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 15년만에 최강세… 日 수출기업 초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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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8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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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화 가치가 15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제2차 초(超)엔고 시대가 재현되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11일 영국 런던 외환시장에서는 엔-달러 환율이 84.70엔까지 떨어지면서 심리적 저항선인 85엔대가 허물어졌다. 1995년 7월 4일(84.57엔) 이후 15년여 만이다. 12일 오후 4시 반 현재 일본 도쿄 외환시장에서 환율이 85.74엔으로 소폭 올랐으나 엔화 강세는 당분간 피할 수 없어 역대 최고기록까지 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엔-달러 환율은 일본의 대미 무역흑자가 최고조에 달하던 1995년 4월 19일 79.75엔까지 갔다.

○ 위험 회피 자금의 엔화 매수

세계 경기침체 우려로 주가 하락이 예상되자 미국과 유럽의 주식시장에 머물던 막대한 유동자금이 상대적인 안전자산으로 여겨지는 일본 엔화로 쏠리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일본의 10년 만기 장기국채로 유동자금이 유입되고 있는 것과 같은 현상이다.

일본 경제의 펀더펜털이 강한 것은 결코 아니다. 하지만 미국의 경기침체가 유럽 등으로 확산되면서 세계 금융권이 불안해지자 그나마 금융시스템이 안정돼 있는 엔화를 국제투자가들이 선호하는 것.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10일 미국의 경기전망을 하향 수정하고 국채 매입을 통한 추가적인 양적 금융완화책을 시사했다. 유럽 역시 일부 국가의 재정위기가 가시지 않으면서 경기침체가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와 함께 중국 경제성장의 둔화도 엔화 강세를 부추기는 한 요인이다. 세계 경제의 기관차인 중국 경제는 최근 산업생산과 투자가 둔화하면서 경기 감속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

○ 엔화 초강세 당분간 지속 전망


그럼 엔화 강세는 얼마나 더 이어질까? 세계 금융권에서는 엔화 강세의 원인이 세계 경기침체에서 비롯된 것이어서 세계 경기가 호전되지 않는 한 엔화가 약세로 돌아서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 외환시장에서 ‘제2차 초엔고 시대’를 우려하는 이유다.

이에 따라 일본 정부와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일단 일본은행이 10일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추가 금융완화책 없이 현재의 정책기조를 유지하고 환율시장 개입을 부정했지만 사정은 녹록지 않다. 엔고가 일본 수출기업에 미치는 영향이 작지 않기 때문이다.

올해 달러당 엔화 환율을 90엔 안팎으로 예상하고 사업계획을 세운 일본 기업들로서는 급격한 엔고로 수출채산성에 압박을 받고 있다. 실제로 달러당 엔화 가치가 1엔 오르면 도요타자동차의 영업이익은 연간 300억 엔, 혼다는 170억 엔, 소니는 20억 엔이 각각 감소한다.

이에 따라 나오시마 마사유키(直嶋正行) 경제산업상은 11일 전국 200개 수출 주력기업을 대상으로 엔고의 영향에 대한 긴급 조사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엔화 가치 안정에 일본은행이 나서달라는 간접적 압박인 셈이다.

그러나 미국이 달러를 계속 푸는 상황에서 일본만 달러를 사들이는 시장 개입에 나서면 효과는 없이 돈만 날리게 돼 일본은행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난감한 입장이다.

도쿄=김창원 특파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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