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즈 “역전? 생각처럼 안되네”

US오픈 공동4위 그쳐

10년 만에 페블비치 골프링크스로 돌아온 제110회 US오픈(총상금 750만 달러·우승상금 135만 달러)이 언더파 스코어를 허용하지 않는 전통을 이어가며 새로운 우승자를 배출했다.

북아일랜드의 골프스타 그레엄 맥도웰(30)은 21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주 페블비치 골프링크스(파71·7040야드)에서 열린 대회 최종 4라운드에서 버디 1개, 보기 4개로 3오버파 74타를 쳐 최종합계 이븐파 284타로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세계랭킹 37위로 대회 출전권을 얻은 맥도웰은 2008년 제주 핀크스 골프장에서 열린 발렌타인 챔피언십에서 우승을 차지해 국내 팬들에게도 잘 알려져 있다.

메이저대회 최고 성적은 지난해 PGA챔피언십 공동 10위일 정도로 미 PGA 투어에서는 무명에 가까웠지만 2002년 프로 데뷔 이후 유러피언투어에서 5승을 기록한 A급 선수다.

2008년 라이더컵에서 유럽팀 멤버로 출전하기도 했다.

이날 맥도웰의 플레이는 영리하고 전략적이었다. 대부분의 선수들이 빠르고 딱딱한 그린과 강한 바람에도 스코어를 줄이려 애쓴 반면 맥도웰은 실수를 최소화하는 방어 전략으로 우승컵 사수에 들어갔다.

일은 쉽게 풀렸다. 전날까지 선두였던 더스틴 존슨(미국)이 2,3,4번홀에서 6타를 까먹는 사이 맥도웰은 파 세이브를 하며 단숨에 역전했고, 5번홀(파3)에서는 버디까지 낚아챘다. 맥도웰은 2,3위 그룹의 어니 엘스(남아공), 타이거 우즈, 필 미켈슨(이상 미국) 등 쟁쟁한 우승 후보들이 추격해오는 상황에서도 차분하게 경기를 하며 선두 자리를 놓치지 않았다.

1타차로 아슬아슬한 상황에서 마지막 18번홀(파5)에 올라선 맥도웰은 앞 조에 있는 2위 그레고리 아브레(프랑스)의 플레이를 지켜보며 편안하게 경기했다. 아브레의 버디 퍼트가 홀을 빗나가자 페어웨이에 서 있던 맥도웰은 롱 아이언 대신 미들 아이언을 들고 3온 작전으로 수정했다.

이 홀에서 파 만해도 우승컵을 들어올릴 수 있기 때문에 굳이 공격적으로 2온을 시도할 필요가 없었다. 결국 3온 2퍼트로 마무리하면서 PGA 투어 첫 우승을 메이저대회로 장식하면서 기쁨을 두 배로 늘렸다.

그린 밖에서 지켜보던 아버지가 뛰어 나와 맥도웰을 얼싸안고 기뻐하는 모습은 1998년 US여자오픈에서 박세리가 우승했을 때 아버지 박준철 씨가 포옹하며 감격을 나누던 모습을 떠올리게 했다.

어니 엘스가 2오버파 286타로 단독 3위에 올랐고 세계 랭킹 1위를 놓고 경쟁하는 타이거 우즈와 필 미켈슨은 나란히 3오버파 287타, 공동 4위로 대회를 마쳤다.

우즈는 전날 단독 3위까지 치고 올라가 마지막 날 대역전을 노렸지만 퍼트가 말을 듣지 않으면서 4위에 만족했다. 버디 기회에서 번번이 퍼트가 빗나가 좀처럼 타수를 줄이지 못한 게 역전하지 못한 원인이 됐다.

그러나 3라운드에서 5언더파를 몰아치는 등 폭발력이 되살아나고 있음을 증명했다. 이번 대회 선전으로 세계랭킹 1위 자리도 유지했다.

2라운드까지 상위권에 올라 기대를 모았던 최경주(40)는 3라운드에 이어 이날도 보기를 쏟아낸 끝에 최종합계 14오버파 298타 공동 47위에 그쳤다. 노승열(19·타이틀리스트)은 최경주 보다 1타 적은 13오버파 297타로 공동 41위로 경기를 끝냈다.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