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간 문창과 출신들이 주름잡던 문단에 아웃사이더들 새바람]‘낯선 글쓰기’ 시선 모은다

동아일보 입력 2010-07-08 03:00수정 2010-07-08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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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밑바닥 체험 녹여낸 김혜나
장르소설로 등단 조현-배명훈 등
‘엘리트 코스’ 밟지 않고도 큰 관심
《1990년대 이후 ‘문창과 글쓰기’의 시대라는 말이 나왔다. 일간지 신춘문예와 각종 문예지 신인상을 휩쓴 작가 대부분이 문예창작과 출신이었다. 한국 문단의 튼튼한 줄기를 이뤘고 높은 평가도 받았다.

특히 대학 과정에서의 집중적인 글쓰기 훈련으로 갖춰진 문체 미학의 위력이 크다. 문학적 성과가 크지만, 내면 심리에 몰두하는 폐쇄적인 글쓰기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주목받는 작가 중 이른바 ‘아웃사이더’의 존재감이 크다. 문단 글쓰기의 울타리를 넘어서는 젊은 아웃사이더 작가들이다.

문학적 고민의 대상으로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밑바닥 인생을 쓰기도 하고, 기성 문단이 둘러쳤던 시공간의 경계를 가뿐히 넘어서기도 한다. 기성 문단의 눈으로 보면 ‘아웃사이더’인 이들이 한국 문학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는 것이다.》

올해 오늘의작가상 수상작인 ‘제리’는 2년제 야간대학의 학생과 호스트바에서 일하는 남자의 희망 없는 날들을 이야기한 장편. 작가가 되기 전 요가 강사로 밥벌이를 하던 김혜나 씨(28)가 공고를 졸업하고 ‘되는 대로 살았던’ 때를 소설로 썼다. 평론가 강유정 씨는 “기성 문학에서 괄호에 묶어놓았던, 등장인물로 쓸 수 있으리라고 생각도 못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쓴 것”이라면서 “그야말로 ‘신(新)하류층’으로 부를 만한 이들을 쓰면서도 스스로를 피해자로 보는 게 아니라 감정을 절제하면서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게 구별되는 지점”이라고 말했다. 여타의 작가들이 숱하게 보여준, “연민, 공감, 멜랑콜리와 애도로 특징지어지는 20대의 주류문화와 다르게 쓰였다”는 것이다. 이 소설은 출간 3주 만에 2만 부가 팔리면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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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여름 장편 ‘유니콘’을 출간하는 조현 씨(41). 2008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됐을 때 ‘행정학과 졸업, 현직 교직원’이라는 이력보다 충격적이었던 것은 그의 소설이었다. 인류가 멸망한 2133년, T S 엘리엇의 시를 주제로 사이보그 학술대회가 열린다는 과학소설(SF)로 순문학의 보루로 여겨졌던 신춘문예의 벽을 넘은 것이다. 문예지의 청탁, 장편 계약이 이어질 만큼 기성 문단이 이 작가를 주목했다.

“행정학이라는 전공 때문인지 경제 사회 정치 분야에 관심이 많고 독서 체험도 그런 쪽으로 모아진다. 다른 작가들과 마찬가지로, 내가 갖고 있는 기쁨과 슬픔의 감정을 다른 사람과 공감하고 싶다는 바람을 소설로 쓴다. 그것을 이야기하는 방식이 SF인 것이다.” 조현 씨의 설명이다.

연작소설 ‘타워’와 소설집 ‘안녕, 인공존재!’의 작가 배명훈 씨(32)는 ‘문단 바깥에서 태어난 소설가’로 유명하다. 서울대 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은 이 작가는 가상도시를 배경으로 삼은 ‘타워’ 등 방외로 취급받는 이른바 장르소설을 썼지만, 순문학 출판사인 문학동네가 주최한 제1회 젊은작가상을 수상했다. 평론가 신형철 씨는 “‘좋은 작가를 발굴 소개하여 앞선 안목을 과시해야 할 평론가와 좋은 작가가 있다면 문단 바깥이 아니라 대기권 바깥이라도 찾아 나설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할 출판사들이, 게을렀다는 것을 입증하는 사례”라면서 “상상력은 기발한데 문장은 단정하고, 박학다식이 어지간한데 스토리는 명쾌하다”고 평가한다.

“고등학교를 마치고 삶의 현장 속으로 뛰어든, 대학이라는 문학에 있어서 중요한 제도를 거치지 않은”(평론가 류보선 씨) 천명관 씨(46)는 장편 ‘고래’ ‘고령화 가족’ 등 야전군 스타일의 이야기 방식으로 문단의 중심부에 단단하게 자리 잡은 경우다. 소설 ‘천하무적 불량야구단’을 쓴 목사 출신 주원규 씨(35)와 단편 ‘같이 밥 먹을래요?’ 등으로 주목받는 발레리나 출신 하재영 씨(34)도 관심을 받는 작가들이다. 평론가 강유정 씨는 “문단의 엘리트 코스로 여겨졌던 ‘문창과 글쓰기’와는 다른 작가군의 출현이 동시대 소설에 낯선 무늬를 그려주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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