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열도도 “오! 필승 코리아”

  • 스포츠동아
  • 입력 2010년 6월 14일 07시 00분


공영방송 NHK 한국입장서 해설
팬들 “일본 못하니 한국 응원”

역사적 앙금도 한국의 멋진 플레이 앞에서는 녹아버렸다.

12일 열린 남아공월드컵 한국-그리스 전은 일본에서도 큰 관심사. 특히, 일본의 공영방송 NHK 해설자는 시종일관 한국의 입장에서 경기내용을 전해 화제를 모았다. 그리스가 한국진영에서 위협적인 움직임을 펼치면 “아, 위험 합니다”라고 가슴을 졸였고, 한국이 공격기회가 무산 되자 “아, 아깝습니다. 저 찬스를 살렸어야 하는데…”라며 짧은 탄식을 내뱉었다.

NHK가 중립보도를 최고의 가치로 여긴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례적인 해설이었다. 후반 한 때, “지금이 가장 힘든 때인데 어떻게든 버텨야 한다. 승점 3점이 눈앞에 보인다”는 멘트 속에는 한국에 대한 애정이 묻어났다.

TBS 역시 응원대열(?)에 합류했다. TBS는 심야 스포츠뉴스 코너에서 “축하합니다! 한국”이라고 당당하게 외쳤다가 일본 누리꾼들의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신주쿠 신오쿠보 코리아타운에 몰려든 수많은 일본인들 사이에서도 한일 간의 오랜 라이벌 의식은 찾아볼 수 없었다. ‘울트라 니폰’을 상징하는 파란 색 대신 붉은색 티셔츠로 무장(?)한 그들은 “일본이 워낙 못하니까 한국이라도 응원하고 싶다”며 “오! 필승 코리아”를 외쳤다.

줄곧 한국축구에 뒤지던 일본은 1990년대 한 때 근소한 우위를 점하기도 했지만, 2002년 이후 다시 추월을 당했다. 남아공월드컵을 앞두고는 더 격차가 벌어진 느낌. 이제 라이벌의 실력을 확실히 인정하는 분위기다.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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