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제재 시작됐다]오바마 “천안함 한국 조치 적절… 전적으로 지지”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5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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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北전방위 압박 시사
성명서 한미공조 의지 재천명
訪中클린턴도 ‘北책임’ 강조

中, 중립적 입장 고수
후진타오, 축사서 北언급 안해
다이빙궈 “北개입증거 찾는중”

미국은 24일 발표한 이명박 대통령의 ‘천안함 대국민 담화’에 백악관 심야성명으로 화답했다. 로버트 기브스 백악관 대변인 명의로 된 성명은 24일 오전 1시경(현지 시간) 출입기자들에게 e메일로 배포됐다. 일요일 밤 12시를 넘긴 시간에 백악관 성명을 통해 이 대통령의 담화를 지지하고 나선 것이다. 통상 업무시간을 넘겨서는 성명을 발표하지 않는 관례에 비춰 보면 이례적이다. 백악관은 20일 천안함 침몰 사태 조사 결과 발표 직후인 19일에도 오후 10시경 즉각 성명을 내고 확고한 한미공조 태세를 강조했다. 미국이 천안함 사태를 얼마나 중대하게 바라보고 있는지를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다.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이날 베이징(北京)에서 열린 제2차 미중 전략경제대화에서 “천안함 사건에 대한 대북제재에 중국은 미국과 공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하지만 중국 측은 북한이나 천안함 사건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피했다.

○백악관 심야성명에 담긴 메시지

백악관 심야성명은 이명박 대통령의 천안함 대책을 ‘전적으로 지지한다(fully support)’라는 문장으로 시작했다. 이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를 통해 천안함 사태와 관련한 대북제재 조치를 발표한 것에 대해서도 ‘전적으로 적절하다(entirely appropriate)’는 표현을 썼다. 성명서를 통해 천안함 사태 조사 결과 발표 후 굳건한 한미공조 태세를 엿볼 수 있다.

백악관은 20일 천안함 조사 결과 발표 직후 내놓은 성명에서도 이번 사건을 ‘북한의 침략행위’로 규정하면서 ‘명백한 정전협정 위반’이라고 규정했다. 향후 대응방안에 대해서도 백악관은 당시 “정의를 확보하고 추가적인 침략행위로부터 방어하기 위해 한국을 전폭적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의 천안함 대응태세를 강력히 지지하고 있는 이번 심야성명 또한 강력한 한미공조 태세를 강조하고 있다는 점에서 지난 성명과 맥락을 같이한다. 특히 이번 성명에서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미군 사령관들에게 북한의 추가 공격을 차단할 수 있도록 한국 당국과 긴밀하게 협력하라고 지시한 내용까지 소개했다. 천안함 침몰사태를 바라보는 오바마 대통령의 강력한 한미 공조 의지를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한국 정부가 주도적으로 나서 전방위적으로 대북 압박조치를 취하고 미 행정부는 다자 및 양자 제재를 통해 한국을 지원하겠다는 방침을 갖고 있다. 또 미 행정부가 독자적으로 취할 수 있는 제재 조치도 순차적으로 내놓을 계획이다. 기브스 대변인은 “오바마 대통령이 분명하게 밝혔듯이 한국은 미국의 전적인 지지를 계속 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클린턴 장관 “대북 제재, 중국은 미국과 공조해야”

클린턴 장관은 이날 중국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개막식 연설에서 “한국 정부와 국제조사단의 조사 결과 북한 잠수함이 발사한 어뢰에 천안함이 침몰한 데 대해 북한은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과 관련된 현 상황은 매우 긴급한 사안”이라며 “오늘날 우리는 한국의 천안함 침몰로 야기된 심각한 도전에 직면해 있으며 우리는 반드시 공조해 이 도전을 극복하고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증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클린턴 장관은 “북한에 도발적인 행동을 중단하고 주변국에 대한 위협적, 호전적인 정책 중단과 한반도 비핵화 실행을 위한 불가역적인 조치, 그리고 국제법 준수를 촉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다시 지정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이에 필요한) 증거가 명백하다면 국무부는 행동을 취할 것”이라고 답했다. 대화 개막에 하루 앞선 23일 다이빙궈(戴秉國)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이 클린턴 장관과 티머시 가이트너 재무장관에게 베푼 비공식 만찬에서도 미국은 천안함 침몰사건을 심각하게 여기고 있음을 거론했다. 하지만 중국은 천안함 침몰에 북한이 개입한 증거를 여전히 찾고 있는 등 (북한에 대한) 조치를 지지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고 말했다.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은 개막식 축사 중 ‘21세기 중-미 간 전면적 협력관계의 구축을 위해 노력함’이라는 연설에서 “중국과 미국은 대국으로서 지역 현안 및 세계 평화와 안전을 지킬 중요한 책임을 지고 있다”고 말했으나 북한이나 천안함 사건에 대해서는 따로 언급하지 않았다.

이날 마자오쉬(馬朝旭)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천안함 사태가 다른 국제적 이슈들과 마찬가지로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다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워싱턴=최영해 특파원 yhchoi65@donga.com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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