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순일의 ‘내사랑 스포츠’]한국축구대표팀 감독의 자격 조건 4가지

동아일보 입력 2010-07-07 09:57수정 2010-07-07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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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몽 도메네크
프랑스축구대표팀의 레몽 도메네크(58) 감독. 2010 남아공 월드컵에서 16강 진출에 실패한 그는 국회 청문회에 불려 나가야 했다. 1일 열린 프랑스 국회 문화교육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한 도메네크 감독은 의원들의 질문 공세에 진땀을 흘렸다.

4강 진출에 실패한 브라질의 카를로스 둥가(47) 감독은 귀국하자마자 축구협회로부터 재계약을 하지 않겠다는 통고를 받았다. 역시 4강 진출에 실패한 아르헨티나의 디에고 마라도나(50) 감독은 "나의 시절은 이제 끝났다. 내가 가진 모든 것을 보여줬다"며 스스로 사퇴 의사를 밝혔다.

이처럼 한 나라의 축구대표팀 감독 자리는 '양날의 칼'과 같다. 국민이 기대하는 만큼 성적을 거두면 '영웅'이 되지만, 그렇지 못할 때는 하루아침에 '역적'이 되고 만다.

당초 목표였던 16강 진출을 이룬 한국의 허정무(55) 감독. 그는 '얼마나 역할을 잘 수행했느냐'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 87%의 긍정적 평가를 받았다. 허 감독은 '영웅'으로 대접받으며 야인으로 돌아온 행복한 지도자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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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 감독의 사퇴로 공석이 된 한국축구대표팀 사령탑 자리. 후임 감독은 어떤 인물이 적합할까. 그동안 성공한 감독과 실패한 감독들의 사례를 볼 때 최소한 다음 4가지 조건은 갖춰야 할 것 같다.

허정무
첫째, 프로축구 K리그 감독을 해본 지도자라야 한다. 이번 남아공 월드컵에서 맹활약한 주전들은 대부분 해외파였다. K리그를 전혀 경험하지 않고 해외 무대에서만 뛴 선수는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차두리(셀틱), 김보경(오이타 트리니타) 3명이다.

나머지 20명은 K리그에서 뛴 선수들이다. 박지성 차두리 김보경도 대학 때까지는 국내무대에서 활동했다. K리그 감독들은 프로 선수들 뿐 아니라 스카우트를 위해 대학과 중, 고교 선수까지 평소 눈여겨본다. 따라서 최고의 선수로 대표팀을 구성하기 위해서는 K리그 감독을 역임해본 경험이 중요하다.

여기에 선수 시절 해외에서 뛰었거나 지도자 연수를 통해 해외 특히 유럽축구를 체험해본 경험이 있으면 자격 조건에 플러스알파가 될 것이다.

그렇다면 K리그를 전혀 경험하지 않은 거스 히딩크 감독은 어떻게 최고의 선수들로 대표팀을 구성해 4강 신화를 이룰 수 있었을까. 히딩크 감독은 1년 5개월 간 수시로 합숙훈련을 할 수 있었다. 이를 위해 K리그 전 구단에서 협조를 아끼지 않았다.

긴 과정을 통해 히딩크 감독은 선수를 직접 테스트하면서 대표팀을 구성할 수 있었다. 그러나 앞으로 대표팀을 맡을 감독은 국제축구연맹(FIFA)의 규정에 따라 장기간의 합숙훈련을 할 수 없기 때문에 K리그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선수 면면을 잘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카를로스 둥가
둘째로는 파벌에 휩쓸리지 않는 지도자야 한다. 히딩크 감독이 한국축구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뒤 제일 먼저 한 일은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대표선수를 선발한 것이었다. 사실 히딩크 감독 부임 전만 해도 축구계에 같은 고교나 대학 출신 등으로 이뤄진 파벌이 존재한 적이 있다. 각급 대표팀 구성 때마다 이런 파벌끼리 물밑에서 다툼을 벌이는 바람에 시끄러웠던 적이 있었다. 편 가르기를 좋아하거나 편향된 시각을 가진 지도자는 배제되어야 하는 이유다.

셋째로는 명예를 존중하고 도덕성이 있는 지도자여야 한다. 우리나라의 예는 아니지만 연봉 등 돈 문제를 놓고 협회와 다툼을 벌인 감독 치고 월드컵 등 국제대회에서 성적을 낸 지도자는 거의 없다. 또한 외국에서는 거액의 몸값을 받은 대표팀 감독이 협회 여직원과 불륜에 빠지거나, 심지어는 여기자와 스캔들을 만드는 등 물의를 일으키며 그 나라 축구를 망쳐놓은 경우도 있었다.

넷째는 언론과 소통을 잘하는 지도자여야 한다. 프랑스의 도메네크 감독은 청문회에서 "언론이 대표팀 내분을 부추겼다"며 16강 진출 실패의 원인을 언론 탓으로 돌렸다고 한다. 그는 평소에도 언론과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이런 도메네크 감독과는 달리 독일 감독들은 기자와 소통하는 것을 좋아한다. 프로축구 분데스리가 경기가 열리는 스타디움에 가보면 대부분의 경기장 본부석에는 차나 맥주를 마실 수 있는 공간이 있다. 경기가 끝나면 여기서 감독과 기자들이 어울려 그날 경기에 대해 열띤 토론을 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이런 독일축구가 이번 남아공 월드컵을 포함해 월드컵에서만 15회 연속 8강에 오른 것은 우연이 아니다.

대한축구협회는 7일 기술위원회를 열어 축구대표팀 감독 선임 작업에 본격적으로 들어간다. 명망 있는 축구인들로 구성된 기술위원회이니 만큼 강력한 카리스마로 태극전사를 이끌 '명 감독'을 또 한번 탄생시켜 주기를 기대해 본다.

권순일 기자 stt7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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