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팔색조 연기-집중력 돋보인 문근영의 ‘도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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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8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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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데뷔작 ‘클로저’ 매진 행렬

연극 ‘클로저’에서 미스터리한 과거를 지닌 스트리퍼 앨리스 역의 문근영 씨(왼쪽)가 앨리스와 첫눈에 사랑에 빠지는 신문기자 댄역을 맡은 엄기준 씨와 진한 키스를 나누고 있다. 사진 제공 악어컴퍼니
연극 ‘클로저’에서 미스터리한 과거를 지닌 스트리퍼 앨리스 역의 문근영 씨(왼쪽)가 앨리스와 첫눈에 사랑에 빠지는 신문기자 댄역을 맡은 엄기준 씨와 진한 키스를 나누고 있다. 사진 제공 악어컴퍼니
6일 개막한 연극 ‘클로저’(연출 조행덕)로 무대연기에 도전한 문근영 씨의 연기에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전체 80여 회 공연 중 문 씨가 출연하는 40회 공연은 전석이 매진된 상황이다. 아역배우 출신으로 드라마와 영화를 통해 ‘국민 여동생’ 이미지를 구축해온 문 씨의 매력이 연극무대에서도 얼마나 통할까에 대한 관심이다.

그 부담감 때문인지 언론 초청 공연은 10일 세 번째 공연으로 열렸다. 영화 ‘졸업’을 연출한 마이크 니컬스 감독이 2004년 영화화하면서 더 유명해진 이 연극은 영국 극작가 패트릭 마버의 원작 자체가 매우 영화적이다. 암전(暗轉) 때마다 최소한의 무대세트만으로 시공간을 훌쩍 뛰어넘는 장면 전환이 이뤄진다. 무대 분할을 통해 두 쌍의 남녀 이야기를 동시에 전개하기도 한다.

미국에서 건너온 젊은 스트리퍼 앨리스 역을 맡은 문 씨는 이런 영화적 특징에 맞춰 변신을 거듭했다. 빨간 가발을 쓰고 처음 등장할 때는 한껏 도발적인 분위기를 풍기다가 신문기자 댄(엄기준)과 사랑에 빠진 뒤에는 한없이 헌신적인 모습이었다. 댄이 마음을 뺏긴 사진작가 안나(박수민) 앞에선 곰인형을 빼앗긴 소녀처럼 울먹이다, 댄에게 안나를 뺏긴 래리(최광일) 앞에서 스트립댄스를 출 때는 요염한 팜 파탈로 변신했다.

일방적 이별을 통보하는 댄 앞에서 “어떻게 나한테 이런 짓을 할 수가 있어”라며 흐느낄 때는 영화 ‘사랑 따윈 필요 없어’(2006년)의 시각장애 소녀 민이 떠오른다. 하지만 연적 안나에게 “난 거지가 아니야”라고 쏘아붙일 때는 드라마 ‘신데렐라 언니’의 은조가 떠올랐다.

그만큼 기존 이미지에서 탈피해 새로운 캐릭터를 창출하지는 못했지만 배역에 대한 집중력만큼은 돋보였다. 공연 후반부 대형 조명등이 터지는 소리에 많은 관객이 놀랐지만 동요하지 않고 연기를 펼쳤다. 상대배우의 대사를 충분히 음미하지 않고 받아치는 등 연기호흡이 너무 빠른 점과 아직 앳된 발성은 앞으로 문 씨가 풀어가야 할 과제다.

연극의 내용은 오르페우스 신화의 현대적 변주다. 진실에 대한 집착으로 ‘돌아보지 마’라는 금기를 어기는 이들이 겪는 상실의 고통을 18금(禁)의 화법으로 펼쳐놓는다. 성인 연기자로서 문 씨가 거쳐야 할 통과의례로는 최적의 작품이란 생각이 들었다.

10월 10일까지 서울 종로구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1관. 02-764-8760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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