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커버스토리] A양은 왜 떴을까…‘미쓰에이 신드롬’ 완벽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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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8월 5일 14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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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예 여성그룹 미쓰에이(Miss A)가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다. 왼쪽부터 지아, 페이, 민, 수지. 스포츠동아 자료사진
신예 여성그룹 미쓰에이(Miss A)가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다. 왼쪽부터 지아, 페이, 민, 수지. 스포츠동아 자료사진

● 혜성처럼 나타나 전 차트 석권…가요계는 지금 A양 천하
● 유로풍 곡, 에어로빅 복장, 신비주의…'튀어야' 산다
● 성인여성의 요염함을 내세우는 콘셉트
● '걸그룹' 안티 트렌드는 과도기적, 새로운 전략 세워야


신예 여성 아이돌그룹 미쓰에이(Miss A)가 일종의 '신드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데뷔곡 '배드 걸 굿 걸'이 7월1일 공식 론칭 이래 소리바다, 몽키3 등 주요 음원차트에서 단 한 번도 정상의 자리를 뺏기지 않고 4주 연속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 8월1일에는 SBS '인기가요'에서도 1위를 차지, KBS2 '뮤직뱅크' 1위에 이어 지상파 음악차트까지도 완전 장악했다. 서서히 예능 프로그램으로도 진출을 꾀하고 있어 하반기까지 꾸준히 신드롬을 이어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대단한 일이다. 아니, 대단하다는 평가를 넘어서 이런 종류의 '등장 즉시 폭발'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특히 아이돌이라는 분류 내에서는 그렇다. 아이돌은 기본적으로 음악 자체보다는 멤버들 개개인의 인지도와 인기도를 통해 음악을 파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일단 대중이 멤버들을 인지할 시간이 필요하다. 그래서 소녀시대도 원더걸스도 2PM도 1위를 차지하기까지 짧게는 6개월, 길게는 1년 이상이 필요했던 것이다.

물론 지난해 2NE1이라는 대형신인의 이례가 있긴 하다. 그러나 2NE1마저도 론칭 당시에는 이미 자리를 잡은 빅뱅과 '롤리팝'을 함께 불러, 이른바 '숟가락 얹기'를 시도했었다. 그 인지도를 바탕으로 '파이어'와 '아이 돈트 케어' 히트를 이어나갔다. 그러나 미쓰에이는 그런 '숟가락 얹기'조차도 없었다. 예능 프로그램 출연 등으로 먼저 멤버들을 알리지도 않았다. 그야말로 혜성처럼 갑자기 나타나 시장을 석권해버린 것이다.

이른바 ‘수지 신드롬’의 주인공 수지. 스포츠 동아 자료사진
이른바 ‘수지 신드롬’의 주인공 수지. 스포츠 동아 자료사진


▶ JYP 브랜드의 승리, 걸 그룹 공백기…미디어의 '미쓰에이' 분석

엄청난 이변이 일어나자 미디어도 득달같이 '미쓰에이 현상'을 분석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대부분 크게 4가지로 그 답을 내놓았다.

첫째, JYP 브랜드의 승리라는 점이다. 원더걸스가 이미 빌보드 차트 진입에 성공하는 등 뚜렷한 성과를 내놓은 기획사이기에 신예에 대한 관심도와 신뢰도도 그만큼 높았다는 것.

둘째, 시장 자체가 무주공산 상황이었다는 점이다. 같은 여성 아이돌그룹 주축인 소녀시대, 원더걸스, 카라, 2NE1, 티아라 등이 모두 활동을 마치거나 해외진출을 준비하던 시기였고, 포미닛, 손담비, 나르샤 등의 신곡이 의외로 큰 주목을 받지 못하면서 시장에 공백이 생겨버렸다는 것. 미쓰에이 같은 신예 그룹이 승부를 걸어볼 만한 환경이 자연스럽게 조성됐다는 이야기다.

셋째, 곡 자체의 우수성이다. '배드 걸 굿 걸'은 확실히 박진영 특유의 긴장감 부여가 정교하게 맞아떨어진 수작 미디엄 템포 넘버다. 거의 1980년대로 퇴행한 듯한 오렌지 캬라멜 등의 졸속곡들이 넘쳐나는 시장 상황에서 미쓰에이의 잘 만들어진 데뷔곡은 대중에 강한 인상을 남기기 충분했다는 것.

마지막으로, 미쓰에이의 17세 최연소 멤버 '수지'에 대한 관심도 집중이다. 따로 '수지 신드롬'이라 부르기까지 한다. 단정하면서도 날카로운 외모와 어린 나이에도 섹스어필이 가능한 탓에 이른바 '삼촌팬'들의 관심이 집중돼 일순간에 미쓰에이 자체에 대한 지지로 옮아갔다는 것이다.

물론 이들 모두 일정부분은 일리가 있는 원인 분석이다. 그러나 하나하나 따져보면 조금씩 오류가 나고 있다. '미쓰에이 현상'의 직접적 원인으로 보기엔 힘들다는 이야기다.

스포츠 동아 자료사진
스포츠 동아 자료사진


▶ '미쓰에이 현상'의 진정한 진원은 다른 데 있다

먼저, JYP 브랜드 마케팅은 애초 틀린 분석이다. 현 시점 SM, YG를 포함한 아이돌 기획사 3강 중 JYP만큼 브랜드 이미지가 실추된 회사도 없다. 지난해부터 올해 초에 걸쳐 2PM 재범 스캔들로 큰 타격을 입었고, 원더걸스의 빌보드 차트 핫100 진입 역시 시간이 지남에 따라 '거품 홍보'라는 비난여론이 일기 시작했다. 따라서 미쓰에이는, 그저 거대 연예기획사의 신상품 정도 이미지 외에 더 얻을 것이 애초 없었다.

시장의 무주공산 상황이라는 점도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물론 그런 요인들에 의해 이득을 본 것은 맞다. 그러나 이전 상황에 비춰봤을 때, 시장에 뚜렷한 독주주자가 없으면 대개 시장은 분산돼버린다. 매주 1위가 바뀌는 식으로 '뚜렷한 승자'가 없는 시기가 지속된다. 그러다 대형급이 등장하면 다시 시장이 재편되는 식이다. 미쓰에이가 잠깐 1위를 차지해볼 만한 환경은 맞지만, 4주 연속 1위를 꿰차는 게 당연한 상황은 아니었다는 이야기다.

곡 자체의 우수성 부분은 인상비평 부분에 들어가기에 이견이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배드 걸 굿 걸'의 경우, 박진영 특유의 장점이 잘 드러난 곡인 건 맞지만, 동시에 박진영의 한계도 명확히 드러내준 곡이라는 입장이 성립된다. 레트로적인 해석과 중저음 강조, 심지어 멤버들의 창법에 이르기까지 이전 박진영 곡들과 큰 차이가 없다. 적어도 신선하지는 않았다는 이야기다. 무더운 여름 시장에 내놓기엔 지나치게 끈적거리는 느낌이라는 점도 종종 지적된다. 현 시장 분위기에서 '히트가 당연한 곡'은 분명 아니었다.

마지막으로, 이른바 '수지 신드롬'이라는 부분이다. 말은 되지만, 그런 식으로 해당 그룹의 곡 자체가 이상기류를 일으키지는 않는다. 이전에도 이런 종류의 신드롬은 많았다. '설리 신드롬', '구하라 신드롬' 등이 있었다. 그렇다고 모두 즉각적으로 해당 그룹 곡이 1위를 차지하지는 못했다. '수지 신드롬'은 많은 부분에서 같은 JYP 소속 원더걸스의 '소희 신드롬'과 닮아있다. 한 마디로 '텔 미'가 히트해 '소희 신드롬'이 나온 것이지 소희가 큰 파장을 일으켜 '텔 미'를 1위로 만든 것은 아니라는 논리다. 이미 대중의 낙점을 받은 히트곡에 삼촌팬들을 가세시켰다는 의미 정도만 있다.

그렇다면 '미쓰에이 현상'의 진정한 진원은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딱히 직접적으로 와 닿지는 않지만, 표피적으로 드러난 현상보다는 더 근원적인 부분을 짚을 필요가 있다.

▶ 천편일률적인 여성 아이돌그룹에 시장은 질렸다

먼저, 현 시점 여성 아이돌그룹 시장이 일종의 시장피로 현상을 보이고 있다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 한국 여성 아이돌그룹 시장은 사실상 지난해 2NE1의 등장으로 포화됐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각 그룹의 개성이 뚜렷하게 자리 잡아 이미 시장요구는 대충 채워지게 됐다. 그러나 그럼에도 여성 아이돌그룹은 계속해서 등장했다. 에프엑스, 시크릿, 시스타, 걸스데이, 블랙펄 등 끝도 없었다.

문제는 이런 식으로 공급과잉 현상이 지속되면 한국 대중문화계 특유의 '동네축구' 현상이 일어난다는 점이다. 성공한 그룹의 모델을 그대로 옮겨와 자진해서 아류 시장으로 진입해버린다. 현 시점 소녀시대, 원더걸스 등 '원로'들을 제외한 여성 아이돌그룹은 그런 점에서 대부분 다 비슷비슷한 콘셉트를 따르고 있다. 일렉트로 힙합을 기본으로 삼고, 대부분 스트리트 패션 코드를 선택하고 있다. 1990년대 말엽 할리우드의 '걸 파워' 분위기를 낸다.

이런 식으로 콘셉트가 일률화되면 당연히 시장피로가 일기 시작한다. 여성 아이돌그룹 자체에 질려버리는 것이다. 신예들이 주목받지 못하는 상황은 물론, 소녀시대, 원더걸스, 포미닛 등 기존 그룹들에까지도 염증을 느끼게 된다.

이런 때는 무조건 '튀어야' 산다. 기존 트렌드에서 멀리 벗어날수록 좋다. 미쓰에이는 그에 딱 적합한 콘셉트였다. 미쓰에이는 사실상 모든 점에서 안티 트렌드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힙합 중심으로 시장이 통합되는 상황에 유로풍의 곡을 들고 나왔다. 의상은 이전 같으면 가히 웃음거리가 됐을 법한 에어로빅 복장이었다. 신예답지 않게 일종의 신비주의로 나아갔다. 시장피로가 지속되는 상황에 청량제 역할 정도는 충분히 담당할 수 있었다. 좋고 나쁘고를 떠나, 일단 '달랐기' 때문이다.

같은 맥락에서, 처참한 수준의 뽕짝 댄스곡을 들고 나왔어도 시장 분위기에 일단 대치는 됐기에 기대 이상의 주목을 받은 오렌지 캬라멜을 예로 들 수 있다. 지금은 무조건 다르게 가야하는 시점이었고, 미쓰에이만큼 무모할 정도로 다르게 간 그룹도 없었기에 시장에 충격을 줘 '미쓰에이 현상'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 '성인돌' 콘셉트에 가장 근접하게 등장

다음으로, 여성 아이돌그룹이 꾸준히 '소녀 아이돌그룹'화되는 현상을 들 수 있다. 이도 여러 의미에서 시장피로에 가깝다. 멤버들 대다수가 10대로 구성되고, 이들이 성인적인 노출과 무대연출을 보여 이목을 끄는 방식에 점차 대중이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여성 아이돌그룹 시장은 소녀 아이돌그룹 시장과 동일하지가 않다. 대표적으로 4인 멤버 중 3명이 30세인 브라운아이드걸스의 꾸준한 인기를 예로 들 수 있다. 워낙 이례적인 경우라 각종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이들을 '성인돌'이라 따로 지칭하지만, 사실상 이런 연령대 콘셉트의 시장이 따로 있다는 방증도 된다. 30대로 접어든 이효리, 윤미래 등에 대한 대중의 꾸준한 지지에서도 이런 분위기는 충분히 엿볼 수 있다.

문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이상균형 탓에 이 시장이 충분히 채워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일단 시도 자체를 안 한다. 그런 상황에서 미쓰에이는 우연찮게도 이 '빈 콘셉트', 즉 '성인돌' 콘셉트에 가장 근접하게 등장했다는 것이다. 17세 수지를 제외한 나머지 멤버는 모두 20대다. 사실상 소녀 아이돌그룹 콘셉트는 버린 셈이다.

거기다 전반적인 분위기도 소녀들의 '걸 파워' 콘셉트라기보다 성인여성의 요염함을 드러내는 콘셉트다. 박진영 특유의 섹슈얼리즘이 잘 묻어나 있다. 돌이켜보면, 기이하기 짝이 없는 의상 콘셉트도 성인여성의 섹시함을 과시한다는 점에서는 꽤나 일목요연한 선택이었다. 이런 점에서 미쓰에이는 결국 소녀시대, 원더걸스가 장악한 시장으로 들어간 것이 아니라 브라운아이드걸스가 오랫동안 독식하고 있던 시장으로 새롭게 진입했다고 봐야한다. 그리고 그 희소성만큼의 대가를 받고 있는 셈이다.

이런 식으로 '일리 있는 성공'을 거둬 신드롬을 불러일으키긴 했지만, 그렇다고 미쓰에이에 약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여느 그룹들보다 더 많다.

▶ 시장분위기 역행을 성공의 바이블로 여겨선 안돼

먼저 JYP 여성 아이돌은 기본적으로 박진영이라는 중심축이 지나치게 강조돼있다. 그러다보니 박진영이 실수하면, 그 실수를 멤버들 스스로 감당하기 어려워진다. 원더걸스만 해도 '텔 미'의 대대적인 성공에도 불구, 멤버들 개개인의 역량이 떨어져 후속곡 '소 핫'은 나락으로 떨어진 바 있다. 반면 이수만의 존재가 희미한 SM엔터테인먼트의 소녀시대는 곡 퀄리티나 시장분위기 일치와는 관계없이 새 싱글을 일정 수준으로 이상으로는 늘 성공시킨다. 미쓰에이 후속곡이 '배드 걸 굿 걸' 정도 완성도가 나오지 않는 이상 꾸준한 인기유지는 어려울 수 있다.

또한 중국인 멤버 2명 영입에서도 알 수 있듯, 기본적으로 해외시장 진출을 염두에 둔 콘셉트라는 점도 약점이 될 수 있다. 대중은 이제 한류 '양치기 소년' 보도를 점차 믿지 않고 있다. 실제 성과를 내고 돌아와도 와 닿지가 않는다. 홍보 보도자료에 근거한 기사들로만 보자면, 한국은 이미 아시아는 완전 정복하고 할리우드도 반쯤은 먹어버린 상태이기 때문이다. 지나친 과대홍보에 모두가 지쳐있다.

이런 상황에서, 벌써부터 해외시장 진출을 떠들고 다니는 미쓰에이의 경우, 사실상 또 다른 '한류 거품그룹'으로 찍힐 우려가 있다. 아무리 그룹 구성의 속성상 해외진출이 불가피한 경우라 할지라도, 기본적으로 국내시장을 다질 계획부터 찬찬히 세우는 편이 낫다.

마지막으로, 시장피로를 통해 론칭에 성공한 그룹은 당연히 시장피로 현상이 해소되면 그 존재가치를 잃게 된다는 점이 있다. 사실 미쓰에이는 뜨는 게 이상한 그룹이다. 무대연출도 엽기적인 부분이 많고, 멤버들 개개인의 자질은 점점 더 의심을 사고 있다. 아무리 시장분위기에 역행해 성공을 거뒀다 해도, 이를 성공의 바이블처럼 여겨선 안 된다. 자체적인 문제점을 꾸준히 고쳐나가고, 시시각각 달라지는 시장상황에 민감히 대처할 필요가 있다.

어찌됐건 현재와 같이 지지부진하게 흘러가는 대중음악 시장에 미쓰에이 같은 대형신인이 등장했다는 점 하나만큼은 분명히 기뻐할 만한 일이다. 정확한 계산에 의한 것이건 우연에 의한 것이건 간에, 미쓰에이가 향후 대중음악시장의 한 축으로서 꾸준히 기능해주길 기대한다. 스타를 낳는 것은 '시대'라지만, 스타를 유지시켜 주는 것은 '시대를 보는 눈'이다. 이제 론칭은 성공했으니, 긴 호흡의 안목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문원 대중문화평론가 fletch@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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