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 내일/허승호]G20 서울서밋의 은밀한 비밀

동아일보 입력 2010-07-07 03:00수정 2010-10-11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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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지배구조 바뀔까
한국, rule obeyer에서 rule setter로
G20 서울서밋 시즌이 시작됐다.

캐나다 토론토에서 열린 제4차 G20 서밋(주요 20개국 정상회의)이 열흘 전 끝났고 5차 회의가 11월 서울에서 열리는 것이다. G20이 대단한 것 같지만 세계질서는 여전히 G8이 주도한다. 이번 토론토 회의 때도 G8 정상들은 하루 일찍 따로 모여 천안함, 이란 핵, 가자 사태 등을 논의했다. 반면 G20은 종전 재무장관회의로 열리다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국제공조가 다급해지자 정상급으로 격상된 것이다. 금융위기가 끝나면 흐지부지될 수도 있다.

그러나 다른 시나리오도 있다. 최근 “G8은 한계에 왔다. G20이 지구촌 소통에 훨씬 효율적이다. 국제평화와 안정, 공동번영을 위해 G20으로 가자”는 말이 많이 나온다. 왜일까. G8은 급속히 부상한 중견국가들의 존재를 반영하지 못한다.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아프리카, 중남미에 대한 지역대표성도 없다. 무엇보다 막강실세 중국이 빠져 있다.

이쯤에서 비밀을 하나 공개하자. 서울서밋의 공식의제는 금융규제, 균형성장, 개도국 개발 등 크게 8가지다. 그런데 한국 정부가 더 관심을 쏟는 ‘은밀한 의제’가 또 하나 있다. 서울대회 성공에 힘입어 G8 대신 G20 체제가 굳어지도록 하는 것, 즉 ‘G20의 제도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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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지구촌 대소사는 G8이 사전조율하면 그 결과가 유엔, 국제통화기금(IMF), 세계무역기구(WTO) 등에서 공식화되고 집행도 이뤄진다. 따라서 G20 제도화란 국제질서에 있어 일대 지각변동이다. ‘지구촌 지배구조’가 바뀐다는 뜻. 특히 한국으로서는 준법국(rule obeyer)에서 입법국(rule setter)으로 변신하는 일이다. 설레지 않는가.

조금 냉정해지자. 사실 G5든, G8이든, G20이든 미국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다. 그룹의 크기가 작으면 내부합의는 손쉬우나 이를 공식화하는 과정이 더딘 반면, G20은 그 반대라는 정도의 차이다. G8과 G20 중 어느 경로로 갈지도 결국 미국이 결정한다. 그렇다 해도 한국에 있어 G20과 G8은 천양지차다.

G20이 뿌리내리려면 우선 생산성이 확인돼야 한다. 특히 서울서밋의 성패(成敗)는 각별하다. 비(非)G8 국가에서 열리는 첫 G20 서밋이며, 한국은 선진국-개도국을 잇는 다리 위치이기 때문이다. 한국이 제안한 ‘개도국 개발’ 의제 때문에 이들의 관심도 높다. 다행히 서울에선 꽤 성과를 낼 것 같다. 지난번 토론토 회의가 주요 주제의 80%에서 합의를 못 내고 이월시킨 덕분. 유리한 구도다.

우리는 올림픽, 아태경제협력체(APEC),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 월드컵 등 국제행사를 많이 치렀다. 그때마다 “경제유발효과가 크고 나라 위상을 끌어올릴 국가 대사”라고들 했다. 그러나 G20은 여느 행사와 층위(層位)가 다르다. 글로벌 이니셔티브 그룹에 편입되느냐의 문제다. G20 의제도 당초 ‘금융위기 대응’에서 보호무역, 기후, 환경, 반부패, 에너지안보 등으로 넓어지고 있다. 앞으로 무엇을 다룰지는 아무도 모른다.

만에 하나 ‘대회 성공’과 ‘G20 제도화’ 중 딱 하나만 취해야 하는 고약한 상황이 전개된다면? “제도화를 택해야 한다”는 게 장관급 당국자들의 일치된 얘기다. 그게 장기 국익이다.

동아일보, 한국개발연구원(KDI), 미국 브루킹스연구소 3자가 9월 말 서울에서 G20 국제심포지엄을 공동주최키로 하면서 ‘G20 제도화’를 주제로 잡은 것(본보 4월 1일자 A1면 창간 90주년 사고 참조)도 이 때문이다. 서울서밋 시즌을 열며 ‘지구촌 지배구조와 한국의 미래’라는 가슴 뿌듯한 고민에 독자 여러분을 초대한다.

△G8: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일본 이탈리아 캐나다 러시아

△G20: G8+중국 인도 브라질 멕시코 남아공(G13)+사우디 한국 인도네시아 호주 터키 아르헨티나 EU의장국

허승호 편집국 부국장 tige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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