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법조계 ‘性상납 태풍’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7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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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검사가 뇌물-향응 받고 비리의원 무죄 석방
사법원장 전격 사퇴… 공직부패척결기구 추진

판사와 검사가 피의자에게서 뇌물과 성(性) 상납을 받고 무죄 판결을 내린 ‘대만판 법조비리’가 대만 사회를 뒤흔들고 있다. 한국의 대법원장 격인 대만 사법원장이 전격 사퇴했고, 대만 정부는 공무원 부패를 척결할 별도 기구를 만들 방침이라고 대만 언론이 19일 전했다.

발단은 200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국민당 5선 입법위원(국회의원) 출신 허즈후이(何智輝)는 자신이 현장(縣長)으로 있던 먀오리 현의 과학단지 개발에 개입해 1억 대만달러(약 38억 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1심에서 19년형을 선고받았다. 2심 판결을 기다리던 허 전 입법위원은 고등법원 판사 3명과 검사 1명에게 최소 500만 대만달러(약 1억9000만 원)를 뇌물로 주고 성 접대를 해 올해 5월 고법에서 무죄 판결을 받고 풀려났다.

그러다 2년 전 관련 제보를 받고 수사에 나선 검찰은 13일 고등법원을 압수수색해 해당 판사들을 체포했고, 검사 및 허 전 의원의 비서도 붙잡았다. 이들은 모두 구속됐다. 허 전 의원은 소식을 듣고 도주하는 바람에 수배령이 내렸다.

라이잉자오(賴英照) 사법원장은 16일 정치적, 도의적 책임을 지고 마잉주(馬英九) 총통에게 사표를 냈다. 몇 차례 사임을 만류하던 마 총통은 18일 그의 사표를 정식 수리했다. 라이 사법원장은 사표가 수리된 직후 기자회견에서 “이번 부패 스캔들은 우리 판사들의 사기를 떨어뜨렸고, 모두 괴로워하고 있다”며 “판사들이 더 열심히 일해 국민의 신뢰를 되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으로 공무원 부패에 대한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마 총통은 부패 척결을 위한 별도의 정부기구 설치를 추진하기로 했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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