갠지스강 2510㎞ 세계 첫 무동력 탐험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7월 6일 09시 28분


코멘트
신라 고승 혜초(慧超·704¤787)의 발자취를 따라 중국 타클라마칸 사막을 도보로 종단했던 탐험가 남영호(33·투스카로라)씨가 이번에는 정찬호(30) 씨와 함께 갠지스강 전 구간을 탐험하는 데 성공했다.

이들은 4월 6일부터 6월 21일까지 77일간 히말라야 강고트리에서 벵골만까지 갠지스강 총 2510㎞를 트레킹, 래프팅, 카약만으로 탐사했다.

'영혼의 강'이라 불리는 갠지스강 전 구간을 인간의 힘만으로 탐험한 것은 세계 역사상 이들이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남 씨는 6일 "세계적인 탐험가였던 힐러리가 1977년 모터보트로 갠지스 원류를 찾아가는 모험을 했으나 목적지에 닿지 못했고, 강 전문 탐험가 앤디 리만도 2009년 스태프 십여 명과 모터보트로 전 구간을 완주했을 뿐이다"고 말했다.

탐험지로 갠지스강을 택한 것은 갠지스의 이야기를 찾아내고 다큐멘터리 사진가로서 환경오염과 지구온난화의 심각성을 생생하게 전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남 씨는 "목적지에 도착해서 아무 생각이 안 들다가 몇 초가 지나 '다음에 뭘 도전할까'를 생각했다. 성공하지 못한 사람은 다음을 생각할 수 없는데 탐험 임무의 끝에 다다르니 다음을 생각하게 됐다"며 끝없는 도전의지를 밝혔다.

방글라데시를 지날 때는 현지 괴한의 공격을 받아 생명에 위협을 느끼고 소지품을 빼앗기는 시련을 겪기도 했다. 물이 마르고 사막화한 갠지스강 중류 지역에서는 한 달간 오이, 수박, 멜론만 먹었다.

히말라야 원류에서 탄 배가 급류로 뒤집히고 노가 부러지는 일도 있었고, 산사태가 심해 높은 곳에서 작은 돌 하나라도 떨어지면 머리가 깨질 수 있는 곳을 꼬박 하루가 걸려 탈출하는 고생도 했다.

남 씨는 "이번 탐험에서 환경오염, 지구온난화의 심각성을 뼈저리게 느꼈다. 일반인에게 내 능력 범위에서 최대한 이 문제에 가까이 다가가 고민하도록 해야겠다는 깨달음을 얻었다"고 말했다.

탐험가는 인간의 발길이 잘 닿지 않는 곳만 골라 찾아가다 보니 나쁜 상황을 피부로 절실하게 체험할 수밖에 없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특히 갠지스강을 따라 걸으면서 하루 수십 구 씩 마주해야 했던 강가의 시체들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그는 "힌두교에서는 묘를 쓰지 않고 시체를 태우는데, 돈 없는 사람은 강변에 시신을 내다버린다. 물에 불어 썩고 악취 나는 시신을 개나 까마귀가 뜯어 먹고, 그 옆에서는 태연히 설거지하고 빨래하는 여인들을 보고 놀랐다"고 말했다.

강변 마을에는 소아마비를 앓거나 다리가 휘는 등 장애가 있는 사람이 많아서 그가 이유를 물었더니 "신이 나한테 허락한 발이다"는 답변을 들었다는 일화도 소개했다.

남 씨는 "갠지스강은 종교나 사상 면에서 신성시되지만 온갖 더러운 걸 다 버리고 그 물을 떠 마신다는 게 이해가 안 되기도 했다. '병이 안 나겠느냐?'고 물으면 '영혼의 강이라 문제없다'는 답을 들었다"고 전했다.

그는 인도인의 사상이나 종교관에 변화가 없는 한 개선되기 어려운 문제이므로 '내가 한 체험을 여러 경로로 알리겠다'는 다짐을 여러 차례 했다고 했다.

남 씨는 이번 탐험을 많은 이들과 공유하고자 기록을 책으로 엮어내고 전시회도 열 계획이다.

왕오천축국전이 한국에서 일반인에게 처음 공개되는 12월에는 앞서 경험한 타클라마칸 사막이나 이번 갠지스강 이야기를 혜초에게 관심 있는 이들과 나눌 수 있게 준비할 예정이다.

인터넷 뉴스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