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90주년]“예술은 나눌수록 아름다워”… 공연마다 흥겨운 희망 바이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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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6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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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노인-어린이 등
문화소외층에 ‘문화 세례’
클래식서 뮤지컬까지 다양

서울시 소년소녀합창단 지휘자 원학연 씨(오른쪽)가 1일 서울 강남구 일원동 밀알학교에서 열린 플루트 앙상블 공연 도중 장애인 학생들을 무대 위로 불러 격려하고 있다. 사진 제공 세종문화회관
서울시 소년소녀합창단 지휘자 원학연 씨(오른쪽)가 1일 서울 강남구 일원동 밀알학교에서 열린 플루트 앙상블 공연 도중 장애인 학생들을 무대 위로 불러 격려하고 있다. 사진 제공 세종문화회관
“얼씨구, 좋다.”

식당 일을 한다는 중국동포 이모 씨(50·여)는 감탄사를 연발하며 공연 내내 한시도 가만있지 않았다. 그는 우리 전통 춤 장단에 맞춰 연방 어깨를 들썩였다. 사물놀이를 처음 접한다는 필리핀 이주노동자 마리아 씨(26·여)는 “공연자들의 힘찬 에너지가 어디서 나오는지 모르겠다”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

13일 서울 구로구 가리봉동 한국외국인근로자지원센터 강당을 메운 200여 명의 외국인근로자들은 우리 춤 장단과 가락에 눈을 떼지 못하며 모처럼 휴일 공연을 만끽했다. 앞서 서울 마포구 상암동의 한 교회 지하 강당. 휠체어를 탄 중증장애인들과 가족들이 때 이른 더위에도 아랑곳 않고 서울시극단의 ‘한여름 밤의 꿈’에 빠져 들었다. 요정의 장난으로 사랑하는 상대가 바뀔 때면 객석 여기저기서 탄성이 터지기도 하고, 극 중간중간 랩 음악과 춤이 이어지자 흥겨운 표정이 묻어 나왔다.

세종문화회관이 소외된 이웃을 찾아 사랑을 실천하는 문화나눔 프로젝트를 시작한 것은 2004년. 이달부터는 현대건설, 동아일보사가 세종문화회관과 손잡고 ‘함께해요! 나눔예술-Happy Tomorrow’를 출범시켜 국내 대표적인 문화나눔 프로젝트로 자리매김했다.

이들 3사가 뜻을 모음에 따라 서울시합창단, 국악관현악단, 오페라단 등 세종문화회관 산하 9개 예술단을 중심으로 펼치는 나눔예술은 한층 폭넓은 문화나눔의 장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세종문화회관 박동호 사장은 “지금까지 그래왔듯 앞으로도 나눔예술은 화제성 이벤트가 아니라 공연장을 방문하기 힘든 이웃들을 찾아다니며 함께 호흡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나눔의 정’을 사회공헌 슬로건으로 삼은 현대건설 김중겸 사장은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가 품격 있는 문화적 혜택을 고루 누릴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힘쓸 것”이라고 다짐했다.

동아일보는 지면과 인터넷 등을 통해 나눔예술에 대한 기획과 홍보를 강화해 사회공감대를 형성함으로써 나눔의 폭을 넓혀나갈 계획이다. 문화나눔에 힘을 모은 3사의 노력은 앞으로 사회복지사 등과 연계해 우리 이웃 곳곳에 희망과 가능성을 심어주는 휴먼네트워크로 발전하게 된다.

‘함께해요! 나눔예술-Happy Tomorrow’는 올해 말까지 100여 회 펼쳐진다. 공연은 클래식, 오페라, 연극, 뮤지컬 등 다양한 레퍼토리로 짜인 맞춤형이다. 노인들에겐 마당극을, 어린이들에겐 정겨운 연주로 다가가 클래식이 낯설어도, 국악을 잘 몰라도 흥겹게 즐길 수 있다. 그렇다고 공연 수준이 떨어질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무대 시설이 초라해도 공연을 접한 주민들의 만족도는 매우 큽니다. 공연이 끝나자마자 다음 공연은 언제 있느냐는 어르신들의 문의가 많아요. 그만큼 수준이 높다는 거죠.”(노원1종합사회복지관 이영식 과장)

공연은 선입견을 깨뜨리기도 한다. 이달 초 발달장애아를 대상으로 한 플루트앙상블 공연을 지켜본 최모 씨(44)는 아이들이 집중할 수 있을까 하는 자신의 우려가 기우였다고 털어놨다.

“다소 소란스러운 분위기였지만 눈여겨보니 아이들 나름의 즐기는 방식이더라고요. 한 아이가 엉덩이를 들썩이며 소리를 지르니까 엄마가 말리는데 지휘자는 그냥 놔두라는 거예요. 아이가 즐기는 거라면서 말입니다. 아이들 반응은 공연에 전혀 방해되지 않았지요.”

나눔을 실천하기 위한 공연이지만 배우들이 얻는 게 더 많다고 한다. “관객과 바로 마주하는 열린 공간이라 즐겁게 연기하려고 하죠. 후배들에게도 기쁜 마음으로 연기하라고 합니다. 그러다 보면 배우들이 더 밝은 마음을 가지게 돼요. 관객과 배우의 어울림인 거죠.”(서울시극단 배우 김신기)

예술이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 잘 짜인 연극 한편이나 아름다운 노래 한가락이 삶에 여유와 행복감을 줄 수 있다면 이 물음의 답은 바로 나눔예술에 있다.

박길명 나눔예술 특별기고가 myung65@dreamw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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