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광장/박경미]방과 후 학교의 난센스

동아일보 입력 2010-07-28 03:00수정 2014-08-19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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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코끼리를 냉장고에 넣는 다양한 방법에 대한 유머가 유행했다. 대통령별로 보면, 이승만 대통령은 코끼리를 냉장고에 넣기 위해 미국과 상의하고, 박정희 대통령은 코끼리를 냉장고에 넣을 때까지 계엄령을 선포한다. 전두환 대통령은 코끼리가 냉장고에 들어가지 않으면 삼청교육대에 보내고, 김대중 대통령은 신용카드로 빚을 내서 엄청나게 큰 냉장고를 만든다.

수학자는 코끼리를 미분하여 냉장고에 넣고 그 안에서 적분한다. 미분은 분해하는 과정이고 적분은 쌓는 과정이라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통계학자는 두 가지 경우로 나뉜다. 숙련된 통계학자는 코끼리의 꼬리를 표본으로 추출해 집어넣고 코끼리 전체를 넣은 것으로 간주한다. 초보 통계학자는 코끼리를 냉장고에 넣는 것이 성공할 때까지 시행을 반복한다.

그동안 교육과학기술부가 사교육을 줄이기 위해 온갖 묘책을 동원하는 것을 보면서 성공할 때까지 시행을 되풀이하는 초보 통계학자가 떠올랐다. 최근에는 교과부의 우직한 시도가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두면서 사교육과의 전면전에서 승기를 잡아가는 것으로 보인다. 사교육을 줄이는 데 기여한 일등 공신 중 하나는 학교생활기록부에 교외(校外) 경시(競試) 실적을 반영하지 않고 교내 경시 결과만 등재하도록 한 조치이다. 교내 경시보다 더 많은 학생이 참여하고 수준도 높은 교외 경시를 배제하는 것이 역차별이기는 하지만 사교육에 의존해 교외 경시를 준비하던 학생들을 교내로 끌어들이는 효과를 내고 있다.

校外競試배제로 사교육 감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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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부작용도 없지 않다. 교내 경시 입상자 수를 늘리기 위해 영어 경시라면 읽기와 듣기 말하기 쓰기로 세분화하고 분야별 학년별로 수상을 하기도 했다. 이처럼 입상자 수에서 인플레가 일어나기도 하지만 교내 경시의 활성화는 학생들이 사교육보다는 교사의 수업과 교내 활동에 집중하도록 하는 효과를 내고 있다.

‘사교육 없는 학교’와 ‘방과후 학교의 활성화’를 동일시하는 논리에서 보듯이 사교육 감소에 효력을 발휘하고 있지만 또 다른 문제의 소지를 안고 있는 것이 방과후 학교다. 사교육을 억제하는 이유는 학부모의 사교육비 부담을 줄이고 수업 후 학원 순례를 해야 하는 학생들을 해방시켜 주기 위해서다. 그런 관점에서 볼 때 방과후 학교에는 난센스적인 측면이 있다. 정규수업 이외의 추가적인 교육을 제공하는 주체가 학원이냐 학교냐의 차이만 있을 뿐 학생의 처지에서 학교 밖 학원 교육을 교내에서 실시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방과후 시범학교는 학생들의 참여율을 높이기 위해 방과후 수업을 듣지 않는 학생들에게 사유서를 내도록 종용하거나 방과후 수업에서 중간, 기말고사의 중요 출제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학생들의 참여를 유도하기도 한다. 이러한 반강제적 방과후 수업은 선택적으로 참여하던 학교 밖 사교육보다 못할 수도 있다.

방과후 수업으로 인해 괴로워진 것은 학생만이 아니다. 대부분 교사는 제자를 위한 방과후 수업에 열의를 다하고 있지만 정규수업을 넘어 방과후 수업까지 해야 하는 상황에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 방과후 수업을 맡지 않기 위해 매력도가 떨어지는 과목명을 내걸기도 한다. 어떤 교사는 폐강을 유도하기 위해 제목만으로도 질릴 법한 ‘수학 문제 무한 반복하기’라는 이름으로 강좌를 개설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좌가 개설되면 방과후 수업을 감안해 정규수업에서 심신의 에너지를 모두 소진하지 않도록 조절한다고 한다.

교사 자발성 높일 방안 마련해야

방과후 학교가 철저하게 자본주의 논리를 따르는 사교육을 교내로 들여온 것이라면 교사가 노력한 만큼 보상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하는데 현재로서는 그렇지 못하다. 수강생이 몇 명 되지 않는 강좌이건 수강생이 넘쳐나는 인기 강좌이건 강사료는 동일하게 묶여 있기 때문에 교사는 수업을 내실화하려는 노력을 적극적으로 기울이지 않을 수도 있다.

방과후 학교는 정규수업에 포함되기 어려운 다양한 주제를 심층적으로 다루거나 학생 수준에 맞추어 맞춤 교육을 실시하는 순기능적인 측면이 있다. 또한 사교육에 의존하던 학생들이 갑자기 학원을 끊으면 금단(禁斷)현상이 나타날 수 있으므로 마치 금연 과정에서의 니코틴 패치처럼 방과후 학교가 과도기적인 상태를 메워주는 기능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교과부는 방과후 학교를 사교육의 억제 수단으로 인식해 교사의 의지와 무관하게 강좌를 개설하도록 독려하고 학생들의 참여를 인위적으로 유도하는 조급증을 보이고 있다. 방과후 학교가 학생과 교사의 또 다른 굴레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학생과 교사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면서 점진적으로 확산되도록 지켜봐야 할 것이다.

박경미 객원논설위원·홍익대교수·수학교육 kpark@hongi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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