자회를 위해 약 2년 전부터 준비해 왔다고 한다. 자신이 1980년 당대회에서 후계자로 공식화된 것처럼 정은을 ‘후계자 내정 상태’에서 공식화하기 위해 일찌감치 준비를 시작한 것이다. 자신의 건강 문제로 뜻하지 않은 일이 생길 지도 모른다는 걱정도 이처럼 후계작업 공식화를 서두른 이유라고 소식통은 전했다.

그런데 처음 구상에서부터 당대표자회를 개최하기까지 2년가량이나 시간이 걸린 것은 약 300명의 회의 참석자에게 각각 선물로 줄 외제차를 준비하는 것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소식통은 말했다. 극심한 경제난과 국제사회 제재, 사치품 수입 금지 등이 겹쳤기 때문이다. 따라서 처음에는 주로 벤츠로 준비하려고 했으나 후에는 다소 가격이 낮은 아우디도 포함시켰다고 한다. 지난해 중국 동북3성을 통해 200대가량의 아우디가 북한으로 반입되면서 큰 선물 준비는 끝났다는 것. 올해 북한 일부 지방의 간부들이 외제차를 중앙으로부터 선물받았다는 보도가 있었는데 그 보도는 회의 참석자에게 선물이 미리 전달된 것이 알려진 것이다.

김 위원장이 집단지도체제를 도입하려는 데는 자신의 사후 일정 기간 후견인 역할을 할 장성택 행정부장이 친중파인 것과도 관련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장 부장은 중국처럼 ‘상무위원 집단지도체제’를 갖추면 중국과 소통하기 편리할 것으로 보고 있다. 김 위원장이 이번 방중에 중국 고위층을 만나 다음 달 대표자회에서 진행될 이 같은 권력구조 개편을 설명했다는 관측이 나오는 것도 그 때문이다. 최고 권력기관을 국방위원회 같은 이름의 군사조직이 아니라 당 조직의 일부로 전환하는 것은 ‘정상적인 국가’로 바뀌고 있음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는 풀이도 있다.

한국 정부도 북한의 이 같은 권력구조 개편내용에 대한 정보를 입수하고 분석작업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소식통은 덧붙였다.

○ ‘천안함 인정, 사과’ 협상카드설

북한 군부는 천안함 사건을 일으킨 후 사후 보고하면서 명분으로 지난해 11월 대청해전 이후 김 위원장이 ‘보복하라’고 허락한 것을 내세웠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그러므로 김 위원장이 군부를 나무랄 수만은 없었다는 것.

김 위원장이 방중 기간에 ‘천안함 군부 선(先)실행, 후(後)보고’ 내용을 중국 지도부에 언뜻 내비친 것은 앞으로 미국 한국 등 외부와의 대화에 필요할 경우 협상 카드로 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아닌가 하는 견해가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군부는 경제가 악화되는 상황에서 군에서 운영하던 외화벌이를 하지 못하게 되는 것 등에 불만이 쌓여 목소리를 높이기 위해 천안함 사건 같은 돌발행동을 했을 것이라는 추측도 있다.

다음 달 정치국 상무위원에 군부 인사를 1, 2명 포함키로 한 것은 선군정치 체제하에서 여전히 실세 그룹인 군부를 배려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집단체제 속의 일부로 포함시켜 다소 ‘힘 빼는 작업’의 의미도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군부 몫이 한 자리 줄어들면 상무위원이 4명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이처럼 김 위원장이 군부 관리에 다소 변화를 주려고 하는 것은 이들이 개혁 개방에 거부감을 나타내고 있어 어느 순간에는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고 보고 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동아논평 : 김정일 방중 미스터리
▲2010년 8월27일 동아뉴스스테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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