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살아있는 전설’에 마침표를 찍기로 결심한 노장은 끝내 울먹였다. 18년간의 영욕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는지 수화기 너머로는 한동안 정적만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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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올스타전 7회말 우월3점홈런을 치고 1루를 돌던 그의 눈가에서 언뜻 비쳤던 이슬방울의 의미가 오버랩됐다. ‘그 장면에 (기자 역시)가슴이 뭉클했다’는 말을 건네자 양준혁은 “내가 땀 흘려온 그곳에서, 나를 사랑해준 팬들 앞에서 ‘뭔가 해냈다’는 사실에 그랬다. 팬들한테 (일찍)못 알려 죄송하다. 하지만 구단에서 먼저 (나의 은퇴를)발표하는 게 프로답다고 생각했다. 여러 모로 뜻깊은 게임이었다”고 밝혔다.
은퇴 결정이 그리 순탄했을 리는 만무하다. 솔직한 심경과 18년간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을 털어놓는 대목에서 그는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그런 그에게 ‘울먹이는 것 아니냐’고 재차 묻자 “예, 예. (다시 얼마간의 정적이 이어진 뒤)그렇지요”라는 희미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18년간 갖은 풍파를 견뎌온 부도옹답게 곧 감정을 추스르고는 “2002년 첫 우승이 가장 기억난다. LG에서 FA가 돼 삼성으로 돌아온 첫해인데, 개인적으로도 팀으로도 간절히 우승을 열망했다. 이적을 앞두고 김응룡 감독님(현 삼성 사장)이 두 가지를 요구했는데 하나는 ‘외야수로도 뛸 수 있느냐’였고, 또 하나는 ‘팀의 리더가 될 수 있느냐’였다. 감독님의 손과 발이 되려고 결심했다. (그 역할을)잘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해 팀이 굉장히 잘 뭉쳤다. 나로서도, 구단으로서도 그 하루(한국시리즈 최종 6차전)는 결코 잊지 못할 것 같다”고 돌이켰다. 이어 “어쨌든 결정하고 나니 마음 편하다”, “누구보다 넘치는 사랑을 받았다. 그저 팬들에게 감사한 마음뿐이다”, “구단에서 은퇴경기는 물론 포스트시즌 경기 때 (출장)기회를 주는 방안까지 검토하며 세심하게 챙겨주는 것 같아 고맙다”라는 진심어린 한 마디씩이 거듭해서 긴 울림을 낳았다.
양준혁은 시즌이 끝나면 해외연수를 우선적으로 고려하고 있다. 그는 “일단 해외연수는 다녀와야 하지 않나 싶다. 개인적으로는 미국이 낫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유소년 야구에 관심이 많다”고 덧붙였다. 팬들에게 받은 사랑을 어떻게든 돌려주기 위한 양준혁 야구인생 제2막의 주요한 이정표일지 모른다.
정재우 기자 ja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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