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레잡는 벌레 “해충 꼼짝마”

동아일보 입력 2010-07-16 03:00수정 2010-07-16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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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맞춤형 천적 활용 친환경 방제기술 확산

진디벌, 진딧물 몸속에 알 낳아
유충 자라면서 진딧물 고사시켜
토마토-고추 농가 등 도입 늘어
콜레마니진디벌이 복숭아혹진딧물에 산란관을 꽂아 알을 낳고 있다. 진디벌 애벌레는 진딧물 몸속에서 부화해 양분을 뺏어 먹고 번데기가 된다. 사진 제공 세실
7월 초 경기 안산시 상록구 양상동의 한 농장. 영글어가는 토마토 열매와 잎을 갉아먹던 담배거세미나방과 왕담배나방 애벌레 주변으로 물에 젖은 곤충병원성선충(Steinernema carpocapsae)이 후드득 떨어졌다. 0.4mm 길이에 불과한 선충은 꼬물거리며 기어 다니다가 애벌레의 항문과 숨구멍으로 파고들었다. 48시간 뒤 토마토에 피해를 주던 애벌레는 대부분 죽어버렸다.

온도와 습도가 높은 여름철은 농작물이나 과수가 잘 자라는 계절이기도 하지만 해충도 극성을 부린다. 해충을 없애는 데는 여러 방법이 있지만 곤충의 번식이 왕성한 6, 7월에는 해충을 잡아먹고 번식해 효과가 빠른 천적을 사용한다. 양상동에서 총 1000평 규모의 토마토 온실 4개 동을 운영하는 한 농장주는 7월 2일 곤충병원성선충 3000만 마리를 이용해 해충을 잡았다.

선충이 나방류 애벌레에게 위협적인 이유는 선충 하나가 애벌레 한 마리를 죽일 때마다 몸속에서 번식한 선충 10만 마리가 추가로 생겨나기 때문이다. 새 선충은 다시 새 애벌레를 찾아 몸속으로 들어간 뒤 애벌레의 장 속에 있는 공생세균을 밖으로 쫓아내고 증식하며 독소를 내보내 애벌레를 죽인다. 이 과정은 이르면 12시간 만에 일어나기 때문에 661㎡(약 200평) 규모의 온실이라면 번성한 해충 대부분을 죽이는 데 72시간밖에 걸리지 않는다.

살아서 움직이는 선충이지만 온실 곳곳에 살포하기에 어렵지 않다.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맞춤형 포장이 돼 있기 때문이다. 선충은 운반 도중 죽지 않도록 완충제와 섞어 두부처럼 포장된다. 농가에서는 이를 물에 풀어 분사 구멍이 1mm보다 큰 분무기로 뿌리기만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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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딧물 몸속에 숨어 침투하는 진디벌

7월 초 인천 계양구 동양동의 한 고추 농가에서도 맞춤형 천적을 도입했다. 그 천적은 콜레마니진디벌(Aphidius colemani)로 고추에 피해를 주는 복숭아혹진딧물을 없애는 데 효과가 있다.

콜레마니진디벌은 진딧물의 ‘껍질’을 쓰고 복숭아혹진딧물 집단 속으로 침입한다. 성충이 되기 직전인 번데기 상태로 갈색으로 말라 죽은 진딧물의 몸속에서 기다리다가 이틀이 채 지나기도 전에 진딧물의 껍질을 깨고 나온다.

진디벌 성충 암컷은 나오자마자 살아있는 진딧물 몸속에 알을 낳는다. 진디벌 유충은 하루 만에 알에서 부화해 진딧물의 몸속에서 자라기 시작한다. 이때 진딧물은 살아있지만 이미 죽은 목숨이다. 섭취하는 양분은 모두 진디벌 유충에게 빼앗기고 유충이 다 자라 번데기가 될 때는 체액까지 완전히 흡수당해 말라 죽기 때문이다. 번데기는 2, 3일 뒤 다시 진디벌 성충이 돼 진딧물 몸속에 알을 낳게 된다.

은색의 칠레이리응애가 작물의 잎에 피해를 주는 잎응애를 잡아먹고 있다(위). 0.4mm 길이의 곤충병원성선충은 애벌레 몸속에 들어가 이르면 12시간 만에 10만 마리로 증식해 애벌레를 죽인다.
진디벌은 진딧물에 효과가 확실한 천적이지만 도입 초기에는 문제가 있었다. 바로 성충이 된 지 3일 안에 알의 60%를 낳는다는 점이다. 운송에 시간이 걸릴수록 진디벌이 낳을 수 있는 알의 양이 줄어들어 효과를 보기 어려웠다. 그래서 고안한 방법이 진딧물 안에 자리 잡은 번데기 상태로 배달하는 것이다. 해충 맞춤형 천적을 개발하는 ‘세실’ 하판정 유용곤충연구소장은 “진딧물의 먹이가 되는 작물을 재배하는 온실에서 진딧물과 진디벌을 함께 길러 진디벌이 기생한 진딧물을 생산한다”며 “번데기 상태로 보내면 받자마자 바로 해충 방제에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천적 생물, 온실 밖 적응 못해

천적을 이용한 해충 방제는 농약을 사용하지 않고도 효과가 뛰어나다는 장점이 있지만 개체가 증가한 천적이 다른 곤충이나 동물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특히 몸집이 큰 포식성 천적은 먼 거리를 이동할 수 있다. 하지만 농촌진흥청 유기농업과 박종호 농업연구사는 “온실에서 상품으로 길러진 천적은 온도변화나 비바람 같은 온실 외부의 환경에 적응력이 떨어지기 마련”이라며 “밖으로 나가도 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천적은 대개 선호하는 먹이가 정해져 있기 때문에 해충이 많으면 개체가 늘고 해충이 줄어들거나 사라지면 천적도 시간이 지날수록 줄어든다. 곤충병원성선충은 나방류 애벌레를 숙주로 삼기 때문에 애벌레가 사라지면 작물의 잎을 기어 다니다 말라 죽는다. 콜레마니진디벌도 진딧물이 줄어들었다고 험한 온실 밖으로 나가기보다 남아 있는 진딧물을 이용해 살아가게 된다. 박 연구사는 “천적의 먹이가 되는 해충 대부분이 온실에서만 살기 때문에 천적도 온실 밖을 나갈 일이 거의 없다”며 “천적을 이용한 해충 방제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지 2년 정도 지났지만 아직 환경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은 보고 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전동혁 동아사이언스 기자 jerm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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