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 영조 시절, 그칠 줄 모르는 비로 인해 전염병이 돈다. 죽어가는 사람들의 넋을 걷어오느라 저승차사들이 바쁘다. 자격훈련도 수료하지 못한 수습 차사들까지 동원된다. 그중 하나가 화율. 많은 저승차사가 그렇듯 화율도 맺힌 사연이 있다. 동성애자라는 게 들켜서 겸사복(조선시대 임금의 신변 보호를 맡은 친위병) 동료들에게 맞아 죽었다. 함께 죽은 연인 설징신을 저승 어디서 다시 만날 수 있나 늘 전전긍긍해하는 화율이다. 그러잖아도 넋걷이가 서툰데 마음 한쪽이 다른 데 있으니 실수가 예정된 터다. 저승 명부에는 이름이 없었던 소녀 연홍과 부딪쳐 눈을 멀게 만들어 버린다. 죄책감에 사로잡힌 화율은 넋걷이의 의무를 제쳐두고 연홍의 뒤를 따라다닌다.

작가는 이 인물들이 목이 쉬도록 소리 지르게 하고, 눈물이 마르도록 울게 한다. 그런 뒤에 오는 침묵과 마주하면서 상처 입은 자신을 인정하게 한다. 작가는 ‘인생은 이렇게 살아야 한다’고 정해놓은 옛 사람들의 관습에 반드시 따르지 않아도 된다고, “베끼면서 살지 말라”(채관의 말)고 인물들에게, 독자들에게 당부한다.
화율과 연홍, 수강, 채관의 얽힌 관계가 하나하나 풀리는 과정에 읽는 재미가 더해진다. 별감을 사랑한 여인, 화율을 상제에게로 데려다주는 사공 등 잠시 등장했다 사라지는 인물들도 결말에 이르러 주요 인물들과 긴밀하게 연결된다. 작가의 꼼꼼한 구상을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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