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불황 늪에 빠진 日 “2위 탈환 불가능” 체념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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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8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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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분기 GDP 中에 첫 역전

1980년대 초 세계 1위 경제대국을 꿈꾸던 일본이 3위로 주저앉고 중국이 2위에 올랐다는 발표는 미국과 함께 주요 2개국(G2)의 자리를 굳힌 중국의 위상이 경제지표로 확인된 셈이다.

○ 허물어진 경제 2위 대국

일본 안에서는 신중함과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일본 내각부는 분기 실적을 단순 비교해 경제 역전 여부를 판단하기는 시기상조라는 견해를 보이고 있다. 쓰무라 게이스케(津村啓介) 내각부 정무관은 “어느 시점의 환율을 적용하느냐에 따라 달러로 환산한 국내총생산(GDP) 규모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며 “분기별 비교는 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본 경제계에서는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일본 다이와(大和)종합연구소는 올해 중국의 명목 GDP는 5조6673억 달러에 이르는 반면 일본은 5조2473억 달러에 그쳐 4200억 달러 이상 차이가 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미 일본은 수년 전 구매력평가 기준으로 중국에 2위 자리를 내줬다.

일본은 2006년과 2007년 성장률이 각각 2.0%와 2.4%로 올라서면서 장기 불황의 터널에서 벗어나는 듯했다. 그러나 2008년 미국발(發) 경제위기로 2년 연속 큰 폭의 마이너스 성장을 하면서 발목이 잡혔다. 지난해에는 유럽 국가의 재정위기까지 겹쳤다. 일본에서는 이번 역전으로 2위 자리를 되찾는 것이 불가능할 것이라고 보는 견해도 많다. 양국 간 성장률 격차가 해마다 크게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16일 내각부가 발표한 2분기 성장률(실질)은 1분기 대비 0.1% 증가에 그쳐 이 추세가 올해 내내 이어진다면 올 성장률은 0.4%(연율 환산)로 추정된다.

○ 2030년엔 미국 제칠 것

중국 관영 신화(新華)통신은 16일 일본 내각부의 경제실적 발표를 일본의 낮은 경제성장률에 초점을 맞췄을 뿐 일본을 추월했다는 점은 보도하지 않았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등의 분석처럼 중국의 추월은 일찌감치 예견되어 별 뉴스가 안 된다는 반응으로 읽힌다. 중앙은행인 런민(人民)은행의 이강(易綱) 부행장은 지난달 30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미 제2의 경제대국이 됐다”고 말했다. 지난해만 해도 중국과 일본의 GDP는 각각 4조9850억 달러, 5조680억 달러였으나 올해 양국의 성장률 전망치가 각각 10%와 2∼3%로 크게 차이 났기 때문이다.

중국의 선전은 최근 글로벌 금융위기가 계기가 됐다. 일본 등 선진국들은 ‘금융 거품’으로 진통을 겪은 반면 중국은 제조업이 주축이어서 상대적으로 충격이 작았다. 앞으로도 성장 여지가 많다. 우선 막강한 노동력이 강점이다. 1억3000만 명에 달하는 농촌 출신 ‘저임금 예비군’들이 있어 제조업의 저임금 기반 경쟁력을 뒷받침하고 있다. 지난해 중국으로 들어온 외국기업 직접투자(FDI)액도 950억 달러로 미국에 이어 2위다.

6월 말 현재 2조4542억 달러에 이르는 외환보유액은 경제성장에 필요한 자원을 공격적으로 사들이고 세계적인 브랜드와 기업들을 인수합병하는 데 밑거름이 돼 중국 기업의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공격적인 내수확대 정책을 펴고 있는 중국은 세계의 공장에서 ‘세계의 시장’으로 변모하고 있다. 지난해 자동차 내수 판매 규모에서 이미 미국을 앞지른 것이 대표적이다. 이에 따라 벌써부터 총 GDP 규모에서 언제 미국을 추월할지가 관심사로 떠오를 정도다. 이와 관련해 일본 내각부는 올해 5월 말 펴낸 보고서에서 2030년을 예상했다. 2009년 미중의 세계경제 비중이 각각 24.9%와 8.3%지만 2030년에는 중국 23.9%, 미국 17.0%로 역전될 것이라는 것. 일본은 8.8%에서 5.8%로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렇다고 중국경제가 장밋빛인 것만은 아니다. 노사분규는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임금상승 회오리가 경쟁력을 떨어뜨려 이미 일부 외국 기업이 동남아로 옮기기 시작했다. 소득분배 불균형과 중하위직 관료들의 부패로 인한 사회불안 가능성도 없지 않다. 위안화 절상 압력 등 커지는 중국경제를 견제하려는 국제사회의 움직임도 만만치 않다. 2006년 미국을 제치고 온실가스 1위 배출국이 된 중국을 향해 환경보호를 외치는 세계의 목소리도 경제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있다.

도쿄=김창원 특파원 changkim@donga.com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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